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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 네트워크 경제 입문자를 위한 가장 친절한 안내서
강성호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매자와 판매자,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날 자리를 마련해 준다. 근원적으로 살펴보면 양측이 만날 수 있게 도와줄 뿐 아무것도 하는 일은 없지만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공급자와 수요자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을 이용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만으로도 시장을 지배하기엔 충분하다. 세상은 어쩌다 '플랫폼' 제국이 된 걸까.
구매자나 수요자는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셈이다. 1억 명이 넘는 사용자가 카카오톡을 무료로 이용한다. 문자 메시지로 '알'을 소진하며 친구와 연락했을 때와 비교하면 혁명적인 자유를 얻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방 안에서 친구와 각별한 사이로 발전할 수 있지만 어떠한 비용도 들지 않는다. 밥 한 끼 먹을 필요도 없고 얼굴을 보러 차비를 쓸 필요도 없다. '공짜 점심'. 한쪽에게 주어지는 공짜 점심은 폭발적인 이용자 증가로 이어진다. 그것이 플랫폼 제국이 원하는 바이다. 사실 공짜 점심은 아니다. 판매자나 공급자는 자신들의 상품과 서비스를 팔기 위해 플랫폼 기업에 갖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수천만 명이 이용하는 플랫폼에 광고 하나를 올릴 수 있다면 바랄 것은 없다. 사실 공짜 점심은 플랫폼 기업이 먹고 있다. 다수의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초기에는 서버 운영비, 개발비 등 높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한번 유명해지고 나면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알아서 플랫폼을 찾는다. 추가적인 이용자 증가를 위해 필요한 한계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른바 '파이프라인' 기업, 즉 제조업이나 에너지 기업 등이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시장이다.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은 인터넷 혁명으로 시작된 네트워크 효과와 플랫폼 경제를 통해 미래의 사회를 심도 있게 탐구하는 책이다. 저자 스스로가 이야기하듯 양은 방대하지 않지만 깊이는 결코 얕지 않다. 네트워크 효과, 플랫폼 경제 등 오늘날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개념들을 하나하나 상세히 다룬다. 독자들은 책 한 권으로 인터넷이 만든 세상의 이면을 낱낱이 들여다보는 기회를 얻게 된다.
플랫폼 경제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기존의 구(舊) 경제는 시장이 가격을 형성했다. 수요와 공급, 판매자 간의 경쟁을 통해 적정한 가격선이 형성됐다. 플랫폼 경제에서는 경쟁을 찾아보기 힘들다. 메신저, 이커머스 등 특정 분야에서 선두로 치고 나온 기업은 거의 독점 기업이 된다. 카카오톡은 국내 메신저 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다. 덕분에 카카오톡이 상단 배너에 광고를 노출하고 다양한 실험적인 업데이트를 진행해도 사용자는 카카오톡을 떠날 수 없다. 결코 볼 수 없었던 구조이다. 사용자는 오히려 독점이 되길 원한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니.
덕분에 기존과는 다른 양상으로 미래를 흘러간다. 구매자와 판매자라는 두 유형의 시장 참여자와 그들이 속한 하나의 시장을 어떻게 해석할지도 고민이다. 플랫폼 경제라는 새로운 유형의 시장에 독점금지법 등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미국에서도 뜨거운 관심사이며 매번 다른 판결이 나온다. 지금은 자유롭게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에 걱정이 없지만 과연 완전한 독점 시장이 형성되었을 때에도 웃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마존이 마침내 미국의 이커머스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다면 아마존은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횡포에 가까운 정책을 펼칠 수 있다. 이미 말살된 이커머스 시장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없다. 과연 올바른 일일까?
플랫폼 경제뿐만 아니라 인터넷 환경이 만든 다양한 이야기를 두루 담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 또한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등장한 기술이며, 고객의 정보가 너무나 쉽게 유출되어 기업의 자산이 되고 있는 감시 자본주의 시대의 문제를 논하기도 한다. 읽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으며 생각하는 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플랫폼 경제, 결코 거부할 수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플랫폼이 완전히 지배하게 될 세상에서, 그렇다면 우리는 보다 지혜롭게 미래를 대비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플랫폼이 지배하는 미래,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미디어숲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