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E. M. 델라필드 지음,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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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산층을 위한 가벼운 읽을거리를 써달라는 편집장의 요청을 받고 1929년 12월 부터 매주 연재한 작품으로 지방 소도시의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매주 이 재밌는 일기를 읽었다고 하니 새삼 부럽다.
책 표지에도 적혀 있듯이 어른맛 '브릿지존슨의 일기'처럼 이 일기의 주인공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이 일기의 주인공은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거나 집안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때로는 자기도 몰게 거짓말을 하거나 수다에 심취하다 보면 어느새 남의 사생활 얘기까지 떠벌리는 귀여운 수다쟁이다. 문학을 사랑하지만 우아한 모임에서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작품이 화제로 올라올까봐 두려워하고 테니스와 말도 무서워 하는 그런 빈틈에 공감되고 웃음이 난다.
이 일기 안에는 100년 전 영국의 지방 소도시에서 살았던 한 여성의 고민과 허영과 갈망이 우리의 그것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도 놀랍고, 그 일기 안에 무겁지 않게 전쟁, 국제 정세, 정치, 미국이 대공황 등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도 좋았다.

[공감]

방은 얼음장처럼 차고 아까보단 덜하지만 여전히 벽난로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시시는 방이 아늑하고 좋다고 한다. 나는 나가면서 필요한게 있으면 꼭 얘기하라고 당부한다. 메모:손님방에서 종이 울리면 가보라고 에설에게 일러둘 것. 하지만 부디 그런일은 없기를.
(일기 중간에 메모나 기억할 것을 적는 버릇이 귀엽다)

남편은 매정하게도 시간과 돈을 낭비 하는 거라고 한다. 전보가 그렇다는 건 항구에 마중 나가는게 그렇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묻지 않는게 좋을듯
메모:가기전에 식료품 대금을 지불하면서 지난번 생강 쿠키가 눅눅했다고 얘기할 것. 단 그전에 에설이 뚜껑을 제대로 닫아 놓았는지 확인할 것

오후를 여유있게 보내려고 이른 기차를 탔다. 로버트의 낡은 가죽 여행 가방과 역시 낡은 나의 천 가방, 로즈를 위해 준비한, 갈색 종이에 싼 커다란 국화 한다 발, 샌드위치, 핸드백, 추운 날씨에 대비한 모피코트, 가는 길에 읽을 책, 마드무아젤을 신경 써서 역에서 건네준 삽화 잡지까지 챙겼다. 문득 떠오르는 의문 : 이 가운데 어떤건 버려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무얼?

집에 돌아온지 24시간 만에 지독한 감기가 시작된다. 로버트가 말하길, 여성회는 어디나 세균이 득실거린다나. 부당하고 터미니 없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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