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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식단 - 죽을 때까지 머리가 좋아지는 한 끼의 기술
맥스 루가비어.폴 그레왈 지음, 신동숙 옮김, 김희진 감수 / 앵글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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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뇌는 우리가 먹는 것 그 자체이다. 머리는 타고나는 것이 맞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적어도 후천적으로 뇌의 퇴행을 늦출 수는 있다. 훈련을 통해 뇌를 발달시키는 것만큼이나 뇌의 기능에 영향을 주는 것이 있다. 바로 식단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뇌는 25세까지만 발달하고 이후부터 퇴행의 길만 걷는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최근 뇌과학계나 신경과학계의 주요 트렌드는 뇌가 신경 가소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우리의 생활 습관, 훈련, 식단 등으로 뇌가 심지어 50~60대의 나이에도 더 명석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전제에는 우리가 우리 몸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만들 수 있는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깔려 있다.
현대인은 두뇌뿐만 아니라 심혈관계나 소화계 등 우리 몸을 지탱하는 주요 기능들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의학적 성과를 이루었다. 또한 원한다면 얼마든지 몸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식습관을 선택할 수 있다. 먼 바다에서 영양소가 가득한 생선을 잡아올릴 수도 있고, 일년 내내 전 세계 곳곳에서 기른 건강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 50년 전만 해도 겨울철에 푸른 잎을 지닌 채소를 먹기 힘들었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오늘날 얼마나 양질의 조건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동시에 파괴적인 식단을 선택하기도 쉬운 조건에 처해 있다. 밀은 우리의 뇌를 탄수화물에 절여버렸다. 현대인의 상당수가 탄수화물 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정제된 설탕 중독과 더해져 집중력 부족, 인지 능력 저하라는 치명적인 뇌 손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원한다면 대량으로 생산된, 저렴하고 영양소는 없는 가공 식품을 언제든지 먹을 수 있다. 국가별, 지역별 특성이라고는 살펴볼 수 없는 채로 정제된 맛의 최대치를 갈구하는 방향으로 인류는 사육당했고 온갖 자극적인 음식을 찾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식습관이 우리의 몸을 병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천재의 식단>은 현대인의 식습관과 건강, 특히 뇌건강과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쏟은 맥스 루가비어의 신작이다. 밀가루, 유당, 설탕 등에 중독된 우리 몸은 만성 염증을 앓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자가 면역 체제는 고장나 정상적인 세포를 공격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뇌는 점차 흐리멍텅해져 브레인포그(뇌안개)와 같은 인지 능력 저하 현상을 겪는 현대인이 무수히 늘어나고 있다. 건강한 식재료를 어디서나 구할 수 있음에도 되려 뇌를 망가뜨리는 식습관을 유지하는 덕분에 뇌의 퇴행 속도를 촉진시키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철저히 각각의 영양소들이 우리 몸에서 어떠한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지를 통해 몸의 변화를 규명한다. 흰 설탕이 어째서 그토록 중독성을 지는지, 유익균을 죽이는 식습관이 장 건강과 마침내 뇌건강에까지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건강한 식습관이 몸을 다시 재생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등을 안내한다.
맛있지만 건강하지 않은 음식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 구미를 당기는 자극적인 음식은 한번 맛보면 계속 갈구하게 만든다. 결코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지 않는 방식으로 가공된 음식이 가득한 세상에서 상대적으로 자극적이지 않고 감칠맛이 덜한 음식을 먹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고민하는 사이에 우리의 뇌는 점차 썩어가고 있다. 총명함으로 가득해야 할 나이부터 뇌와 관련된 합병증을 앓기 시작하는 것이다. 선택할 순간이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같은 무시무시한 질환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지는 길을 택하거나, 맛있는 음식이 우리의 뇌를 계속 갉아먹도록 살아가는 길을 택하거나. 선택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 본 리뷰는 앵글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