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얼마나 아름답게 쓸까- 하는 게 궁금하여 펼쳐든 책. 하지만 첫 장을 읽고서 내가 누군가를 아주 평면적으로 단정 짓고 보는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사연을 품고 있듯 이 책의 작가인 최지은 시인에게도 그녀만의 이야기가 있었다. 최지은 시인은 어린이 지은이 홀로 감내하던 아픔들을 꺼내어 새로운 이야기로 바꾸어주고, 그렇게 어린 시절과 현재 사이에 생긴 틈을 채워간다. 어린이 지은이 겪은 슬픔들은 어린이였던 내가 겪은 슬픔들과는 결이 조금 달랐지만, 나 또한 나만의 이야기를 품고 있기에 같은 마음으로 어린이 지은에 공감할 수 있었다. 어린이 지은의 손을 맞잡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책을 읽은 기분이었다고 할까. 아프고 슬픈 기억을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꼼꼼히 살펴보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더 이상 아프고 슬픈 기억으로 남지 않도록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 정말 좋았다. 다른 수식어를 덧붙일 필요 없이 그냥 정말 좋았다. 나는 슬픔을 어떻게 대하더라. 최지은 시인처럼 생각하려고 하지만 결국 슬픔을 슬픔으로 그곳에 그대로 묶여버리는 것 같다. 유년 시절뿐만 아니라 인생의 모든 순간에서 상처받을 수 있는데, 그런 모든 순간들에 아픔이 아닌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