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월가의 변호사 벤은

왜 마운틴폴스의 사진가 게리가 되었을까?

 

전 세계 30 여 개국에 판권이 팔린 더글라스 케네디 대표작!

아마존 프랑스 베스트셀러 1 !

프랑스에서 영화제작 중!

 

 

밀리언셀러를 바라는 출판인에게는 꿈같은 작품!

- 르 피가로 매거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끝나는 걸 두려워하며 읽는 소설!

- 뉴욕타임즈

 

 

 

 

 

 

 

 

-빅 픽처(본문 中)

(1)

 나는 침대로 가 옷을 벗고 아내 옆에 누웠다 . 아내는 죽은 듯 자고 있었다. 아내의 벌거벗은 등을 껴안고 목덜미에 입을 맞추었다. 혀로 왼쪽 어깨를 애무하다가…….

  혀에 거친 이질감이 느껴졌다. 지난밤에도 똑같은 위치를 혀로 애무했지만 분명 없었다. 손가락으로 그곳을 만져 보았다. 거칠거칠했다. 눈으로 확인하려 했지만 방이 너무 어두웠다. 침대 옆 탁자로 손을 뻗고 더듬거리며 작은 스탠드를 찾았다. 배우자에게 이혼할 구실을 주지 않고 침대에서 책을 읽을 때 쓰는 스탠드였다. 스탠드를 켜 가느다란 불빛을 아내의 등에 비췄다.

 작지만 확실히 눈에 띄는 자국. 손톱에 긁힌 자국이 왼쪽 어깨와 등뼈 사이에 나 있었다. 아직도 빨갛고 선명했다 . 오늘 생긴 자국이 분명했다.

 

(2)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 가족, .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전을,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

 

(3)

 애덤은 내가 없어진 걸 알고 나면 슬퍼하겠지.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애덤은 나를 어린 시절의 희미한 추억으로 여기게 되겠지.  벽난로 위에 놓인 내 사진을 때때로 바라보겠지만, 나에 대한 기억은 세월 따라 흐릿해지겠지.

 애덤, 나를 빨리 잊어야 한다. 슬퍼하지 마라. 이 길은 이 아빠가 선택한 것이야. 끔찍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어. 끔찍하지만 이 길을 다른 삶의 기회로 여기기로 했어. 누구에게나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 기회. 아니 , 누구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을 기회.  

 나는 시동을 걸고, 헤드라이트를 켰다.

 나는 차를 몰며 생각했다.

  이제부터 내 이름은 게리 서머스다. 나는 사진가다.

 

-빅 픽처(줄거리)

 

벤과 게리는 다른 이름 같은 인물!

 

  우발적으로 게리를 살해한 뉴욕 월가의 변호사 벤은 일생일대의 치명적인 실수를 감추기 위해 완전범죄를 획책한다. 죽은 게리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벤은 몬태나 주의 산간지방인 마운틴폴스로 도주해 새 삶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심심풀이삼아 찍은 인물사진이 지역 신문에 게재되면서 벤은 평생의 꿈인 사진가로 유명해진다. 매스컴의 관심이 쇄도하는 가운데 벤은 숨겨진 과거가 들통 날 위기에 처한다. 기발한 착상,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 폭발적인 스피드로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은 화제의 소설!

 

-빅 픽처(리뷰)

