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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처로 죽을 수도 있을까 - 심장외과의가 알려주는 심장의 모든 것
니키 스탬프 지음, 김소정 옮김 / 해나무 / 2021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배우자나 가족이 세상을 떠난 후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그 뒤를 따르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사랑하는 마음이 깊기에 벌어지는 감동적이고도 슬픈 이야기로만 받아들일 일이 아니다. 비통함을 느끼면 사람들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호르몬 분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심장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가해지는 극심한 부하는 마침내 심장을 멎게 만들 수도 있다. 마음이 심장을 멈추게 만들어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마음의 상처로 죽을 수도 있을까>는 마음 그 자체의 상징인 심장이 마음의 상처로 멈출 수도 있는가에서부터 시작된 심장의 모든 것이 담긴 책이다. 어릴 적부터 의사를 꿈꾸었던 저자는 가슴의 맨 바깥 살갗으로부터 엄지손가락 깊이만큼 들어가면 존재하는 심장의 두근거림에 푹 빠진 후 심장 전문의가 되었다. 처음 그 박동을 시작하면 한 사람의 생명이 끝날 때까지 평균적으로 3조 번 가량을 박동하는 지치지 않는 전기 펌프인 심장은 우리 몸에서 실로 가장 중요한 존재이다. 저자의 말처럼 심장은 팔을 움직이는 이두박근이나 다리에 있는 대퇴사두근처럼 생활처럼 움직이는 근육도 하루에 10만 번씩 움직일 수는 없다. 심장은 지치지도 않고 하루에 10만 번씩 박동하며 혈액을 한 번에 수만 km씩 순환시킨다. 인간을 인간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뇌가 죽는다면 '뇌사'로 불리지만 심장이 멈추면 말 그대로 '죽음'에 이른다. 이토록 소중한 심장이지만 사람들은 심장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투정 없이 평생을 일하기 때문일까.
책은 현대인의 암울한 생활 습관이 심장에 미치는 영향부터 슬픔, 우울함 등의 마음의 상처가 실제로 심장을 멈출 수 있는지, 100명의 갓난아기 중 1명은 심장 결손을 가지고 태어나는 다소 놀라운 사실 등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쏟아낸다. 질병을 앓는 것도 아닌데 슬픔이나 분노 등의 스트레스 가득한 상황에 처하면 심장이 실제로 아픈 것이라는 이야기는 놀라웠다. 비통함은 관상동맥을 일시적으로 좁힌다. 심장으로 향하는 동력원이 줄어들고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때문에 영화 '노트북' 등에 나오는 것처럼 평생을 함께 했던 배우자가 세상을 떠난 뒤 곧바로 사망에 이르는 것은 그저 감동을 위한 연출만은 아니다.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바로 심장마비이다. 심장에 흐르는 전류 신호에 문제가 생겨도 심장마비이다. 심장을 꾸준히 뛰게 만드는 몇 가지 장치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은 멈춘다. 극도의 슬픔은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심장도 '밥'을 먹어야 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은 했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는 사실 별로 괘념치 않는다. 마음이라는 로맨틱한 상징성 이전에 심장은 무지막지한 근육 덩어리이다. 더 크고 강한 심장 근육은 피를 몸의 말단 곳곳까지 빠짐없이 돌게 만들고 운동을 할 때에도, 잠자며 숨을 쉴 때에도 건강함을 느끼게 만든다. 그렇기에 우리는 심장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것들을 먹고 심장에겐 미안하지만 심장을 단련시켜야 한다. 저자는 심장을 위한 처방전을 통해 현대인이 겪고 있는 심장 적색 주의보를 해소시키려 한다. 앞서 말했듯이 군소리 없이 움직이기에 현대인은 자신의 심장이 점차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음주, 흡연, 영양소가 편중된 식습관 등은 사람들의 개별적인 특성과 맞물려 최악의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심장 또한 밥을 먹고 스스로 운동하기를 즐긴다. 심장은 튼튼해지고픈 욕망을 지니고 있다.
충분한 잠은 건강에 거의 무조건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지력 상승, 피로도 저하 등은 물론이고 심장에도 좋다. 그저 단순히 좋다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충분한 수면이 만들 수 있는 건강한 전기 신호 패턴과 호르몬 분비 등을 통해 심장과 수면과의 관계를 밝힌다. 물론 그렇다고 새벽까지 깨어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며칠 동안 밤을 지새웠을 때 심장이 '쿵-쿵' 불길한 소리를 내며 불안정하게 박동하는 이유는 알 수 있다. 심박소리가 귀에 들릴 때면 정말 잠을 자야 하는구나 생각했었지만 책을 읽은 후 더욱 확실해졌다. 살기 위해선 꼭 충분히 자야 한다는 것을.
마음의 상처로 심장이 멈출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처럼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이야기, 심장을 쥐어짜내는 나쁜 습관처럼 '마음' 서늘한 이야기가 함께 하는 책이었다. 병원에 가는 것이 아니라면 심장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라고는 많지 않은 우리에게 마음 그 자체인 심장을 마음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3조 번의 박동과 함께 인간을 뜨겁게 살아가게 만드는 심장은 어쩌면 뇌보다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존재가 아닐까. 인간으로서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어쩌면 무심코 찾아온 감동적인 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
심장을 마음 깊이 바라보다, <마음의 상처로 죽을 수도 있을까>였습니다.
* 본 리뷰는 해나무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