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작하는 자화상 -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오은정 지음 / 안그라픽스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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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을 좋아한다. 특히 연필로 그린 드로잉 미술은 너무도 소질이 없어 그리기보단 보는 걸 좋아하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나도?'하는 생각이 절로든다.
꼭 잘 그리지 않아도 되는구나, 나를 표현하고 나를 알아가는 방법으로 자화상 그리기는 너무나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의 그림수업은 단순히 그림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자신 포함) 진심으로 알아가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따뜻하고 편안한 책이였다
가장 좋은건 다양한 자화상과 드로잉을 볼 수있다는 것이였다. 앞으로 내 서재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놓고 오며가며 들춰서 볼꺼 같은 이 책을 소개한다

[공감]

그림은 사진이 줄 수 없는 뭔가 다른 감정을 전달한다. 눈동자 하나, 코, 입가의 미소, 얼굴의 음영, 머리카락, 입술의 두께 등 붓질이 인물의 구석구석을 지날 때 마다 그림 속 인물이 궁금해졌다

미술 거장의 심오한 자화상을 보면서, 자화상을 통해 자신이 발견했던 사람들을 보면서, 내 안의 연약함조차도 자화상의 일부라는걸 알았다.

영혼이 살아 있으려면 자유로워야한다. 영혼이 죽어가려면 그 자유가 속박되고 구속당하면 된다. 나는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는 필요없다.

내 얼굴을 그려본다는 건, 생략되고 누락된 과정을 재생시키는 것과 같다. 그 과정에서 시간도 걸리고 부정하고픈 흉터도 발견하겠지만 그런 나를 찬찬히 대면하면서 무언가 밝아짐을 느낀다. 그 빛을 따라가다 보면 그간 희미하게 보이지 않던 나만의 진짜 얼굴도 발견할 수 있다.

매번 놀라웠던건 많은 이들이 백지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냥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찢든지 밟든지 마구 긋든지 전혀 상관없는데도 그 선 하나를 긋지 못했다.

나는 백지를 대하는 각자의 자세가 현재 세상을 대하는 자세가 아닐까 조심스레 추천해 보았다. 왜냐하면 그 동안 백지 앞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표현했던 공통 직업군이 있었는데, 바로 내면을 끄집어 내는 것에 익숙한 연극 배우들이었다.
백지를 적극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은 이미 내면의 표현을 충분히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나다움' 이란 '내 감정을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아닐까. '내 편'은 나다움을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이며 함께한 세월이나 몸담은 장소와 상관없이 저 멀리 있을 수도 있고 이미 내 주변에서 낯선 누군가로 존재하고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감정을 전달하는 무언가를 보완해야 한다. 사람의 그루밍은 포옹, 눈물, 악수, 높낮이가 있는 목소리일 수도 혹은 또 다른 몸짓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나와 너의 얼굴을 하나의 몸짓으로 그려보자

나의 무언가 궁금해질때 좀 더 진지한 마음을 품고 자화상을 대하면 그 과정 속에서 무수히 많은 감정을 경험하곤한다. 가끔은 당연하다고 여겼던 어떤 사람도 실은 내가 보고싶은 대로 봐오던 사람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망각의 기억을 소화시키는 과정이라면, 소화불량에 걸린 이는 그다음의 맛있는 음식도 즐길 수 없다. 즉 나쁜 기억은 우리의 삶을 마비시킬 수 있다.

다만 나처럼 겉으로 밝은 이들은 몰래 숨겨놓은 자신만의 웅덩이가 있다. 웅덩이의 짙은 고뇌는 그 누구도 대신 해결해줄 수 없다는 믿음 때문에 주변에 내색하지 않을 뿐이다. 차라리 어두침침한 음악을 듣거나 글과 그림으로 웅덩이의 검은 물을 퍼내곤 한다. 그건 내 웅덩이를 대면하는 의식인 셈이다.

성능좋은 브레이크는 차를 멈추는 것도 멋지게 멈춰준다. 갑자기 멈춰도 끼익 소리로 불안정하지 않고 언제든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엔진이 으르렁거리는 중에도 스르륵 완벽하게 멈춰준다. 불시에 출발하더라도 꺼진 시동을 다시 거느라 허둥대지 않아도 된다. 그건 마치 내가 지금 당장 원하는 걸하고 있지 않아도 언제든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오아도 같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 했던가. 인물화에서 첫 단추는 선긋기나 형태력 연습, 해부학이 아니다. '그려야 하는 이유'다. 내가 왜 저사람을 그리고 싶은지 혹은 왜 나를 그리고 싶은지. 그것은 자신의 느낌과 감정 관찰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버젓하게 그려야 하는 이유도 순위에서 밀린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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