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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기억 1
윤이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1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평생 머무르고 싶은 기억도 있다. 머릿속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불현듯 떠올라 사람을 울고 웃게 만드는 기억은, 자신의 과거를 하나 둘 쌓아 올려 만든 '자아' 그 자체이다. 그렇기에 사람은 슬픈 기억과 행복한 기억 모두를 함께 지니고 살아가며 '사람다운' 삶을 살아간다.
그럼에도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지워야만 하는 기억이 있다. 과연 기억의 조각을 지워버리면 온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갑자기 사라진 퍼즐 조각처럼 일상처럼 이어지던 순간이, 그 빠져버린 조각으로 인해 다시 불행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그는 기억을 삭제하고 이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억을 지우고 행복을 찾아갔다. 자신도 어마어마한 명성을 얻으며 행복해지는 듯 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렇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둔기로 머리를 두 번이나 맞아 병원에서 깨어나기 전까지는. 잠시 끊어진 기억 너머 현실에는 19층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난 아내, 청테이프에 얼굴을 둘둘 감겨 방치되어 있던 딸만이 남아 있다. 이것마저도 그저 전해 들은 이야기.
저명한 의사였던 그는 이제 기억을 되찾고 싶다. 자신의 기억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기에 다른 이의 기억을 통해 과거를 살피며 '자신'을 찾기로 한 것이다. 그 기억 너머에 아내가 세상을 떠나게 된 진실이 존재할 것이기에.
<놈의 기억 1, 2>, 기억을 삭제하고 이식하며 자신에게 벌어진 끔찍한 참상의 진실을 추적한다는 스릴러물이다. 두 권에 걸쳐 진행되지만 결코 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기억'을 조작하는 주제는 사실 이미 흔한 주제가 되었다. 그럼에도 훌륭한 반전과 복선, 이야기의 말미에 느껴지는 먹먹한 감정 등은 충분한 몰입감을 준다.
기억을 찾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지워진 그 시간 동안, 그 기억속에 무엇이 남겨있을지는 마주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남아있는 기억으로 이루어진 그 자아를 그대로의 자신이라고 받아들인다면 기억을 찾는 일을 그만 여기에서 멈추는 것이 나을지도.
당신의 기억이 잘못되었다면, 그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면 당신은 기억을 찾겠다 말할 수 있을까.
드러난 기억 뒤에 존재하는 거대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가.
* 본 리뷰는 팩토리나인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