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공간의 탐구 - 근현대 건축가 11인의 뮤지엄과 건축 정신
이관석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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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나리자'를 품고 있는 루브르 박물관은 프랑스가 전 세계 곳곳에서 수집 또는 약탈해온 수십만 점의 문화유산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예술품을 품고 있다는 세계 최고의 박물관이라는 점 외에도 루브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투명한 유리 피라미드이다. 고등학생 무렵 루브르를 찾았을 때는 그다지 인상 깊게 다가오지 않았던 피라미드였지만 후대의 사람들은 뒤편의 아름다운 궁정 건물과 대비되는 투명의 구조물이 루브르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며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스스로가 작품을 몸에 품고 있는 박물관이 또 하나의 작품이 되어 도시의 한편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바꾸어 놓은 빼어난 사례이다.

뮤지엄, 즉 전시공간을 꾸미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가들이 인고의 시간을 들여 완성한 예술 작품을 관람객들이 온전히 집중하여 빠져들 수 있도록 복도 구성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살아있는 뮤지엄이라면 탐나는 예술품을 하나 둘 모으기 마련이다. 때문에 뮤지엄은 애초에 완결성을 지닌 채 설계되는 것이 아니라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태어나야 한다. 공간이 얼마나 뻗어갈지도 모른 채 주변의 경관과 어울리며 동시에 내부의 전시성과 관람성을 챙겨야 하는 뮤지엄은 그렇기에 건축이라는 예술의 영역에서도 특히나 어렵고 다채로운 사고가 필요한 곳이다.

근현대 건축의 거장들은 하나둘씩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만한 '뮤지엄'을 탄생시켰다. 르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물론, 노먼 포스터, 프랭크 게리 등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창조자이자 예술가들이 구상한 문화공간은 스스로가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때로는 파격적이고 때로는 선도적으로 그려낸 공간의 예술 속에서 후대의 건축가들은 굵직한 선을 발견했다. 세기를 관통하는 건축 사조가 출발했고 각각의 뮤지엄에 담긴 건축 철학은 주거, 공공기관 등 다양한 건축물에서 새로이 꽃피운 것이다.


<뮤지엄, 공간의 탐구>는 거장들의 건축 철학을 세심히 살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감동스러운 작품이다. 근대 건축 거장 4인 중 3인을 '뮤지엄'이라는 하나의 주제로만 심도 있게 파고들며 그들의 파격성, 개방성, 창조성을 탐구했다. 3인은 세간의 비판에 부딪히면서 자신들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현대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부에서는 근현대로 넘어와 뮤지엄이 현대 건축 사조에 두루 미친 영향을 조명한다. 1부에서보다 세부적으로 뮤지엄의 전시 공간 곳곳을 사진과 설계도로 탐험한다. 스스로가 하나의 예술이 되어 내부에 위치한 예술품을 가려버리는 것은 아닌지 자칫 들 수 있는 의문 등에 답하며 저자는 도시 공간에 어울리는 거대 건축물의 의의를 세심히 살핀다.

자신만의 뚜렷한 건축 철학으로 인류 건축사에 한 획을 그은 건축가들이 쏟아낸 정수를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며, 예술이 머무는 공간이며, 도시와의 조화가 머무는 공간이기에 뮤지엄은 거장들에게도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 고뇌의 대상이었다. 그토록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탄생한 뮤지엄은 다시 멋진 건축물로 재탄생하였다. 뮤지엄에는 현대 건축의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저자의 멋진 시도 덕에 뮤지엄은 독자들의 마음마저 머무는 공간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이라는 예술의 근원, 뮤지엄 , <뮤지엄, 공간의 탐구>였습니다.

* 본 리뷰는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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