  현실 앞에서 무너지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 <빅 픽처>. 주인공 벤은 과거부터 사진사를 꿈으로 삼아왔지만 금전적인 어려움 앞에 무너지게 되어 결국 아버지의 도움으로 변호사가 된다는… 요컨대 자신이 바라고자 하는 길이 있더라도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히 망상이 될 수 있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초반 도입부터 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그저 현실만을 바라보며 "미래에 행복해지기 위하여" 라는 주문을 끊임없이 되뇌게 될 경우 영원히 행복을 잡을 수 없다는 것 역시 이 책에서는 확실하게 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억대연봉의 사람들을 보면 정말 행복하게 살겠구나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만한 돈을 받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자신의 꿈과 가정을 모두 버린 대가라던가. 책에서 분명히 주인공은 남자 벤이지만 그를 포함해 그의 주변 인물들도 결국은 '꿈과 현실' 이라는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던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별히 이야기 안에 많은 메시지를 담은 것은 아니지만, 순수하게 소설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가독성이 뛰어난 걸 넘어 너무너무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얼린홍시님의 경우 교보문고에서 조금만 읽어보시려고 폈다가 결국 정독하셨다고 하시더군요). 초반 도입부터 부인과의 갈등, 부인의 혼외정사 등 자극적인 가정파탄(?) 외에도 새로운 신분, 새로운 인생 등 이 남자의 인생이 어떻게 될까하는 궁금증으로 몰입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역자의 능력이 매우 뛰어남을 알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원문이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더라도 번역이 똥이면 책이 망하기 십상인데, 대다수의 영미소설 번역과는 달리 표현이 간결하면서도 상황과 심리적 묘사는 매우 자세히 전달해주고 있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역자가 사진촬영과 관련된 용어를 어느 정도 다룰 줄 아셔서 그런지 번역을 하실 때 그와 관련된 용어도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설명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영미소설임에도 특별히 지역 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번역이 아주 매끄럽게 진행이 되어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스토리는 소설로서만 적합해보였습니다. 월스트리트 억만 연봉 변호사, 불륜, 살인, 등의 키워드를 이야기로 잘 풀어낸 <빅픽처> 입니다만… 사실 영화로 만들기에는 이미 이와 유사한 배경의 영화나 드라마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알아봤더니 에릭 라티고 감독이 <빅 픽처> 를 영화로 실현 했더군요. 물론 크게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제가 이 영화를 직접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좋다 안좋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

 

 

 

 

<빅 픽처> 는 미국 중상류층 사람들의 삶에 대한 묘사로부터 시작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범죄와 도주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벤에게 주어진 두 번째 삶과 마운틴폴스에서 새롭게 시작된 앤과의 로맨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숨 돌릴 틈 없이 전개된다.

작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을 한데 섞고 버무려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독자들은 벤이 살인자라는 걸 알면서도 살인사건이 완벽하게 은폐돼 벤인 겪는 슬픔, 아내 베스의 혼외정사로 겪는 배신감,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좌절하는 모습이 벤에 대한 연민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3 부로 된 구성에 4 백 페이지가 넘는 긴 내용이지만 손에 집어 드는 즉시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을 만큼 속도감 넘치는 소설이다.

- 조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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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전 세계 21개국 십대들의 영혼을 두드린 청소년 명작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와 열다섯 살 손녀의 아주 특별한 이별여행,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친 신비로운 한 소년.

가장 슬픈 날, 가장 행복한 만남을 이룬 세 사람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마당을 나온 암탉><연어> 이후로 이렇게 잔잔하고 가슴 먹먹한 소설은 처음이다. 안타깝고 두근거려서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청소년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충분히 감동적인 소설이다.

-안광복(서울 중동고 철학교사, 독서지도 교사)

 

우리는 다른 책은 고를 생각도 하지 않았다. 7개의 후보작 중 이 책이 올해 카네기 메달의 주인공이 될 거라는 사실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리버보이는 청소년문학이 가지는 장점을 모두 가졌다.

-카네기 메달 선정위원단

 

, 감사합니다.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읽을 기회를 주셔서.

-트리시아 킹즈(영국 청소년도서관 의회 회장)

 

조용하고 단순하며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무엇보다도 감동적이다.

-수잔 쿠퍼(하버즈 비즈니스 스쿨 명예교수, 퓰리처상 수상자)

 

 

 

 

 

 

 

 

-리버보이(본문 中)

모든 강물은 바다로 흐른다.

그래도 바다는 넘치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흘러왔던 그 강물은 결국

다시 흘러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법이니까.

(1)

 그날 그녀는 리버보이(River-boy)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건은 그 소년과는 상관없이 시작됐다. 오히려 그녀는 할아버지를 통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수영을 통해서 자신에게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녀는 훗날 그 사건을 곰곰이 되짚어보면서, 리버보이가 항상 자신의 일부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슴에 품은 절실한 꿈처럼, 리버보이 역시 언제나 그녀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녀 스스로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었다.

 

 그리고 그 꿈은, 리버보이는, 그녀의 삶 자체이기도 했다.

