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심리학 실험실 - 집에서도 할 수 있는 50가지 초간단 심리실험
마이클 A. 브릿 지음, 류초롱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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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적어도 지구상에서는 가장 영리하고 고등한 생물이라 자부하는 인간이지만 그 행동은 바보 같기 그지없다. 1km에 가까운 마천루를 쌓고 화성으로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가운데 냉장고에 뭘 꺼내려고 했던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쩌면 그토록 어리숙한 면이라도 있어야 모자람이 가득한 우리의 뇌가 고장 나지 않고 온 평생을 함께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놀라움과 또 다른 의미의 놀라움으로 가득 찬 우리 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까닭이다. 3.14로 시작한 원주율의 소수점을 하루 종일 외울 정도로 놀라운 기억력을 지닌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사관의 말 한마디에 없던 기억이 머릿속에 딱 들어오기도 한다. 뇌의 작동 기제를 기반으로 한 인간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면 인류를 위한 이성과 비이성을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시작된 심리학 연구가 150년이 넘었다. 쥐나 원숭이와 같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점차 실제 인간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실험이 진행되었고 세기에 남을 결과들이 나왔다. 솔로몬 애쉬의 동조 실험이나 필립 짐바르도의 죄수-간수 실험 등은 인간의 비이성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악의적인 본능이나 도덕, 윤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많은 논란을 낳았다. 희망적인 실험 또한 많았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게 하여 일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한껏 고무시킬 수 있었다. 컴퓨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 생각했던 한계를 뛰어넘는 기억력을 만들기도 했다.

다만 그 실험들은 철저히 통제된 상황 아래에서 심리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학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것들이었다. 현대인은 각종 책이나 인터넷 자료 등을 통해 실험 결과를 쉽게 배울 수 있지만 역시 쉽게 배운 공부는 오래가지 않는다고 했던가. 매일같이 기억력과 관련된 심리학 실험 자료를 보면 무엇 하나.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것을. 플라스크가 뻥뻥 터질 것 같아 위험해 보이는 화학 실험이나, 집 안에서 블랙홀이라도 생기면 지구가 멸망할까 노심초사해야 하는 물리학 실험이 아닌 심리학 실험이라도 직접 해볼 수 있다면 적어도 하나는 기억에 남을 텐데.

<방구석 심리학 실험실>은 그동안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심리학의 실험 분야를 안방으로 옮겨온 책이다. 학문이란 무릇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여야 한다는 철학을 지닌 저자는 세기의 실험으로 기록될 실험들을 현대인이 쉽게 응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친구들이나 가족과 함께 바로 지금 이 순간 실험할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하며 심리학을 비로소 생활의 영역으로 끌어내린 것이다.

50가지에 달하는 역사 속 유명한 실험들과 함께 독자들은 잠시간 심리학자가 된다. 원래의 실험이 어떤 목적으로 설계되었고, 어떠한 통계 변수 아래에서 진행되었는지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학문적으로 기록된 실험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독자의 시각에 맞춘 간단한 실험을 통해 과학이 지닌 장벽을 낮추고 독자의 마음속에 '지혜'를 새긴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가 설계한 21세기 판 실험뿐만 아니라 과거의 그 유명한 실험들을 '결과'로서 접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부터 공부하며 다시 한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실험은 어서 빨리 친구를 불러내 사람이 얼마나 비이성적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픈 강렬한 욕망을 만든다. 비이성, 철저히 비이성적인 우리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심리학이 주는 지혜가 아니겠는가.

진짜 써먹을 수 있는 심리학, <방구석 심리학 실험실>이었습니다. ᅡ

* 본 리뷰는 한빛비즈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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