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이프
김사과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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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김사과의 신간 소설을 읽었다. 인물들이 디스토피아에 존재하는듯 따뜻하고 행복한 사람은 없었다. 무언가에 항상 과잉되어 있었다. 빠르게 변해가고 미쳐버린 세상에서 인간답게 (무엇이 인간다운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정신으로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누구가를 따라하며 살아가거나, 적응에 실패하여 귀신처럼 부유하거나, 마약에 중독되거나 하는 삶. 과연 이 시대에서 삶의 의미를 갖고 만족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김사과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시적인 문체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시대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그녀에게 놀라게 된다. 늘 작가로서 예리하게 시대와 사회와 인간을 관찰하는 것일 것이다.



인상적인 구절



p.113 번듯한 직업과 멀쩡한 남자와의 결혼, 그것이 딸에게 바라는 전부였건만! 그녀는 자신에게 평범하게 여겨지는 그 두가지 성추가 딸 세대에게는 최고급 사치재가 된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차라리 다이아몬드라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멀쩡한 결혼과 제대로 된 직업이라니, 그런 것이 요즘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P.137 그녀는 절약과 라이프스타일 두가지 모두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단지 무조건 모으기만 하면 되었던 시절에 비하면 좀더 복잡한 고난도의 게임에 참여하게 된 것이 김은영으로서는 흡족했다. 약간 출세한 느낌이랄까?



P.145 다들 김은영처럼 미친 절약형 인생을 살아온 탓에 모든 종류의 돈이 드는 활동과 오랜 기간 완벽하게 단절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돈이 드는 활동이란 물론 모든 종류의 사교활동을 뜻한다. 사람을 만나면 돈이 드는 것은 진리. 단돈 5000원이라도 허투루 쓸 수 없는 짠순이들은 사람들을 멀리하는 데 지극히 익숙하다. 어차피 인간이란 게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 자꾸 만난다고 해서 뭐가 그리 재미있고 또 득이 된단 말인가. 한푼이라도 더 모으고 또 모아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었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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