 

(2)

 그녀는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잔물결 소리를 들었다. 제스는 잠깐 동안 고민하다가, 까치발을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러고는 거실에 있는 할아버지의 그림을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에 비추어보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 그림 속 풍경은 예전에 봤을 때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의문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한층 더 신비스럽게 보였다. 그림 속 소년 역시 아직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소년이 없는 '리버보이' 는 반쪽짜리 그림에 불과했다. 그것은 반쪽짜리 꿈이었다. 그러나 그 꿈은 어쩌면 앞으로 영원히 그렇게 남아 있어야 할지도 몰랐다. 할아버지가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이제 할아버지는 숟가락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는 것조차 힘겨워하고 계셨다. 그러니 제대로 된 붓질은 얼마나 더 힘겨워하실까.

 

-리버보이(줄거리)

삶의 마지막 순간에 전하는 가슴 뭉클한 메시지

"인생이란, 가장 슬픈 날 가장 행복하게 웃는 용기를 배우는 것"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도 손녀 제스를 사랑하는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모든 면을 자신처럼 이해하고 있는 제스.

그러나 항상 강인할 것만 같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후, 그녀는 할아버지를 영원히 잃을 것 같은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렇게 죽음과 이별, 상실의 공포가 제스를 짓누른 사이 기력을 되찾은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미리 계획해놨던 휴가여행을 떠나자고 재촉하고…. 결국 제스는 불안한 마음을 감춘 채 할아버지와 함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길에 오른다. 그리고 열다섯 살, 제스와 똑같은 나이에 화재로 집과 부모를 잃은 후 한 번도 찾아가보지 않았다던 할아버지의 고향에서 그들은 가슴 뭉클한 마지막 이별을 준비하게 된다.

 

-리버보이(리뷰)

 청소년을 대상으로 집필 된 소설이라서인지 전혀 무겁지 않은 소설이었습니다. 어려운 단어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덕분에 독자의 입장에서 쉬엄쉬엄 읽을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몰입의 속도 역시 다른 책에 비해 훨씬 빨랐습니다. 다만 할아버지의 '죽음의 암시'를 포함하여 무거운 내용도 전반적으로 가볍게 변환시킨 탓인지 그렇게 많은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는 힘들어 보였습니다. 물론 독서를 기피하는 청소년들이나, 아직 독서가 익숙치 않은 이들을 대상으로 봤을 때 작가는 정말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요.

 

 어디까지나 제 주관적인 해석입니다만, <리버보이>는 현대사회의 청소년, 중장년, 노년의 세 과정을 간략하게나마 보여준 게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청소년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열 다섯 소녀 제시카는 리버보이라는 '이상' 이자 '' 을 보곤 하지만, 어른이 되어버린 그녀의 부모님에게 있어서 리버보이는 그저 딸의 상상속 존재라고 단정하며 당장 눈 앞에 '현실'만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상과 꿈만으로도 먹고살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그리고 노년을 대표하는 제시카의 할아버지는 조금 늦었다 할지라도 현실에서 다시 자신의 꿈을 이뤄내고자 '리버보이' 라는 제목의 그림을 끝까지 완성시키려는 그 노력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10대에게 꿈은 그저 막연히 보이지만 잡을 수는 없었던 존재이며, 어느 순간 자신이 잡을 수 없다는 데 회의감을 느낀 소년소녀는 결국 어른이되어 '현실' 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살게 됩니다. 다만 누군가는 이렇듯 현실에 안주하며 살게 될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한 발 늦었다 할지라도 그 꿈을 다시 잡으려 노력할 것입니다. 제시카의 할아버지처럼 말이죠. <리버보이>는 결국 정리하자면 꿈을 꾸고, 현실을 깨닫게 되고, 현실에 안주한 자신을 후회하며 다시 꿈을 향해 도전하는 과정을 한 권에 책에 담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팀 보울러는 자칫 단조로워지기 쉬운 이 며칠간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솜씨 좋게 풀어냈다. 그는 판타지적 요소를 사용해 긴장감을 유지시켰고 무엇보다 읽는 이의 공감을 훌륭하게 이끌어냈다.

