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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인간 실격 ㅣ 북로드 세계문학 컬렉션
다자이 오사무 지음, 북트랜스 옮김 / 북로드 / 2014년 12월
평점 :
이 책은 리뷰로 몇 자 남기는 걸로 끝내기에는 너무 아깝고, 사람들과 후기를 나누며 많은 토론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책이다.
가장 단순한 차원에서 느낀 점은 첫째, 내가 타인과 세상을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든 그것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특히 어린 나이 일수록), 둘째, 인간에 대한 강제된 사회화는 한 개인의 인격형성 및 사회화에 독약을 뿌리는 것과 같다는 점이다. 소설의 내용과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의 인생을 같다고 봤을 때, 요조 아버지의 자녀양육방식 및 집안분위기, 정치인인 아버지에 의해 강제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회화가 요조의 부정적 사회관, 인간관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너무 인상깊은 책이지만 더 특별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2개이다.
첫번째는 호리키가 요조의 또 다른 자아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들게한 두 개의 장면이다. 요조가 요시코와 결혼해서 술도 끊고 잘 살고 있는데 호리키가 찾아오면서부터 요조가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장면 그리고 호리키와 요조가 요시코의 정사 장면을 목격하고 나서 호리키가 요조에게 요시코의 외도를 용서해라 너도 어차피 변변찮은 녀석이지 않냐고 말하는 장면이다. 이 관점에서 인간 실격을 다시 읽어보면 좋겠다.
두번째 인상깊었던 부분은 요조가 여자의 가슴품에서 안락과 안도를 느꼈다고 묘사하는 부분이다. 타인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항상 방어하고 숨기며, 모든 세상을 적으로 상대하는 요조는 모성으로부터 보호가 필요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와 요조를 동일한 인물로 봤을 때, 다자이 오사무는 그의 나이 33살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있었는데 소설에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봐서 어린 시절 어머니의 역할이 미흡했고 따라서 모성에 결핍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말한대로 호리키와 요조가 ‘동일인물 다른자아‘라는 관점에서 한 번 더 읽고 싶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정말 궁금해지는 책이다.
읽는 동안 나의 한 시절 내 내면의 일부인 것 같은 동질감도 많이 느꼈고, 20대 초에 이 책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아마 그때 인간 실격을 만났다면 나의 정체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