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임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 - 지혜로운 부모는 게임에서 아이의 미래를 본다
이장주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3 겨울 방학, 일련의 계기로 정신이 번쩍 들어 공부를 시작하기 전까지 좁은 거실에 있던 컴퓨터 1대는 조용할 틈이 없었다. 하나같이 게임을 좋아하는 말썽꾸러기들은 번갈아가면 게임을 즐기기에 바빴고 부모님은 공부만이 살 길이라며 게임하는 자녀들을 나무랐다. 돌이켜 보면 게임하고픈 자녀와 말리고픈 부모의 대립은 상처만 남겼던 것 같다. 인생에 좋다는 공부는 도통 재미가 없는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 게임을 하고픈 욕구는 그럴수록 더 커졌고 몰래 게임을 하다가 들켜 파국을 치닫는 경우마저 생겼다.
아마 많은 가정에서 벌어지는 작은 전쟁일 것이다. 어린아이들의 최애이자 어른들의 주적 '게임'을 둘러싼 치열한 대립각. 진정 이 전쟁은 인류사가 끝나도록 지속될 영원한 숙명인 것일까.
아이들이 게임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즐거우니까. 자신들이 현실에서 쉽게 이루지 못하는 일을 자유롭게 이룰 수 있는 가상 공간을 마다할 어린아이가 어디 있을까. 심지어는 방정식 하나 풀지 못하는 초등학생이 게임 세계에서는 잘나가는 멋진 캐릭터가 될 수 있다. 쌓여 있던 욕망과 과시욕, 성취욕을 한 번에 채울 수 있는 공간이 게임 속이다.
어린이들이 게임을 말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까 봐. 아이들이 폭력적인 게임에 접근하기 쉬워지면서 게임 속 선정성과 폭력성에 물든다는 부차적인 핑곗거리도 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안건은 바로 공부와 연관되는 것들이다.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집중력을 잃거나 공부에 영 취미를 못 붙여 또래 아이들에 뒤처지는 것이 부모가 상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부모에게 게임이 만드는 시나리오란 게임 속 시나리오와는 달리 지독한 것이다.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게임은 어른들이 생각처럼 해롭기만 한 것일까? 먼저 게임은 그토록 중독적인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중독의 질병학적 정의를 따져봤을 때 게임이라는 행위에 중독된다는 것은 무척 논쟁적인 주제이다. 그렇다면 어른은 무엇인가에 중독되지 않는가? 어른들 또한 스스로가 퇴근 후에 하는 일이라고는 유튜브나 넷플릭스로 재밌는 영상을 보는 것밖에 없으면서 게임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어른들조차 간편하고 힘들지 않고 뇌에 유희를 제공하는 행위를 좋아한다. 푹 빠지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중독적인' 수준까지 말이다.
아이들의 통제력이 어른의 수준만큼 높지 않기에 스스로가 통제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가정하자. 여전히 게임에 빠져드는 것은 나쁜 것이냐는 질문이 남는다. 아이에게 게임은 스트레스의 해소 수단이자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심지어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고 심지어는 게임을 잘 할 수 있다면 그것은 특정한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는 미래 진로를 새로이 설정할 수 있고 부모가 그토록 바라는 공부나 운동 등에 집중해야 할 때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우리 시대에 게임은 상당히 일반적이고 고차원적인 일상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게임이 불러오는 영향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현대인은 게임이 몰려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양자 간의 대화에서 보다 넓은 포용력과 폭넓은 이해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부모라면, 부모는 마땅히 게임이 자녀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판단하여 대화를 나눠야 한다. 게임을 그저 부정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자녀가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정서적 교감이나 성장, 심리적 안정 등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대화의 단절을 시작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물론 게임이 무조건 긍정적인 요소만을 지닌다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조차 자극적인 매체에 쉽사리 중독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부정적인 환경에 취약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자유롭게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고 때로는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는 게임은 분명 어른들의 시선에서 조정이 될 필요가 있는 대상이다.
자녀가 없는 독자들이 보아도 가슴이 울리는 대목이 많다. 자녀와 부모로 한정 짓지 않고 무언가를 매체로 교감하는 두 집단으로 대상을 확장시키면 책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한다. 그뿐만 아니라 메타버스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시대에 게임을 통해 어떠한 산업 기회가 생길 수 있는지도 엿볼 수 있다. 게임에 푹 빠져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렸던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음을 덤이다.
더하여, 게임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게임을 전문적으로 즐기는 것은 오히려 어른들에 가깝다. 스스로가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알면서 일방적으로 그 이면만을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어른이기에 어른답게 멀리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가졌으면 한다. 새로운 시대에는 그 지긋지긋한 게임이 자라나는 아이들의 희망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 본 리뷰는 한빛비즈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