또한 삶과 죽음이라는 심각한 주제 역시 너무 무겁거나 가볍지 않게 풀어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는 상상, 그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움과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팀 보울러는 '인생은 흐르는 강물과 같다' 고 말한다. 어느 누구에게나 말이다. 앞으로 수많은 이별을 경험하고 그때마다 주저앉고 울고싶을지 모를 청소년들에게 그래도 인생은 쉼 없이 흘러간다고, 그 순간순간을 건강하게 견디면 또다시 반짝반짝한 태양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청소년들뿐 아니라 실상 나와 같은 어른에게도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생을 의연하게 바라보는 법은 마음이 덜 자란 어른들에게도 절실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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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로완트리 - 위험한 비밀이 머무는 곳 놀 청소년문학 25
팀 보울러 지음, 유영 옮김 / 놀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팀 보울러의 새로운 미스터리 수작

   

그곳에 발을 들인 순간, 악몽이 시작된다

 

숲 속에서 사라져버린 세 구의 시체,

오직 소녀의 눈에만 보이는 기묘한 환영,

작은 시골마을과 가족의 일상을 뒤흔드는 로완트리 호텔의 비밀!

 

 

차음으로 살인사건과 맞닥뜨린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십대들이 겪는 '혼란' '불안' 의 심리를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다!

 

 

뱀파이어를 만나지 않고도 뼛속까지 시린 공포를 느낄 수 있다. 무서우면서도 정교하고, 강렬하다.

-옵서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영리한 이 소설은,

흥미로운 첫 문장부터 심장이 멎을 듯한 마지막 장면까지 독자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사로잡는다.

-랭커스터 이브닝 포스트

 

결말에 대한 흥미진진한 힌트로 가득한 미스터리 스릴러. 팀 보울러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 소설 역시 추천할 만하다.

-북백

 

 

 

 

 

 

   

-호텔 로완트리(본문 中)

 마야는 뒤를 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애써 억눌렀다. 나무들 사이를 살피고 위험을 경계하며 오솔길을 찾아 빨리 빠져나가야 했다.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마야는 일부러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걸었다. 그러나 충동은 마음속에서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결국 마야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돌아섰다.

 

 누워 있는 남자의 몸이 여전히 보였다. 그의 머리는 여자와 마찬가지로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두 눈은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마야는 몸을 돌려 급히 나무들을 향해 걸어가다가 곧 다시 멈춰서고 말았다.

 

 그림자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바로 그녀 앞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형체조차 희미했다. 하지만 그가 마야에게 등을 보인 채로 서서 바닥에 누워 있는 세 번째 몸 위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마야는 그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이때, 마치 그녀의 존재를 눈치 채기라도 한 듯 그림자가 뻣뻣이 굳어지더니 몸을 펴고 이쪽을 향해 돌아섰다. 하지만 마야는 더 이상 그림자를 보지 않았다. 그녀는 덤불숲과 잡목들, 황갈색 관목들 사이를 정신없이 지나치며 달리고 있었다.

 

-호텔 로완트리(줄거리)

 기존의 환상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과감하게 탈피하여, 십대들의 폭력과 범죄, 불안과 혼란 같은 현실의 문제들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냄으로써 자신의 작품세계를 한층 더 넓혀가고 있는 팀 보울러의 이번 작품 <호텔 로완트리>는 처음으로 살인사건과 맞닥뜨린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호텔 로완트리를 인수한 뒤로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소녀는 자신의 오빠와 함께 주변을 산책하던 중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혼자 숲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곳에서 세 구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 소녀는 급히 숲을 빠져나와 이 사실을 경찰에게 알리는 데, 시간이 지난 뒤 경찰이 조사해본 결과 세 구의 시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과연 소녀는 정말 시체를 본 것일까.

 

-호텔 로완트리(리뷰)

 희망이라는 주제적 메시지가 강했던 만큼 가족 간 훈훈한 냄새가 물씬 풍긴 팀 보울러의 소설 <리버보이>와 달리 <호텔 로완트리>의 경우 폭력과 범죄, 불안과 혼란이라는 주제에 맞게 초반 도입부부터 상당한 긴장감을 조성하며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청소년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섬뜩한 장면도 많았고, 시점이 어린 소녀인지라 뭐 하나 정확한 사실이 없어 독자의 입장에서는 막연한 공포가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그래도 역시 청소년도서를 전문적으로 집필하는 팀 보울러의 소설이기에 이해하기 쉬운 짧고 간결한 단어만을 사용하였고, 문장과 단어가 전체적으로 쉽게 서술되어 있어 술술 흐름을 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아무래도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서인지 페이지 분량 구어체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내적인 생각이나 주변 상황 묘사를 너무 장황하게 표현할 경우 자칫 독자가 지루해질 염려가 있을 것으로 보여 이와 같은 구성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이네요.

