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이 되는 관계를 끝내기로 했다 - 소모적인 인간관계에서 해방되는 21일 프로젝트
마리옹 블리크 지음, 조민영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래도 살갑게 친구들을 챙기는 편은 아니었다. 소위 '인싸'처럼 어마어마한 친구 무리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친구들은 열 손가락은커녕 한 손으로도 셀 수 있을 정도.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피곤하다는 핑계로 그 한 손마저도 챙기지 못한지 오래다. 어느 날 문득 이러다 친구를 모두 잃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될 지경이다.

오랫동안 골머리를 썩게 하는 직장 일도, 먹고사는 걱정도 언젠가는 빛을 보기 마련이다. 회사에서의 일은 회사에 두고 나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떠한 '일'보다도 현대인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어쩌면 '관계'일 것이다. 예전 같지 않은 친구 관계에서 느껴지는 스트레스, 매일 연락해야 하는 유관부서 사람과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관계, 서먹해져 버린 연인과의 감정 등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는 시대가 지날수록 악화되는 것 같다.

실제로 사회가 점점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게 되면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어렵게 형성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 심지어는 최소한 자신에게는 스트레스만 주는 독이 되는 관계를 정리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는 독이 되는 관계를 끝내기로 했다>는 지난 20년 동안 빠르게 성장한 뇌과학과 정신의학의 영역 중 '애착관계'를 통해 자신을 진단하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을 설명한다. 만날 때마다 자존감을 깎는 사람을 만나지 말라는 이야기는 이제 진부하다. '관계' 자체에 연연하지 말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스스로의 주관을 지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많은 자기계발 서적에서 자신들의 숱한 경험을 통해 무척이나 '가볍게' 내뱉는 이야기가 아니었던가. 매일 출간되는 도서의 30%는 차지하는 흔한 자기 계발서에서 '흔하고' '가볍게' 논하는 이야기이기에 되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반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애착 유형'이라는 재미난 이야기로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그렇기에 새롭다. 쓰-윽 내용을 살피고 싶게 만드는 반가움이다.

안정형, 회피형, 양가형, 혼돈형. 이 4가지의 애착 유형은 당신의 인간관계와 인간관계로부터 당신이 느끼는 감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 안정형

안정형은 균형이 잘 잡힌 유형이다. 어릴 적 부모님,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적절한 사랑을 느꼈고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안정적으로 형성된 애착의 형태는 성인이 되어서도 유지된다.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인간관계에서의 스트레스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며 스스로를 잘 통제한다.

- 회피형

어릴 적에 충분한 돌봄을 받지 못한 경우 친밀감에 대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상대가 누구든 혼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며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기에 관계 자체를 회피하려 한다. 물론 그럼에도 장점은 있다. 독립적이고 능동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독립성과 사회성을 모두 갖출 수 있을 것이다.

- 양가형

우연히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 특히나 애착 유형이 한창 형성되고 있는 시기 부모님을 기쁘게 만드는 것을 알게 되면 아이는 그 희열에 집착한다. 사랑을 받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양가형이 되는 것이다. 사랑에 집착하게 되고 사랑받고 인정받는 것에서 극도의 자아 성취감을 느낀다. 삶의 목적이 상당 부분 편향되어 있기에 자칫 주관이 흔들릴 수 있다. 사랑을 받기 위해서라면 거짓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 혼돈형

폭발하기도, 집착하기도 하는 불안정한 유형이다. 눈 여겨봐야 할 점은 말 그대로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은 사랑을 갈구하며 집착하다 원하는 관계를 성취하지 못하면 폭발한다. 그로 인해 관계 형성에 애를 먹고 다시 문제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1% 수준의 몇 가지 특성만 뽑아낸 각 애착 유형은 유아기부터 이어지는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 책은 성인까지 이어지는 애착 유형을 통해 인간관계에 접근하는 방법을 논하고자 한다. 애착 유형은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각 유형이 마주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세부적으로 밝히며 당초 특정한 유형을 지니고 있을 독자들에게 상황에 맞게 유연한 대응 방식을 설명한다. 어렵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충분히 변할 수 있음을 가정하기에 저자가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이와 같은 애착 유형을 토대로 책은 심리학과 뇌과학의 흥미로운 사실을 더 꺼내어 놓는다. 남성과 여성이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차이와 자기애, 사랑에 대한 수용성 등이 녹아있다. 21일이라는 시간 동안 하루 하나씩 배워나가는 뇌과학적 인간관계론은 마침내 애착 유형을 바탕으로 독이 되는 관계를 끝내는 것에 이른다.

'선을 그어라'라는 말이 얼마나 쉬울까. 동시에 얼마나 무책임할까. 자신이 속한 애착 유형에 따라 '선을 긋는 일' 따위는 '따위'가 아닐 수도 있다. 인간관계를 대하는 선천적인, 그리고 후천적인, 또한 앞으로 바뀌어나갈 뇌과학적 태도에 따라 관계를 정리하는 방법은 확연히 달라진다. 자신의 애착 유형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까닭이다. 당신의 인간관계가 유난히 어려웠다면, 애착 유형과 함께 당신만의 인간관계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든든하고 따뜻한 사람들을 곁에 두는 방법을 비로소 깨닫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애착 유형에 따른 관계 정리법, <나는 독이 되는 관계를 끝내기로 했다>였습니다.

* 본 리뷰는 한빛비즈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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