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시대의 여행자들
줄리아 보이드 지음, 이종인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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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도 스포츠를 순수한 스포츠로 보는 사람이 있을까. 부디 그랬으면 하지만 돈이 모이는 곳에는 정치의 냄새가 솔솔 풍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경기장으로, TV 앞으로 모여들게 만드는 스포츠도 당연히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와 관련된 국제 기구는 물론 올림픽도 들여다보면 돈과 정치의 숨 막히는 격투장이다.

1936년 나치 정부가 개최한 올림픽 또한 마찬가지였다. '갈색 셔츠'의 건장한 아리아인들은 당의 정당성과 반 유대주의를 주입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주변국의 반발은 그들의 프로파간다를 더욱 강화시키는 아이러니였다.

덕분에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물론 멋진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찾아든 관람객 또한 나치 독일의 멋진 선전 공세를 견뎌야 했다. 사실 견디는 것은 아니었다. 마치 매서운 전체주의가, 전체주의의 발원지인 독일이 멋지고 찬란한 곳인 것마냥 실제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히틀러를 숭배하기 위해 국기가 잠시 내려가거나 은밀하게 퍼지는 반 유대주의 브로슈어를 통해 예민한 자들은 나치의 악취를 맡았으리라.

린드버그 대령 또한 귀빈으로 초청되어 독일 땅을 밟았다. 그의 눈에 비친 독일의 공군과 기술력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제 곧 미국 땅으로 떠나 보고 들었던 모든 것을 말해야 하는데 독일의 위세에 기가 눌리고 있음을 확연히 느낄 정도였다. 잠시간의 위장, 독일이 자신들의 프로파간다와 이념을 전파하고 정치적 선전을 하기 위해 교묘히 펼치던 전술이었다. 그 옛날, 스포츠라는 신성한 투쟁은 그저 더럽혀진 추악한 투쟁이었다.

* 본 리뷰는 페이퍼로드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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