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는 행위는 페달로 원을 그리며
바퀴를 굴리지만 그 결과는 앞으로 나아가는
선으로 나타난다.
이런 자전거를 타는 행위는 두 가지로 표현될 수 있다.
페달을 밟는 것과 바퀴를 돌리는 것이다.
이중에서 바퀴를 돌린다는 표현은 더 시각화 되기 쉽다.
바퀴를 돌린다는 것은 둥근 자전거 림으로 무수한 원을
그려나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완벽한 세상이 있다면 그 곳에는 신들만 사시라고 하겠다
그저 나는 오늘도 자전거 바퀴가 사각 바퀴가 아니라
원 인것에 감사한다. 그 원 속에서 세상을 보고자,
자전거 안장 위에서 지나는 사람에게 길을 묻고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다. 아는 길도 물어 가야겠지만,
묻는 시간에 세상을 마주하게 되고 그 시간에 숨
고르면서 한 템포만 늦추면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다.
이렇게 장만한 자전거는 서서히 생명을 얻어
자신의 분신이 된다.한낱 운동기구가 아니라
자신의 분신이 된다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기까지에는 많은 시행착오와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값진 일도 없다.
그런 보이지 않는 질서 속에 몸으로 느끼는 동료들의 배려는 아무리
힘든 레이스에서도 가는 거리만큼 차곡차곡 기쁨으로 쌓인다.
그 기쁨이 저축이 되어 힘들어도 항상 웃을 힘의 원천이
되고, 내 편안함이나 기쁨보다 우리 전체의 기쁨이 먼저라는
공동체 의식이 자연스레 생기게 된다.
'바람의 말'이라는 뜻을 가진 5색의 룽다 깃발은 아무 데서나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보통 고갯마루에 설치하는 것 같았다.
쉽게 눈에 띄는 곳이나 그 지역에서 가장 높은 언덕, 고갯길 제일
높은 곳에서 바람에 펄럭이는 5색의 룽다를 볼 수 있다.
페달을 밟을 때면 '누가 더 멀리 더 빨리 가나?하는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한계에 도전하는 것에 초연할 수 있나' 하는 문제로
다가갈 수 있었다. 내가 힘들때면 너희도 편치는 않을 거라 자위하면서
열심히 페달을 밟다 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쉬어
가자는 말이 나오게 된다. 이럴 때 나이와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인내와 끈기의 차이를 볼 수 있었다.
지금 오는 길이 가는 길이 될 수도 있으며, 가는 길이 오는 길이 될 수있다.
오고 감이 자전거 바퀴가 둥근 것만치 한 원 통속에 이루어져 구태여
구별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얼마나 가야 할는지는
모르는 길이지만 다만,
"돌아가는 길이 있을 뿐 결코 안장 위에서 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