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선진국 - 앞으로 나아갈 대한민국을 위한 제언
박태웅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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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 전 UNCTAD(유엔무역개발기구)는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격상시켰다.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항이었고 1964년 창설 이래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지위를 획득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나라는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라는 말을 들어왔던 터라 반갑고 놀라운 소식이었다. 그리고 머리에 떠오르는 또 하나의 생각이 있었다. 저개발국가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선진국이든 그 나라에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삶이라는 것이었다.

선진국이 되어 보니 별것이 없다. 사회 속의 국민들은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원래 그런 것일까. 아니면 '진짜' 선진국이 되지 못해서일까. 속 시원한 해답은 얻지 못할지도 모른다. 복잡계의 극치를 보여주는 우리 사는 세상의 원리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세계 최빈국에서 70년 만에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의 일상을 돌아볼 필요는 있다.

<눈 떠보니 선진국>은 그토록 갈망했던 선진국이라는 지위를 얻은 우리 사회를 일상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현실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경제 규모 10위 권의 경제 강국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과 그것이 미래를 앗아가는 구시대적인 시스템을 조명하고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한 나름의 제언을 전한다.

활동을 제한하는 교육은 창의성을 말살시킨다. 움직임은 뇌 속 뉴런의 창발성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한창 성장해야 하는 학생들은 '엉덩이 공부법'이라는 조선 중기 발상에 사로잡혀 그저 외우고 외우고 또 외운다. 덕분에 스무 살이 넘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바보가 된다. 대학생이 되기 위해 국가가 요구한 것과 대학생이 되고 나서 갖추어야 할 능력에는 거대한 괴리가 존재한다.

GDP 일변도의 성장도 문제가 있다. 저자는 범죄가 증가하여 교도소를 여러 개 지어도 GDP는 상승한다고 말한다. 그게 올바른 일일까. 전혀 아니다. 부의 불평등을 개선하거나, 정치적 투명성을 높이거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등 '선진국'이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할 여타의 요소들을 이제는 신경 써야 한다. 1960년대의 성장기도 아닌 21세기의 '선진국'이 수치와 각종 지표의 제대로 된 의미도 모른 채 성장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은 우리의 상황이 얼마나 아이러니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교육, 경제성장, 정치 등 우리의 일상이자 생활인 모든 분야에 걸쳐 발전이 필요한 우리 모습을 조명한다. 다만 제언의 실효성은 의문이 든다. 현재의 상황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제언을 던지지만 우리 사회가 그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물론 정치판에 대한 비판과 제안은 늘 그래왔다. 관성에 의해 수십 년 동안 곪아온 것을 고치려면 시스템 전체를 바꾸어야 한다. '시스템' 자체이자 기득권인 세력들은 당연히 말을 듣지 않는다. 다만 저자의 과감한 제언 중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대한민국이 허울뿐인 선진국이 아니라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그 이야기들을.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는 착각, <눈 떠보니 선진국>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한빛비즈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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