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권력의 비밀, 지도력(地圖力) - 지도를 읽으면 부와 권력의 미래가 보인다
김이재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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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간 시간은 다가올 시간을 준비할 저력을 손에 쥐여준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처럼 재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사랑하는 까닭은 결국 과거 속에서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때문에 역사를 다룬 교양서는 많은 경우 서점의 베스트셀러 서가를 한가득 채우고 있다.

반면 지리의 힘을 강조하는 책은 역사를 논하는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단순히 '역사를 읽는 법'과 '세계지도를 읽는 법'을 나란히 놓고 봤을 때 '역사를 읽는 법'을 사람들이 더 많이 찾을 것 같지 않은가. 최소한 세계지도를 읽는 법은 많이 보지 못했다. 무척이나 낯선 편이다.

한 평생 지도를 펼쳐 내일은 어떤 현장으로 떠날까를 고민하며 지리를 탐구한 한 사람의 눈에는 역사만큼 지리 또한 강력한 '권력'을 쥐여주는 도구인 것만 같았다. 우주 만물의 근원을 의미하는 '시공간'에도 역사를 의미하는 '시간'과 더불어 지리의 '공간'이 함께하는데 사람들은 왜 시간만 찾을까. 어쩌면 지리 속에 부와 권력, 명예, 성공으로 이르는 진정한 길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는데.

<부와 권력의 비밀, 지도력>은 지도 속에서 세계 패권의 흐름을 읽고 공간을 넘어 시간, 즉 역사까지 차지한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토지측량사 가문에서 태어난 미국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 더 멀리 더 빠르게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게 도와준 '말'을 로고에까지 삽입한 에르메스, 작은 땅 마케도니아에서 정복할 영토를 꼼꼼히 살핀 알렉산더 대왕 등 역사 속 위인들은 지리의 중요성을 알았다. 돈과 권력이 모이는 땅에 욕망이 용솟음치고 결국 그곳을 장악하는 자가 한 시대를 제패하는 '역사'는 반복된다. 현대인들이 그토록 알고 싶어 마지못하는 '역사'는 '지리'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 맥도날드 입지 신화의 시작, 레이 크록

맥도날드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레이 크록'은 52세의 나이에 맥도날드를 인수하여 20년 만에 패스트푸드 제국으로 만든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사실상 안 해본 일 없이 밑바닥부터 출발하여 거대한 성공을 이룬 이야기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무려 35년 동안 믹서기와 관련된 판매 일을 했었다. 미국 전역에 걸쳐 영업사원부터 영업관리자까지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며 믹서를 팔았던 그는 큼지막한 주의 골목골목을 모두 알고 있었다. 맥도날드의 '입지 신화'의 출발점인 것이다.

레이 크록은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서 연간 100만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휑한 시골 바닥이라면 아무것도 할 것이 없어 맥도날드를 즐거움의 공간으로 찾을 것이라 판단한 그는 적합한 입지를 속속들이 찾아 맥도날드 체인점을 성공시켰다. 35년 동안 전국을 돌며 미국의 지도를 훤히 꿰뚫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말과 함께 시작된 에르메스 신화

에르메스의 로고 속에는 마차와 말, 마부가 그려져 있다. '에르메스'라는 어마어마한 브랜드에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마차와 마부는 '그' 에르메스의 명성과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기도 하다.

튼튼한 말안장 등 말과 관련된 도구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에르메스는 더 멀리, 더 빠르게 확장하고픈 인간의 욕망을 그대로 이용했다. 머물러 있는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특별한 영감을 얻고자 하는 욕망으로 가득한 인간은 말에서 자동차로, 비행기로 탈것을 진화시키며 자신만의 지도를 점차 넓혀갔다. 여기에 군인들이 먼저 사용했던, 천에 탈것을 수놓아 사용하던 손수건을 실크 스카프로 히트시키고 버스와 포드 자동차를 자신들의 컨텐츠로 사용했던 에르메스는 지도를 확장시킬 수 있는 대상들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거대한 브랜드 파워를 형성할 수 있었다.

■ 로스차일드 가문 신화의 시작, 네이선

8대를 넘게 세계적인 부호 가문으로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은 유대인들의 지리에 대한 조기 교육으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스차일드 가문 초창기의 가장 유명한 일화인 '네이선' 로스차일드 이야기는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에서 출발한다.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 결과에 따라 영국의 국채 가격은 하늘과 땅 차이로 다른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었다.

과감한 성격의 네이선은 영국과 프랑스 측 모두에 스파이를 보내 누구보다 빠르게 정보를 수집했다. 대망의 격전이 벌어지는 날, 처음에는 영국의 수세가 불리했다. 이내 전세는 뒤집혔고 양측의 사상자를 모두 집계한 이후 모든 것을 확신할 수 있을 때 영국의 지휘관은 승리를 선언했다. 이미 하루 이상의 정보 시간차를 확보하고 있었던 네이선은 그 길로 거래소에 찾아가 자신의 국채를 슬그머니 팔아치우라는 명령을 한다. 그러자 네이선만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은 너도나도 영국 국채를 매각했고 가격은 순식간에 폭락한다. 그 틈을 타 조심스럽게 국채를 매입해둔 네이선은 약 30시간 뒤 영국의 승리 소식에 수천 배에 달하는 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평면 공간 속의 지리적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접한 그의 정보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지리'는 결국 머물고 있는 공간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계를 향해 꿈과 야망을 뻗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늘 마주하는 지루한 정보들이 아닌, 금광, 우주 기술, 석유 자원, 유동인구 등 가치 있는 정보가 숨겨져 있는 지리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 단순히 지도를 들여다보라는 것이 아니다. 실제의 현장이 가지고 있는 생생한 현장감과 흐름, 분위기 속에서 미래를 움켜쥘 수 있는 강력한 '정보'를 찾으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리의 힘은 결국 발로 뛰며 현장을 찾아가는 열정 속에서 극대화된다. 지도력이 시간이라는 역사마저 집어삼킨 그 생생한 현장 속에서 우리는 시공간을 지배하는 선지자가 될 기회를 마주할 것이다.

지리를 지배하는 자가 역사를 지배한다, <부와 권력의 비밀, 지도력>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쌤앤파커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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