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안드레아스 헤르만.발터 브레너.루퍼트 슈타들러 지음, 장용원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운전자를 보조하는 갖가지 기능을 추가한 최신 자동차는 1억 줄이 넘는 소프트웨어 코드를 자랑한다. F22 랩터 전투기의 경우 500만 줄, 심지어 페이스북의 경우에도 6천만 줄 정도로 예상됨을 감안하면 자동차 소프트웨어가 지나치게 복잡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향후 5년 후의 자동차를 생각한다면 지금의 기술은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자동차는 점점 더 복잡한 기계가 될 것이며 사람들의 인식도, 사회 속의 위상도, 명칭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자동차 산업'은 '모빌리티 산업'이 되었고 자동차는 이동 수단뿐만 아니라 업무 및 휴식 공간이자 공유의 대상이 될 것이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하나의 거대한 전제가 필요하다. 차량의 '자율 주행'이 가능해야 한다.

불과 20년 전에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과학 공상 만화에 자동으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상상 속의 기술'로 등장했다. 자율 주행은 이제 SF 소설에 등장하기에는 진부하다. 어느덧 현실로 이루어지기 직전인 '실재'가 된 것이다. 이미 아우디, 벤츠, 테슬라 등 유명 자동차 기업은 길게는 100km 이상 자율 주행에 성공했다. 심지어 도로 상황이 복잡한 시내에서 만일을 대비한 운전자도 없는 상태로. 이제는 차에 누워 책을 읽고 잠을 잘 수 있는 건가 싶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자율주행>은 SF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자율 주행 기술의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이다. 루퍼트 슈타들러 아우디 전 회장을 비롯하여 아우디 연구소 소장, 경영 전문가 등 자동차 산업을 공학적으로 그리고 산업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는 완벽한 전문가들이 힘을 모았다. 완벽한 '자율 주행'이 가능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분야의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히 자동차가 도로 위의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전부가 아니다. 기본일 뿐이다.

운전자가 운행을 하고 있는 현재의 경우에도 내비게이션 등의 기능은 존재한다. 자율 주행은 목적지까지 이르는 도로 상황에 대한 전체적인 판단과 주변 환경에 대한 행동 예측, 돌발 상황에 대한 윤리적인 판단 등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물론 보험 체계, 법체계 등이 모두 갖춰져야 비로소 실현이 될 수 있다. 40개에 가까운 챕터를 통해 공저자들은 자동차 산업의 과거, 현재, 그리고 '모빌리티'의 미래에 이르는 거대한 서사시를 완성한다.

자율 주행이라는 단어는 'AI'가 가지는 의미와 같다. AI가 단순히 컴퓨터 공학의 미래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시발점이자 사회, 문화, 정치, 기술 등 모든 미래상을 바꾸는 하나의 '핵'인 것처럼 자율 주행도 다차원적인 의미를 지닌다. 자율 주행을 통해 인류는 연간 수십억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토록 좋아하는 '효율성'을 빗대어 설명한다면 미국을 기준으로 연간 수천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셈이다. 최적화된 경로 설정과 안정적인 주행을 통해 탄소 배출량 또한 극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자율 주행이라는 근미래의 기술을 통해 환경 보호는 물론 삶의 질 향상, 새로운 문화의 출현,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태동한다.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자 하나의 혁명을 어찌 하나의 '단어'쯤으로 치부할 수 있겠는가. 많은 사람이 AI에 열광한다. 자율 주행은 AI, 로봇, 법체계, 윤리, 산업 등을 모두 포함한 혁명이다. 자율 주행의 의미를 놓친다면 우리는 정말 미래를 놓쳐버릴지도 모른다.

AI를 능가하는 모빌리티 혁명, <자율주행>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한빛비즈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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