 

 미스테리, 호러의 장르적 요소가 들어간 <호텔 로완트리>지만 이 역시 <리버보이>와 마찬가지로 청소년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나름의 메시지는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가족의 믿음 이 나온다는 점에서 <리버보이>와 마찬가지로 강한 친족성이 나타났는데, 정말 이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주인공 마야가 정말 많은 이들의 속을 긁고 다니곤 합니다. 오죽했으면 일관성 있게 제멋대로 하니깐 독자인 제가 다 화가 날 정도였는데, 이 책에서는 소녀가 자신이 본 기묘한 현상을 자신의 가족들은 믿어주지 않을 거라고 오빠에게 말하지만, 오빠는 그럼에도 우리 가족은 널 위해 똘똘 뭉쳐 있으며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너의 편으로 있어 준다는 명언다운 명언을 남겨주었습니다. 독자인 전 마야의 가족이 아니기에 이해를 할 수 없었지만요

 

 청소년 소설답게 <호텔 로완트리>는 아직 사고가 유연하고 개념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청소년기의 심리상태를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청소년이라 하여 <호텔 로완트리>에 등장하는 마야처럼 혼자 들쑤시고 다닌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사회적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은 청소년이기에 자신만의 생각과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청소년은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큰 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 호기심의 대상을 호텔 로완트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부모는 우선적으로 아이가 걱정되어 쉬라고 할 뿐이지만, 아이는 한 귀로 흘려들으며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하려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4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이었는데, 사실 이만큼의 분량을 잡을 필요는 없어보였습니다. 비슷한 상황을 여러 번 연출시키는 건 독자들에게 어떠한 상황이나 포인트를 상기시키기에 좋을지 모르겠으나, 자칫 잘못하면 지루해질 수 있고(실제로 중반이후로는 지루했습니다), 이 책에서 여자 주인공 마야처럼 계속 제멋대로이면서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걸 보면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독자로서 기분이 언짢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시 저도 나이를 먹어서인지 버르장머리가 없는 꼬맹이를 보면 훈계를 하고 싶어지더군요.

 

 

   

 

Did you not hear my lady, go down the garden singing?

Blackbird and thrush were silent, to hear the alleys ringing.

Oh, saw you not my lady, out in the garden there?

shaming the rose and lily, for she is twice as f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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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작가
줄리언 반스
출판
다산책방
발매
2012.03.26
평점

리뷰보기

 

 

Winner of the MAN BOOKER PRIZE 2011

 

2011년 영연방 최고 문학상 맨부커 수상작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의 최신작

 

기억은 우리를 배반하고, 착각은 생을 행복으로 이끈다…

 

 

 짧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는 한 소설가가 평생 좇아온 주제가 담겼다. 무거운 주제에 비해서 소설이 잘 읽히는 까닭은 최종적인 종말의 의미가 소설을 다 읽어야만 밝혀지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종말이 찾아온다는 점에서 모든 인생은 교훈적이다. 종말의 관점에서 다시 인생을 되짚어보면, 모든 건 원인과 결과로 강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 테니까. 마치 마지막 장면을 엄두에 두고 정교하게 씌어준 소설을 읽을 때처럼.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그런 소설이다. 죽을 때에야 그 의미를 완전히 드러내는 우리 인생을 닮았다. 원서 150페이지짜리인 이 소설을 두고 줄리언 반스는 "나는 이 작품이 3백 페이지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건 꼭 인생에 대한 비유처럼 들린다. 마지막 순간, 이 인생의 의미가 드러날 때 우리는 한 번 더 이 인생을 살아갈 테니까.

-김연수(소설가)

 

 장인적인 솜씨로 직조된 예기치 못한 결말.

 세련된 문체와 풍자정신이 빛난다.

 강한 인간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잔혹한 이야기.

-타임스

 

 줄리언 반스 최고의 작품.

 너무나 인간적이고 너무나 리얼한 놀라운 이야기.

-아이리시 타임스

 

불편하리만큼 매력적인 책.

