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 - 2021 세종도서 교양부문
김대수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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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조차 버겁지만 매순간, 벌어지지도 않은 미래를 꿈꾸며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는 격언이다. 정말일까? 그저 세상을 조금 더 살아간 인생의 선배들이 또는 일명 꼰대들이 자라나는 새싹을 겁주기 위해 지어낸 말은 아닐까?

조금은 상투적이고 고루한 문장이 되어버린 이 표현은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핫한' 분야인 뇌과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에도 상당히 높은 신빙성을 지닌다. 인간의 모든 행동과 생각, 나아가 삶을 통제하는 것이 뇌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실상은 우리의 삶이 뇌에 끊임없는 영향을 미친다. 25세 이후로는 '오직 퇴화뿐'을 외치며 뇌의 한계설을 주장하던 오래된 과학자들의 시대는 저물었다. 뇌는 말랑말랑하다. 실제의 촉감이 그러하듯 그 속성 또한 마찬가지이다. 설탕과 밀가루를 퍼붓는 현대인의 식습관이 뇌를 병들게 만들고, 잠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은 현대인의 손습관이 뇌를 잠시도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뇌는 우리를 지배하며, 동시에 우리에게 지배당한다. 이른바 신경 가소성이라 불리는 뇌의 중대한 특징이 주류 이론이 된 것이다. 덕분에 많은 현대인이 희망을 얻었다. 다소 머리가 나쁘게 태어난 것처럼 느꼈더라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의 습관, 우리의 행동, 우리의 생각이 뇌를 다시 태어나게 만든다. 스스로가 뇌를 지배하고, 그렇게 강화된 뇌가 자연스럽게 우리를 보다 나은 삶을 이끌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뇌'를 알아야 한다. 뇌 과학의 흥미로운 특징을 우리의 '뇌' 속에 꾹꾹 눌러 담아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은 첫 번째로 무척 쉽다. 결코 어려운 표현이나 난해난 문장들로 전문적이지 않은 우리 독자들을 괴롭히지 않는다. 뇌의 특성을 신경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신적, 철학적 측면 등에서 다각적으로 조명하며 우리가 왜 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즐겁게 설명한다.

전문적인 분야의 글은 언제나 지적 '앎'에 대한 욕구를 가득 채워준다. 흥미로운 점은 책에 바로 이 '앎'에 대한 진실이 적혀 있다는 것이다. 뇌는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실제로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아무것도 모르던 '무지'의 상태에서 아주 조금이라도 '앎'의 상태로 이동하는 순간 뇌는 극도의 흥분감을 느낀다. 변변한 도구조차 없던 고대의 과학자이자 수학자이자 철학자들이 놀라운 발견을 평생동안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 환희감, 희열감. 길게는 5천 년의 시간차를 두고 있는 현대인들이지만 고대인의 뇌와 많은 부분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오늘날 또한 '앎'에 대한 환상은 사람을 움직이게 만든다. 단 1%를 알게 된 셈이지만 마치 모든 것을 알게 된마냥 즐거움을 느끼며 또 다른 앎을 추구하게 만든다. 뇌는 이처럼 놀라우리만치 비이성적이면서 이성적이다. 인간의 뇌가 '앎'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지 않았다면 인류가 어찌 이토록 찬란한 문명을 꽃 피울 수 있었을까.

마찬가지로 뇌의 착각은 인간을 더없이 무기력한 존재에서 세상 제일 가는 슈퍼맨으로 만들기도 한다. 모두 뇌의 힘이다. 우리가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룰 수 있는 수준의, 하지만 성취하기 쉽지 않은 목표를 설정하여 조금씩 전진할 때 뇌는 다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다각적인 측면에서 구동할 수 있다. 목표를 이뤘을 때의 희열을 상상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행위들을 계획하고, 고난과 역경의 과정을 용감히 이겨낼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까지 개발된 어떤 컴퓨터도 이와 같은 논리 연산을 할 수는 없다. 오직 인간의 뇌만이 나약한 인간을 불굴의 인간으로 바꾸어 놓는다.

뇌를 이해한다는 것은 삶을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오래도록 안 좋은 습관에 잠식되어 지루하고 나태한 삶을 반복한 것 또한 뇌가 벌인 일이다. 다만, 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시절의 뇌가 만든 일이다. 엄청난 목표를 성취하고, 감정적으로 성숙한 인간이 되고, 도무지 극복할 수 없었던 특정한 분야에 대해 놀라운 수준의 지식을 갖는 일은 모두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뇌가 움직이는 기제만 충분히 이해한다면.

뇌 과학은 그저 흥미로운 교양거리가 아니다. 우리의 인생을 뒤흔들 근원적인 학문이다. 우리의 인생이 뇌 과학을 알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도록 뇌 과학의 세계를 탐구할 시간이다.

뇌를 지배하는 자, 뇌에 지배당하는 자, <뇌 과학이 인생에 필요한 순간>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브라이트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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