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앤 넘버스 - 숫자에 가치를 더하는 이야기의 힘
애스워드 다모다란 지음, 조성숙 옮김, 강병욱 감수 / 한빛비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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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려한 이야기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장소 중 하나는 스타트업 투자 심사가 진행되는 심사장이다. 5분가량의 숨 막히는 제한 시간 속에서 기업이 탄생한 신화보다 더 신화 같은 이야기와 성장 궤도, 예측되는 한계, 한계를 뛰어넘을 또 하나의 전략까지 이어지는 압축된 이야기는 적어도 좌중에겐 귀 호강 그 자체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특히나 거대한 성공의 뒤편에 놓인 흥미로운 이야기들, 정확히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그래서일까. 세상은 온통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10페이지도 안 될 기업의 성장 스토리를 288 페이지로 잔뜩 부풀려 놓은 책이나 온갖 산해진미를 녹여 만든 강연까지 이야기로 흥한 세상은 더 많은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이야기는 자칫 거짓된 감성과 망상을 만들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내러티브만을 강조하는 시중의 서적들 때문에 사람들이 과도한 감정에 도취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냉정하게 자신의 상황을 분석하고 나아갈 길을 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책에 담긴 강력한 내러티브에 심취되어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옥시토신과 아드레날린으로 청자와 독자들의 마음을 공중에 붕 띄울 수 있는 내러티브를 통제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이성적인 존재이다.

숫자는 재미없다. 적어도 나를 포함한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는 그러할 것이다. 딱딱하기 그지없지만 이야기만큼이나 강력하다. 숫자의 세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나, 숫자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나 심장을 섬찟하게 만드는 전율을 만든다. 그럼에도 숫자 혼자서는 유능하게 움직이지 못한다. 숫자가 등장하는 환상적인 배경, 연출, 어조와 억양, 톤, 심지어 프레젠테이션의 시각 효과까지 함께 할 숫자는 전차 같은 존재가 된다.

숫자를 끼워 넣기 적절한 장소는 곧 내러티브의 한복판이다. 좌중이 지나치게 흥분한 그 순간, 이성을 되찾게 만들기도 하고 동시에 잔잔한 냇물 같았던 이야기를 격렬하게 뒤흔든다. 이야기와 숫자, 내러티브와 넘버는 서로의 장단점을 기가 막히게 보완한다. 스토리텔링의 대가가 이 둘을 환상의 파트너로 선정한 이유이다.

<내러티브 앤 넘버스>는 사람을 사로잡는 가장 강력한 도구인 스토리와 숫자를 더욱더 완벽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는 책이다. 각자가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는 '내러티브'와 '넘버'는 다행스럽게도 서로의 존재로서 서로를 완전하게 만든다. 마치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감정을 고취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스토리텔링과 이성적이지만 그 이성을 깨부수고 환호를 지르게 할 만큼 강렬한 숫자의 묘미는 상반되는 두 객체를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통해 가장 완벽한 마이크가 된다.

스토리텔링의 기본적인 정의나 장단점을 탐구하고, 숫자가 시대를 바꾸었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크고 작은 사회에서 주도적인 영향력을 잡고 싶은 이라면 이 위대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내러티브와 넘버, 둘 중 하나에만 강한 사람은 많지만 모두를 아우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존재가 바로 스토리텔링의 진정한 강자가 될 것이다.

스토리텔링 마스터가 되는 방법, <내러티브 앤 넘버스>였습니다.

* 본 리뷰는 한빛비즈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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