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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 오늘 - 세계여행 후 시작된 일상 이야기
임지혜 지음 / 하모니북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퇴사 후 2년 간 해외 여행을 다녀온 작가님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다.
여행의 빛나고 찬란했던 모든 순간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를 진행하시는데 책 맨 앞장에 친필 사인에도 '길위에서 만나요' 라고 적어주실만큼 따뜻하고 긍정적인 느낌의 작가님 & 책이였다.
조금 아쉬운게 있다면 책을 읽으며 가보고 싶다, 어떤 모습일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긴 했지만 실제 사진 한장 실려 있으면 참 좋았겠다 싶다. 특히 이 부분을 읽었을때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살면서 고속도로에서 코끼리를 마주치는 일을, 살면서 누가 한번이라도 상상해봤을까? 이 순간이 나에게는 동화책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나에게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마법 같은 순간 말이다. 인생이 알 수 없는 것처럼 여행도 수많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드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귀염뽀짝한 그림들이 아쉬움을 달래주긴 한다.
작가님이 미술관을 왜 직접 가서 감상해야 하는 지 이야기 할때는 너무나 공감이 가서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니 사진이나 책이 담을 수 없는 시각적, 공간적 질감과 그림이 내뿜는 아우라가 있었다. 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미술관에 와서 경험하게 된 것이다. 미술관과 박물관에 가야 하는 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는 이유도 특별히 그 작품에 대해 지식과 통찰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나를 이끄는 작품이 있고, 그 장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것 때문에 가는 것이였기 때문이다.
[공감]
배낭의 무게를 인생의 무게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미련만 가득한 배낭이라면 짐은 언제나 짐일 뿐이다
여행 일기장은 글 대신 그림으로 채워 넣었는데, 그림에는 그때 그 수간으로 나를 이동시켜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글들이 미처 채우지 못한 여백에 그림을 그려넣었지만 그림 실력은 물음표다
나는 그렇게 나를 다시 길 위로 올려놓고 경주하듯 달렸다. 그리고 끊임없이 남들과 나를 비교하고 스스로의 위치를 되물어보며 서서히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면서 나는 스스로 불행하게 만드는 일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이런 굳은 다짐은 취업의 문턱을 넘지 못하니 나를 더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괜찮치 않았다.
흔들릴 때마다 나는 여행을 생각한다. 여행 중에는 나는 그냥 여행자 일 뿐이다. 나를 따라 다니던 나이, 학벌, 출신 등이 전혀 중요하지도 않고 소용도 없다. 그래서 가장 나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를 생각하며 내게 가장 중요한 단어들을 떠올린다. "나" "지금" 그리고 "함께" 이 단어들만 기억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주문이 된다.
그렇게 스스로 답을 찾고 묻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이것이 직장인들에게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슬럼프였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내 인생에서 내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본 순간이었을 수도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선택을 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찾아왔고, 나는 그동안 꿈꾸던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혼자 사색하는 시간, 누군가와 눈 마주치는 순간, 누군가의 온기와 냄새들을 아직은 담을 수 없기에, 모든 것너무 빨리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세상에서 조금은 느려지고 싶다. 그래서 여행이 조금은 촌스럽고 싶다. 조금 더 저렴하게 여행하고, 남보다 더 신나는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건강한 여행을 하는 것이 스마트한 여행의 기준이 되었으면 좋겠다.
거창하지 않은 모든 것들이 여행이 되었고, 나의 인생의 한 페이지를 함께 써 내려갔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서서히 알게 되었다. 주인공은 누군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인생에 주인공으로 등장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인생에 등장했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 스스로 길을 만들어가게 되었다
여행을 떠나는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행을 떠나기 앞서서 전에는 많은 변명을 하게 된다. 나이를 탓하기도 하고 여유를 탓하기도 하고, 시간을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완벽한 타이밍은 없는 것처럼 못간 것을 후회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떠난다면 이전의 여행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