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컨버세이션: 대담한 대담
황창규 지음 / 시공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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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0년 전 세계가 유례없는 감염병에 허덕이고 있을 때 삼성전자는 230조가 넘는 매출과 35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모바일 사업과 더불어 반도체 사업이 굳건히 세계 1위의 실적을 내고 있었기에 가능한 경이적인 수치였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글로벌 위기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계속할 것이다. 산업의 판도가 IT 기반 사회로 완전히 뒤바뀐 현재, 거의 모든 산업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 산업의 쌀, 반도체 분야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주하지 않고 경쟁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보다 더 열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에 삼성전자의 앞날은 밝아보인다.

흥미로운 사실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에서 철저히 후발주자였다는 것이다. 1990년 초중반 삼성전자가 기업의 명운을 걸고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세계 시장은 인텔과 일본의 도시바 등 몇몇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불과 몇년만에 세계 반도체 시장은 판세가 뒤바뀌었다. 변변한 생산 시설 하나 없던 한국의 기업이 도시바를 누른 것이다. 그리고 2005년 마침내 35% 가량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달성한 삼성전자는 2020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반도체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을 만들고 있다. 일본에서 기술을 수입하던 국가에서, 세계 1위의 원천 기술 제조국이 된 배경에는 '미스터 플래시', 황창규가 있었다.



<빅 컨버세이션>은 삼성전자 사장단 중에서도 역사적인 인물로 손 꼽히는 황창규가 '빼어난 스승'들과 만난 이야기를 엮어 낸 책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위대한 리더부터 그의 인생에 많은 깨달음을 준 역사 속 인물들과 단체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함께 해왔던 수많은 인물들과의 마음 속 대담이 담겨 있다.

'대담집'의 성격을 지닌 책들은 흔히 단순한 대화로만 구성된 경우가 많다. 편집되지 않은채 거의 날것 그대로 대화를 옮겨 담은 책은 중간중간 위트가 느껴지기도 하고 대화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 가는 재미가 있다. 다만 가끔 깊이가 부족하다는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빅 컨버세이션>은 '대담'을 표지에도 제시하긴 했지만 결코 단순한 대담집이 아니다. 자신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준 스승과 일생일대의 경험을 함께 하며 느껴온 '번뜩임'의 순간을 저자 스스로 갈고 닦아 차분히 펼쳐냈다. 덕분에 그 깊이가 무척이나 깊다. 이건희, 스티브 잡스 등과의 일화는 실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삼성 그룹 전체를 총괄하면서도 작은 분야 하나도 놓치지 않고 20년 후의 미래를 바라본 고(故) 이건희 전 회장의 통찰이나 오직 인류의 발전만을 생각하며 거침없이 전진했던 스티브 잡스의 실행력은 저자의 시선 속에서 더욱 힘을 얻어 재탄생한다. 저자 스스로가 스승들의 가르침을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글에서 진정성과 대담함이 묻어나는 것이다.

반도체라는 분야에 평생을 바친 저자의 프라이드가 강하게 묻어난다.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에 미국 가전제품 마켓인 베스트바이에서 가장 후미진 곳에 진열되었던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수도없이 많이 획득했다. 무어의 법칙을 넘어, 매년 메모리 용량이 2배가 된다는 '황의 법칙'을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학회에서 주창하고 반도체 공정의 새 표준을 만든 저자의 몫이 컸다. 덕분에 독자들은 세계의 흐름을 읽고 나아가 미래의 주요 흐름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반도체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왔던 저자조차 공부가 부족하다고 느끼며 매일같이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끊임없는 생각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최근 읽었던 책 중에서 무게감과 깊이감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책이다. 저자의 깊은 통찰과 진정성, 미래를 준비하는 것에 대한 중요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권오현 전 사장과 더불어 삼성전자의 '레전드' 중에 한 명인 황창규 저자가 인생의 위대한 스승과 함께 나눈 대담을 느껴보길 바란다.

황창규와 삼성전자의 가슴 뜨거운 도전, <빅 컨버세이션>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시공사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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