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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 - 올드 사나에서 바그다드까지 18년 5개국 6570일의 사막 일기
손원호 지음 / 부키 / 2021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옛날 유구한 문명을 이룬 곳이었다. 거대한 인류 공동체를 의미하는 문명이 기원전부터 발현했던 곳에는 5천 년이 훌쩍 넘는 장구한 역사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기원후에도 그곳은 여전히 위대했다. 세계를 호령한 무시무시한 힘의 제국이 여럿 존재했다. 찬란한 문화의 상징이라 불리던 유럽 대륙을 공포에 몰아넣었고 많은 책과 많은 이야기와 많은 영화의 주제가 된 강력한 왕조가 시작된 곳이었다. 그토록 영향력 있는 그곳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가. '난민', '테러', '성차별', '억압' 등의 단어로 먼저 대표되곤 한다. 수천 년 전에는 장엄했던 그곳은 오늘날 어째서 정반대의 운명을 걷게 되었는가. 아니, 그보다 먼저 동방과 서방이 지니고 있는 그곳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은 과연 올바른 것인가. 건조한 모래사막 위에 찬란한 역사를 꽃피워낸 곳, 석유와 분쟁이 끓어넘치는 곳. 그곳은 아랍이다.
군 제대를 두어 달 남겼을 무렵, 무작정 이집트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국비를 지원받아 떠나기에 전국에서 4명을 선발한다는 장학생 선발에 덜컥 붙어버렸고 후끈한 열풍 가득한 아랍 문화를 처음으로 목도했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안 거쳐 본 아랍 국가가 없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명이자 왕조가 깃들어 있는 곳 이집트는 물론이거니와 외세의 손을 가장 타지 않은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모든 청춘을 신비로운 아랍 땅에 바쳤다. 테러의 공포 속에서 이라크의 사무실에서 먹고 자며 아랍을 공부했고 이집트에서는 물 담배 '시샤'의 은은한 기운과 함께 아랍인들과 하나가 되었다. 무엇이 한 사람을 이토록 아랍에 열광케 했을까. 비록 전 세계가 아랍 국가에 대한 편향된 시선을 지니고 있지만 그들 속에도 아름다운 문화와 매력적인 역사는 존재할 것이다. 지난 수천 년의 시간 속에서 세상에 숱한 영향을 미친 그 아랍의 장엄한 역사가 바로 한 사람을 아랍에 열광케 한 매력이었다.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는 세계 4대 문명 중 두 곳의 발상지이자 이름을 날렸던 강력한 왕조의 고향, 동시에 이슬람의 발원지의 '아랍'의 이야기를 생생한 감동으로 전하는 책이다. 아랍어로 태양을 뜻하는 '샴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저자는 아랍의 언어와 아랍의 문화를 배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사람이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이집트 땅으로 2003년 건너간 바로 그때의 선택이 저자를 '아랍의 왕'으로 만들어주었다.
시샤를 함께 즐기며 이집트인과 어울릴 정도로 아랍을 배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저자는 이슬람의 역사로 석사 학위까지 받으며 아랍에 푹 빠져들었다. 덕분에 그가 전하는 아랍 5개국의 이야기는 문화, 경제, 정치, 역사 등 다채로운 측면에서 풍성하고 매혹적이며 유익하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을 통해 저자는 정말이지 너무나 매력적인 이야기를 풀어낸다. 수도인 카이로보다도 유명한 알렉산드리아를 통해 고대 이집트 왕조와 그리스 문화가 융합되어 로마 시대에 이르는 역사를 설명하는 부분은 책이 끝날 때까지 지루할 틈이 없으리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테러의 땅이라는 오명으로 점철된 이라크는 사실 위대한 바빌론이 잠들어 있는 공간이었다. 종교와 민족이라는 금기의 영역에 의해 전쟁이라는 화마에 휩싸이게 되었지만 저자는 이라크 땅에서도 희망을 발견했다. 진정으로 순수한 아랍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예멘은 척박하지만 동시에 아랍의 훈풍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1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머물렀던 아랍의 국가는 이와 같이 저자는 물론 세상에 아랍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 것이다.
여전히 이슬람이나 무슬림, 아랍과 같은 단어를 듣게 되면 공포에 대한 트라우마가 떠오른다. 그럼에도 아랍이 공포의 상징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라크에 살고 있는 수많은 선량한 시민들 역시도 죽음의 공포에 맞서고 있다. 이집트와 리비아의 젊은이들은 독재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유'라는 깃발을 온 힘을 향해 흔들었다. 아라비아반도는 그 옛날의 찬란한 영광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고유한 속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다른 전 세계의 사람들과 똑같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람이 살고 있다. 저자는 바로 그 사람들에 매료되어 아랍에 머물렀다. 역사의 시간 속에서 저마다의 향기를 지닌 채 오늘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 저자가 전하고 싶었던 아랍의 시간 속에서 아랍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아랍 세계와의 공존을 꿈꿀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여전히 아름답고 위대한 아라비아반도,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였습니다.
* 본 리뷰는 부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