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부정 - 복간본
어니스트 베커 지음, 노승영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확실한 것은 세금과 죽음밖에 없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세금의 무거운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죽음을 짝으로 붙여 유명한 말을 만들었지만 온갖 불법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죽음은 피할 수 없다. 막대한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든,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자든 죽음의 공포는 황망하게 다가온다. 더 오래 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한 역사 속 인물들이나 현대인의 유명인들이 죽음 앞에 무너져 간 것을 보면 후대인들은 인생의 허망함까지 느끼기도 한다.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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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배기 어린아이는 죽음을 알지 못한다. 그저 울음보를 터뜨리고 유치원 친구가 가진 것을 자기도 갖고 싶어 떼를 쓸 뿐이다. 그런 아이에게 가족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말을 전한들 그 온전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 죽음의 의미를 처음으로 파악하는 나이가 되어도 죽음이 인생을 옥죄진 않는다. 허나 세상에서 소멸한다는 것,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자신이 진정으로 꿈꾸던 것을 시도조차 못한 채 눈을 감는 것은 빠르게 삶의 뒤꽁무니에 따라붙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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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호흡기를 달거나 몸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 거동조차 불편해지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인지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죽음을 접할 수 있는 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고 죽음은 생각보다 흔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예기치 않은 죽음은 살아있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죽음을 염두에 두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죽음이 인생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이다. 죽음이 자신을 덮치기 전 세상에 나름의 의미와 족적을 남기는 것, 그 숭고한 행위를 위해 전진하는 것. 인간의 본성에 존재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영웅주의'와 함께 사라진다. 영웅이 될 수 있다면 죽음을 불사한 용기를 끄집어 낼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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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부정>은 죽음이 지니는 의미를 마주하며 느끼는 인간의 형이상학적인 심리 기제를 논증한 책이다. 단순히 죽음의 고비에서 살아 돌아와 인생을 이전과는 달리 살았다는 식의 에세이를 많이 읽어봤지만, 이토록 철학적인 관점으로 접근한 책은 처음이었다. 어니스트 베커 박사가 스스로 이야기했듯, <죽음의 부정>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창조해내는 철학적 세계를 촘촘히 연결한 거미줄이다. 때문에 저자가 칭송해 마다않는 오토 랑케를 비롯하여, 지그문트 프로이트, 아들러와 융까지 '뇌과학'이 아닌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조상 격인 철학자들의 이론을 상당수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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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통해 살아가는 과정에 대한 철학적 고증을 더하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책은 실제로 육체적인 죽음을 부정하고 정신적인 영생을 완성하는 영웅주의 심리를 분석하기 위해 근현대 철학의 뿌리부터 접근한다. 독자들은 그 과정에서 각자의 삶에서 진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실현시키고자 노력하게 되고, 살아있음의 의미를 다시 따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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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남에 따라 죽음을 떠올리는 시간들이 많아진다. 자신의 죽음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지인 등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는 순간을 떠올리고 슬픔에 몸서리치기도 한다. 세상에서의 완전한 소멸, 죽음은 그렇기에 순간의 물리적 감촉을 소중하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이라도 사라질 수 있는 육체를 위해 끊어지지 않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간절한 몸부림. 죽음 속에서 다시 날개를 펼치는 전설의 새 피닉스처럼, 우리의 죽음이 삶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철학적 논증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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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삶으로 연결되기 위한 철학적 논증, <죽음의 부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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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한빛비즈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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