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자의 서재 - 더 넓고 깊은 사유를 위한 전공 외 독서
박정애 외 지음 / 담앤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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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박사 학위 소지자라면 평생토록 공부에 정진한 사람들이다. 특정 분야에 한정된 측면이 있겠지만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책을 읽고 거기에 더하여 스스로 연구를 하며 자신만의 학문을 개척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스스로가 책을 집필할 수 있을 정도의 지적 수준과 깊은 사유, 방대한 지식 체계를 갖춘 사람에게 책이란 어떤 존재일까.

책을 읽고 지식을 쌓는 일이 직업이 된 사람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책은 여전히 흥미로운 대상이다. 자신의 전공분야에서 벗어나 철학, 인문, 과학,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는 것은 자신의 세계를 달리 볼 시야를 제공하고 지식의 외연을 확장할 기회를 선사한다. 자칫 하나의 생각에만 심취할 수 있는 위험을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독서의 힘이 배가된다. 그렇기에 문득 다시 한번 궁금해진다. 전문가가 경험할 수 있는 독서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얼마나 거대할지.


'탐독사행'.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한 독서모임은 해마다 조금씩 멤버를 늘려간다. 모두들 공부를 할 만큼 한 지식인. 그들은 오히려 더 배움을 갈망하기 위해 스스로 독서모임을 만들어 새로운 책을 읽고 권하고 소개한다. 새로운 책을 '독'하여, '행' 즉 책 속의 가르침을 실천할 때마다 책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 그때마다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더욱 탐구해야 할 새로운 미지의 영역을 발견하고 나아가 삶의 한편에 잠시 잊고 있던 작은 지혜들을 깨닫는다. 책을 진심으로 사랑한 그들이 내놓은 한 편 한 편의 소감은 서로에게, 그리고 세상에 사유할 가치를 제공한다.

<생명과학자의 서재>는 탐독 사행이라는 독서 모임을 통해 만난 애독자들이 12편의 책을 선정하여 책이 전하는 아름다움을 엮어낸 책이다. 가장 쉽게 비유하자면 생명과학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의 책을 읽고 정성 들여 쓴 독후감이자 리뷰이다. 10여 장이 넘는 책의 각 장마다 주요한 메시지와 소회를 담아내기도 하고, 각자 지긋한 나이를 먹는 동안 느꼈던 인생을 자신의 '인생책'에 녹여 풀어낸다.

저자들은 모두 생명과학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이다. 덕분에 그 어떠한 분야의 책을 읽더라도 생명에 대한 철학과 사유, 의미를 찾아내는 부분이 인상 깊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이 소개하는 책은 예상 밖으로 다양하다. 마음 챙김에 대한 책부터 종교 서적, 자기 계발서까지 폭넓은 주제를 탐구했음을 알 수 있다.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기 위해 정성껏 고른 책 들이기에 한 권 한 권, 의미가 있는 책들이다.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유명 서적부터, 남모를 가치를 지닌 책까지 책 읽는 즐거움 중 하나인 '다음 책' 찾기를 행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과 상관없이 많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들은 전공이 아닌 새롭고 낯선 분야의 책을 통해 앎의 외연이 아닌 인생의 외연을 확장했다. 자신의 인생에 큰 깨달음을 전한 책을 정성껏 소개하고픈 저자들은 덕분에 <생명과학자의 서재>를 읽는 독자들은 마찬가지로 새로운 책을 경험하고 마음의 벽을 부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의 많고 적음이 아닌 새로운 앎과 지혜를 향한 갈망에 따라 무궁무진한 힘을 줄 수 있는 책을 통해 더 많은 독자들의 인생의 외연을 넓혀가기를 기원한다.

전문가에게 책은 어떤 의미일까? <생명과학자의 서재>였습니다.

* 본 리뷰는 담앤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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