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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의 모든 것 - 35년의 연구 결과를 축적한 조현병 바이블
E. 풀러 토리 지음, 정지인 옮김, 권준수 감수 / 심심 / 2021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병을 앓는 사람의 10%는 사망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판단으로 인한 사고 등으로. 25%는 완전히 회복하지만 병을 앓았던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를 포함했을 때이다. 다만 6개월 미만으로 앓는 경우 이 병을 앓았다고 보는 것이 쉽지 않다. 외의로 미국은 이 병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봐도 무척이나 막연하고 애매한 정의를 내렸었다. 광기와 평온, 환희와 절망에 사로잡히는 뇌질환, '조현병'이다.
조현병 환자들은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와 같다.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소음에도 몸부림치고 환각과 환촉 증상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환'이라는 한자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조현병을 앓은 경험이 없는 사람은 그와 같은 정도의 감각의 극치감을 느껴본 적이 없지 않는가. 우리의 감각이 그토록 예민해진다면 실제로 벌레가 살을 파먹는 듯한 느낌을 받을지도 모른다.
감정의 기복 또한 심해진다. 감정을 관장하는 중추에 손상이 생겨서 발생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감정의 요동은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다. 기복에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 또한 포함된다. 심한 경우 어떤 환자는 집에 불을 지르고 평온히 앉아서 TV를 봤다. 누군가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고요히 집을 나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조현병 환자는 외부에서 봤을 때 '광기'에 휩싸였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광기'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내면'을 오롯이 들여다보지 못했다면 누구도 환자들을 '광기'라는 말로 수식할 수 없다. 환자들의 마음속에 어떠한 불꽃이 이글거리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욱 어렵다. 자칫 주변인과 극심한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때로는 예기치 못한 행동으로 자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조현병 환자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어떻게 보다 편안한 삶을 돌려보낼 수 있는지 고민되기 때문이다.


<조현병의 모든 것>은 군더더기 없는 있는 그대로의 제목이다. '조현병'이라는 병증에 대한 정의와 증상, 역사부터 치료법, 사회적인 인식, 조현병 환자에 대한 접근, 조현병을 앓게 되었을 때의 대처법 등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는 백과사전이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에 이상이 생겨 발병하게 되는 조현병은 그 예후를 살피는 것이 무척 어렵다. 또한 오랜 관찰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조현병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6개월 이상 앓아야 조현병으로 진단하며 길게는 15년에서 20년 넘게 환자를 관찰한 케이스가 흔하다. 저자는 실제로 30년이 넘게 조현병 환자를 직접 인터뷰하고 조현병 환자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두루 섭렵하며 백과사전 격의 책을 펴냈다. 어떤 면에서 책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병증, 정의, 사회적 인식 등 거의 모든 주제에서 상황에 맞는 환자의 인터뷰가 등장하고 환자의 가족이 직접 펴낸 책의 인용구 등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조현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일생을 바친 저자의 애착이 잔뜩 묻어나온다.
현재에 이르러서도 뇌질환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좋지 않다. 손과 발이 아플 수 있듯이 뇌에도 손상이 생길 수 있고 다양한 요인에 의해 뇌질환을 앓을 수 있지만 환자들의 조금 '다른' 행동을 보면 모두들 눈을 흘기고 몸을 피한다. 조현병 또한 최근에 들어서야 '정신분열'이라는 이름에서 벗어나 학술적인 명칭을 지니게 되었다. 어감에서부터 부정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는 해당 질환이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손가락질을 당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질환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않으면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다. 분명 질환을 유발시키는 뇌의 부위가 다름에도 막연하게 접근하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치료 속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조현병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그 접근 방법을 차근차근 알아봐야 한다. 이미 우리 사회는 정신적으로 많은 질병을 앓고 있다. 서로간의 연결이 무뎌지고 살기 좋아지는만큼 비정상적인 행동과 개념들이 등장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 심지어는 자신 또한 언제든 조현병이라는 슬픈 공간 속에 갇힐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가 광기와 감각의 극치 속에 갇히게 된다면 그대로 자신을 포기할 것인가? 가족이 조현병을 앓는다면 그저 외면하고 말 것인가. 조현병 환자의 25%는 완치되고 25%는 상당한 수준으로 회복된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노력에 따라 조현병은 충분히 극복이 가능한 질병이다. 조현병 탐구에 인생의 모든 것을 바친 저자와 함께 조현병을 보다 달리 바라볼 필요가 있다.
조현병에 대한 상식과 편견을 부수다, <조현병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푸른숲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