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혁신 - 100년을 성장하는 기업들의 창조적 파괴 전략, 개정판 Harvard Business 경제경영 총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마이클 E. 레이너 지음, 딜로이트 컨설팅 코리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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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패러다임을 뒤바꿀 혁신을 들고 나온 기업은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다. 원시시대 수준의 검색 속도를 본질부터 개선한 구글은 초기 10년 동안 하늘을 찌를 듯한 성장 그래프를 쏘아 올렸다. 유명 배달 앱은 모바일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추어진 순간부터 10배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답답한 세상을 바꾸어 놓았으니 똑똑해진 소비자들이 기존의 구식 유물을 사용할 리가 없다. 새로운 혁신으로 몰려들고 혁신을 만든 기업은 자연스레 성장 궤도에 오른다. 허나 영원한 성장은 없다. 영원한 혁신도 없다. 세상을 호령했던 기업들이 어느샌가 시대의 흐름을 예측하지 못해 찬란한 과거를 뒤로하고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토록 혁신적인 기업이 구닥다리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장이라는 모두의 목표를 영원히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성장과 혁신>은 파괴적 혁신 이론의 주창자이자 <혁신기업의 딜레마>라는 스스로가 패러다임을 파괴한 책의 저자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남긴 또 하나의 역작이다. 얼마 전 세상을 작고한 저자의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혁신 이론이 흩어내는 숨결을 느끼며 기업의 성장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책은 <혁신기업의 딜레마>에 상당수 뿌리를 두고 있다. 현재 비소비 행태를 취하고 있는 구매층을 공략하는 파괴적 혁신이나 보다 하이 엔드, 또는 로우 엔드층을 공략하는 파괴적 혁신의 구체적인 사례를 케이스를 통해 설명하며 혁신 기업이 보여주는 성장 곡선을 보여준다. 논문 수준의 필체와 설명은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허나 담겨 있는 이야기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익혀야 하는 것들이다.

작은 것도 혁신이 될 수 있다. 혁신은 어쩌면 패러다임을 바꾸는 모든 것을 일컫는지도 모른다. 다만 반세기 전에는 실제로 '작은' 발견과 아이디어가 답답하게 흘러가던 세상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을 만큼 거대한 혁신이 될 수 있었지만 오늘날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혁신을 만드는 것은 눈물겹도록 힘들지만 한번 혁신이 임계점을 지나면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게 경쟁자들을 혁신을 '평범'한 것으로 만든다. 저자는 이와 같은 혁신의 아이러니한 점을 지적하며, 다양한 시각에서 혁신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같은 제품을 다르게 프레이밍 하여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가치'를 함께 제공하고, 관련 없어 보이는 소비자들을 끌어와 순식간에 고객층을 넓힌다. 그럼에도 혁신은 여전히 금세 범용화라는 괴물의 제물이 될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이다.

저자는 다양한 혁신 이론을 통해 소위 '혁신 기업'이라 불리던 기업들이 어떻게 몰락했는지를 탐구한다. 혁신과 성장을 만드는 데에 탁월한 역량을 지닌 관리자를 가만히 두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기업은 능력 있는 관리자를 더 많이 써먹을 수 있는 보직으로 옮긴다. 이제 막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 된 조직은 금세 탄력을 잃는다.

저자는 '혁신'을 통한 성장이라는 대주제를 통해 경영 전략 측면에서의 다양한 이론을 펼친다. 투자, 리더십, 기회 예측 등 기업가라면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주제들이 담겨 있다. 덕분에 다시 경영 전략 수업을 듣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다만, 이번에는 경영 전략의 본원이라 할 수 있는 저자의 심도 있는 강의라는 점이 달랐다. 경영 전략은 기업의 존폐를 결정하기도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거세게 몰아칠 변화라는 파도에 맞서기 위해 '혁신'이 진정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는 과연 '혁신'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본 적 있을까. 성장과 혁신 사이의 딜레마를 오래도록 연구한 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 볼 시간이다.

혁신기업의 딜레마를 잇는 또 하나의 수작, <성장과 혁신>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세종서적의 도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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