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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센드 - 최고의 마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스콧 배리 카우프만 지음, 김완균 옮김 / 책세상 / 2021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유명한 매슬로의 5대 욕구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막상 피라미드의 바닥층부터 꼭대기까지 무엇이 있느냐 물어보면 단번에 외운 듯 답할 수는 없겠지만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아래층에 있는 욕구가 충족되어야 위층으로 눈길이 가고 가장 위에는 바로 그 '자아실현'이라는 거창한 단어가 위치한다. 아래에 있을수록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욕구에 가깝고 위로 갈수록 고결하다. 그래서 다들 그 '자아실현'에 목을 매고 있지 않은가.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피라미드의 최상층부만 정복하려 든다. 사실 자아를 '실현'한다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도 알지 못한 채, 심지어 매슬로는 어떤 의미로 그러한 이론을 주창했는지 알지 못한 채 자아를 실현하려 애쓴다. 돈을 벌어도, 명예를 얻어도, 권력을 쥐어도 결국 공허로 가득 찬 현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가져본 적조차 없는 부질없을 것들을 지레 회피하는 것일까?
그런데, 매슬로의 첫 이야기는 사실 오늘날과는 전혀 딴판이었다면 어떨까? 피라미드는 그린 적도 없으며 '자아실현'만이 인간의 궁극적 목표라 생각하지 않았다면?
인지심리학자로서 오래된 매슬로의 저작과 출간되지 않은 메모를 뒤적이던 한 인물은 매슬로를 친구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전에도 아들러 등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선대 심리학자들을 깊이 탐구하고선 마치 친구였던 것처럼 친근감과 존경심을 가지곤 했지만 매슬로에 대한 마음은 조금 달랐다. 1970년 심장을 쥐며 스러져간 '욕구 이론'의 주창자를 그는 진심으로 존경했다. 스콧 베리 카우프만은 요즘 말로 매슬로의 진정한 덕후가 되어버렸다.
<트랜센드>는 매슬로의 욕구 이론으로 유명한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전하고자 했던 참뜻을 찾아 먼 길을 헤맨다. 심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면 매슬로의 숨겨진 이론들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그저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랑의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라는 5가지 욕구 피라미드만 알고 있을 뿐 그 기저에 무엇이 있었는지, 어떠한 맥락으로 욕구 이론이 발전되었는지는 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 심지어 '자아실현'만을 고결하고 숭고한 욕구로 바라보고 나름대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차곡차곡 아래에 있는 기본인데도.
저자는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을 때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유아기의 아이들이 두려움을 느끼고 부모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모습은 기본적인 욕구가 인간 집단에 필연적인 것임을 알린다. 그렇기에 저자가 이야기하는 진정한 '초월'과 '성장'은 바로 '인본주의'. 즉 가장 인간다운 것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안전, 사랑, 배려, 존중과 같은 인간만의 정동(affect)이 충족되어야 함을 일깨워준다. 그 과정에서 매슬로가 끝내 전하지 못했던 숨겨진 이야기를 큰 애착을 지니고 확장시킨다.
기능적으로, 정서적으로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심리학적 방법론이 담겨있다기보다는 매슬로의 이론을 중심으로 상당한 철학을 전하는 책에 가깝다. '자아실현'이라는 신기루에 사로잡혀 놓치고 있었던 인간다운 것들. 저자의 '인본주의' 심리학은 되려 속 깊은 성찰을 부른다. 우리는 왜 더 나은 존재가 되려 하는가? 애초에 더 나은 존재란 무엇인가? 감히 더 나은 '인간'의 정의를 내릴 수 있다면, 당연히도 인간다운 면을 채우는 것이 가장 먼저일 것이다. 매슬로의 방대한 철학에 매료된 이 심리학자는 매슬로 이론에 대한 거대한 오해를 깨부순다. 그리고 다시 진짜 '인간'으 돌아가라 말한다.
매슬로 덕후의 인본주의 심리학, <트랜센드>였습니다.
* 본 리뷰는 책세상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