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과 과학의 화해 - 급진적 종교 개혁파의 관점에서 본
낸시 머피 지음, 김기현.반성수 옮김 / 죠이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님은 왜 과학을 사용하실 수 없는가?

 

래리 노먼은 1972년에 기념비적인 노래를 발표한다. 바로 저 유명한 노래 “Why should the devil have all the good music?(왜 마귀가 좋은 음악을 다 가져야 하나?)이다. 록 음악이 사단의 음악으로 치부받아 많은 반대를 받던 시절 노래 한 곡으로 록 음악 반대론자들의 기를 눌러주었다. 그러나 21세기가 되어도 록음악, ccm을 반대하며 거룩한 찬송가만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최근 모 선교단체에서 수련회에서 EDM 음악을 사용했다가 격렬한 논란에 휩싸인 것을 보면서 아마 이 논란은 세상 끝날까지 가겠다 싶었다.

 

이와 유사한 영역이 있으니 바로 과학이다. 이 책의 저자 낸시 머피는 과학에 대한 두 가지 모델을 소개한다. ‘갈등론두 세계론이다. 그러나 현재, 그리고 여전히 갈등론이 대세이다. 두 세계론만 제시해도 이전과 다른 시선을 각오해야 한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창조과학이라는 이상한 모델이 한국 교회에 퍼져있다. 이미 반론이 증명되었거나, 고리타분한 과거의이론을 바탕으로 성경의 모든 것을 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한다. 아마 이것 때문에 한국 교회는 과학과 더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지 모르겠다.

 

낸시 머피는 이 두 모델을 다 거부하고 새로운 계층 모델을 제시한다. 저자는 신학과 과학의 유사성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설득해 간다. 신자들의 신앙 탐구 과정을 과학의 가설연역적 방법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 부분에서 감탄을 했다. 신실한 믿음을 가진 과학자의 시선으로 하나님을 찾아가는 과정을 이렇게도 볼 수가 있구나라는 고개 끄덕거림속에 설득이 되었다. 영성가는 영성가의 시선으로, 성서 학자는 성서 학자의 시선으로, 과학자는 과학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후 저자는 이런 바탕 하에 창조, 영혼, 부활, 진화에 대한 자신만의 주장을 펼쳐 나간다. 이 책을 비록 얇지만 가독성이 좋은 것이 아니다. 평소 과학과 종교에 대한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면 이 책이 내용을 다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 기독교 출판계에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지 않은 까닭이다. 그나마 국내 학자에서는 우종학 교수가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중간 단계의 책이 없이 갑자기 점프해서 새로운 논지를 읽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럼에도 이 책의 출판이 무척 반갑다. 얼마 전 한 초등학생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목사님, 카오스 이론은 진짜에요? 그럼 성경을 믿을 수 있나요?” 정체되어 있는 윗세대와 달리 다음 세대는 이미 새로운 선을 넘었다. 이들에게 신학적 과학의 시선으로 납득을 시켜야 하는 시대가 이미 지났다. 물론 신앙은 신비다. 신비의 바다를 과학이라는 도구로 다 항해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많은 항해의 도구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이 초딩에게 그럴싸한 대답을 해주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집어 들고 정독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