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다, 믿다, 하다
손성찬 지음 / 죠이북스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삐딱하게 제대로

 

시원하다. 냉수 한 사발을 들이킨 것 같다. 이런 유의 책들은 제법 나왔지만, 너무 학문적이거나, 기존의 주장을 반복 재생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책은 동네 약수터와 같이 누구나 와서 마시면서 목을 축일 수 있다.

 

청년 시절, 첫 직장에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 회식 자리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믿음 좋은 교회 오빠는 전혀 몰랐다. 부장이 주는 한 잔 술을 거절했다가 직장에서 왕따 생활을 자처해야 했다. 청년부 목사님께 고민 상담을 했다. 목사님은 쿨하게 대답해 주셨다. “새벽기도 나와!” 내가 기도하지 않아서 이런 상황에서 흔들린다는 것이 요지였다.

 

아마 대부분의 청년 그리스도인들이 겪었을 일화이다. 이밖에도 무조건 믿어라!’, ‘신앙은 단순한 거다’, ‘넌 생각이 너무 많아등등 우리네 기독교의 상황을 보여주는 구호들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왜 우리의 삶과 신앙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그치게 되었을까? 왜 삶의 여정 속에 길을 찾는 것을 멈추게 되었을까?

 

그 결과 현재 한국 기독교는 역사와 개인의 삶에 대해 답을 주지 못하는 종교가 되어 버렸다. 아니, 답을 주지 못해도 좋다. 적어도 함께 앉아서 고민을 해줘도 좋으련만, 그마저도 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장년들은 그저 해왔던 대로가 답이라고 강변하며, 지쳐버린 젊은이들은 고민이라는 어려운 길을 마다하고 그저 정답만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삐딱하다. 그러나 제대로다. 저자는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하고, 처했을 상황을 뽑아냈다. 읽으면서 ? 내 이야기인데..’ 할 사람 많다. 여기에 슬쩍 딴지를 건다. 그러나 과하지는 않다. 저자는 보수적 성향위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여지를 던져 준다. 한쪽으로 치우지치 않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할 수 있다.

 

이 책은 무척 쉽다. 누구나 술술 읽을 수 있는 친근하고 재미난 문체로 서술한다. 꼭 교회 형이 동생에게 들려 주는 이야기 같다. 그러나 가볍지만은 않다. 저자의 풍부한 독서와 성경신학적 토대위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저 이건 아니야가 아니라 합리적 근거와 해석을 통해서 고민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한다.

 

무엇보다 저자가 직접 겪은 경험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은 대중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저명한 학자가 자신의 이론을 어렵게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고, 권위 있는 목사가 내 말만 믿으라고 하지 않는다. 무조건 이것이 맞다라고 하지 않고 자신도 고민했고, 하고 있으며, 같이 생각해 보자고 권하고 있다. 그래서 더 고개가 끄덕여 진다.

 

수 없이 고민하고, 고민했을 저자가 쓴 이 책을 모두에게 적극 추천한다. 특히 청년 그리스도인들에게 일독을 강추한다. 우리의 신앙은 주님 오시는 그 날 까지 의심과 확신을 오갈 것이고, 넘어지고, 일어나는 것을 수 없이 반복할 것이다. 그렇기에 다시 뵈올 주님 얼굴이 너무나 반가울 것이다. 오늘도 삐딱하게, 그러나 제대로 걸어가고자 하는 이들을 이 책은 위로하고, 격려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