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석양이 지는 별에서 - 화성을 사랑한 과학자의 시간
세라 스튜어트 존슨 지음, 안현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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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성에 버려진 식물학자의 감자 재배기, 맷 데이먼 주연의 '마션'에서 관객들은 석양보다 붉은 화성의 사막을 마주한다. 경이로운 비주얼로 관객들을 압도했던 아키딜리아 평원은 온전히 컴퓨터 그래픽 기술인 것만 같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실재의 장소라는 사실은 유명하다. 요르단의 와디럼 사막은 화성만큼의 산화철을 포함하지 않기에 아름답도록 붉지는 않지만 태양빛이 어스름해질 무렵이면 중동의 사막이 화성의 평원과 비슷한 형태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SETI(Search for Extra-Terrestrail Intelligence), 이른바 '외계 지적생명체 탐사'를 평생의 숙원으로 삼고 있는 학자들은 사막으로 향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척박하고 메마른 곳, 아타카마 사막과 같은 불모의 땅으로. 수십 년 동안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은 아타카마 사막은 깎이고 사라지지 않는다. 바람에 의한 풍화작용은 물론 존재하지만 대지를 변화시키는 가장 거대한 힘인 '물'이 없기에 수천 년, 심지어는 수만 년 전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화성과 무척이나 유사한 환경인 이 사막에는 화성과 마찬가지로 생명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수준의, 움직이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 모랫빛 사막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천문학자들이 떠난 까닭은 무엇일까. 생명의 힘이란 놀라워서 극한의 불모지에도 박테리아와 같은 원시성의 미생물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막의 태양 아래에서 품은 생각, 화성에도 생명이 존재하지 않을까.

화성이 뜨겁다. 물리적으로는 태양을 등지고 있는 (화성의) 하루 중 절반은 혹독하리만치 춥지만 지구인에게 화성은 향후 50년은 뜨거운 천체로 존재할 것이다. 인간이 아닌 고등 생명체를 찾기 위한 노력은 60년 전부터 시작되었고 화성은 언제나 그 중심에 있었다. 패스파인더,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화성 탐사선과 로버가 화성으로 향했던가. 당초 90일이었던 임무 수행 기간이 예기치 않게 6년 넘도록 이어지기도 하고 화성에서 바라본 지구, 그리고 그 너머 심연을 제대로 찍기 위해 수많은 엔지니어가 몇 주의 밤을 지새웠다. 화성이라는 땅에 발을 디딜 때마다 인류의 지식과 도전 의식과 더불어 욕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와중에, 이제는 화성 이주를 꿈꾼다.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한 전초 기지에서 우주 진출을 향한 역사적인 이정표로 화성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푸른 석양이 지는 별에서>는 붉은빛의 적막한 사막별을 향한 인간 탐사의 오랜 역사를 과학과 과학이 아닌 모든 것을 통해 함께 바라본 책이다. 화성을 이야기할 때 나일강의 삼각주를 빗댈 이유가 있을까. 화성 이후의 우주 시대를 이야기할 때 유클리드의 '원론'을 함께 이야기할 이유가 있을까. 광활한 우주에서 다른 지적 생명체를 찾는 이유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고독한 일이다. 앞으로 100년, 아니 100만 년 동안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할지도 모른다. 천문학자들은 그렇기에 밤하늘을 바라보기 위해 자신이 속한 사회와 문화, 오랜 역사 속에서 어떠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선배 학자들이 얻어낸 철학적 깨달음이나 아타카마 사막이 전하는 지구의 오묘함을 자신의 뇌리, 가슴, 머리에 새겨 넣어야 한다. 덕분에 붉은 별을 향한 우리의 여정은 인류에게 과학 이상의 사유를 제공한다.

냉전 시대부터 시작된 미국과 소련의 우주전쟁은 수많은 발사체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인간의 기술력으로는 화성에 닿기까지 적어도 수 년이 걸리기에 화성 탐사는 한 편 한 편이 영화 같다. 10년을 바라보고 시작된 계획 속에서 NASA와 천문학자, 엔지니어들은 고민했고, 좌절했고, 열광했다. 그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저자의 깊은 고찰이다. 자신의 사명을 지속하기 위해 인간 사회 속에서 찾아야 했던 수많은 의미들. 생각들. 사건들. '우주'라는 철학적 대상을 과학에 더불어 인간적으로 접근한 것은 인류가 화성에서 우주의 신기원을 찾아낼 수 있는 희망찬 가능성일 것이다.

붉은빛 사막별에서 찾아낸 우주의 인간적 의미, <푸른 석양이 지는 별에서>였습니다.

* 본 리뷰는 을유문화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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