확언컨대 이 소설로 반스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텔레그래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본문 )

(1)

 나는 우리 모두가 이러저러하게 상처받게 마련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완전무결한 부모와 오누이와 이웃과 동료로 이루어진 세상을 사는 것도 아닌데, 상처를 피할 도리가 있을까. 그렇다면 문제는, 수많은 것들이 걸린 그런 문제로 인한 손실에 어떻게 대처할까이다. 상처를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억누를 것인가. 또 그 상처는 우리의 대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 상처를 받아들여 중압감을 덜어보려는 사람도 있을 테고, 상처받은 이들을 돕는 데 한평생을 바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는 사람도 있다. 이들이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부류이자, 가장 조심해야 할 부류다.

 

(2)

 인생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얼마간은 성취를, 얼마간은 실망을 맛보는 것. 나는 이제껏 재미있게 살아온 편이다. 다른 사람들 눈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볼멘소리를 하거나 깜짝 놀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어떤 면에서 에이드리언은 자신이 뭘 하는지 알았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도 알다시피 내 인생에서 뭔가 아쉬운 게 있다는 뜻도 아니다.

 

 나는 살아남았다. '그는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했다.' 후세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과거, 조 헌트 영감에게 내가 넉살좋게 단언한 것과 달리,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이 아니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는 것을.

 

(3)

 위스키가 생각을 맑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또 고통을 줄이는 데도. 위스키의 다른 미덕은 취할 수 있거나, 좋이 마시면 만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편지를 몇 번에 걸쳐 읽고 또 읽었다. 내가 그 편지를 썼다는 사실이나 그렇게 험담을 퍼부었다는 것을 부인하기가 어려웠다. 행여 하소연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 편지를 쓴 당시의 나와 현재의 나는 다르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이지, 나의 어떤 성정이 나를 부추겨 그런 편지를 쓰게 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고도의 자기기만인지도 모른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줄거리)

 1960년대 영국 케임브리지. 장래가 촉망되던 장학생 에이드리언 핀이 욕실에서 동맥을 긋고 자살한다. 철학적이고 총명한 수재였던 그는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았다. 심지어 친구의 여자친구 베로니카에게서도. 아무도 그 자살의 이유를 알지 못하는 가운데 사십여 년의 세월이 흐르고, 그의 친구였던 앤서니 웹스터는 자신이 무심코 에이드리언에게 보낸, 이제는 기억하지도 못하는 한 통의 편지가 엄청난 파국을 불러왔음을 알게 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리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인 학창시절, 소설에서는 에이드리언 핀이 얼마나 유능한 아이인지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앤서니 웹스터를 포함한 세 명의 아이들과 에이드리언 핀이 나누는 유머러스한 철학적 대화는 대학생인 저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는데, 문득 제가 고등학생 때에는 이런 대화를 해보았나 회상해보자, 철학이라 쓰고 개소리라 칭하는 대화는 술 마셨을 때 외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최근 들어 철학관련 서적도 한 번 읽어볼까 고민했는데, 당분간은 미뤄두라는 신의계시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애들은 애들인지라 어른들의 세상에 불만을 품어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는데, 이렇다 할 도전은 하지 못하는 모습이 제법 귀여웠습니다.

 

 확실히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였음에도 호흡이 매우 짧은 소설이었습니다. 독자의 시점이기도 한 앤서니 웹스터가 예사롭지 않은 블랙유머의 소유자여서 그런지 읽는 내내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말투 자체는 진지하지만 자세히 보면 헛소리도 제법(아니 매우) 많이 섞여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앞으로 책을 읽으셔야 할 독자라면 이 책의 시점이 1인칭 주관적 시점인지라 이야기의 진행이 오직 웹스터 개인의 근거하여 진행이 되고 있다는 걸 항상 유념해두시기 바랍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웹스터의 말을 믿게 되지만, "기억은 우리를 배반하고, 착각은 생을 행복하게 이끈다…" 라는 한 마디를 기억하시며 이 책을 읽으신다면 두 배의 재미를 즐기실 수 있으실 거라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왔던 소설들이 그래왔고, 이 소설 역시 1인칭 시점이기에 기억의 왜곡으로 인한 반전…(스포가 될 수 있으니 이만 줄이도록 해야겠습니다).

 

 인간, 사랑, 시간, 기억,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인상적인 소설이었습니다. 인류와 세계의 본질에 대해 논하는 철학을 제가 알 턱은 없으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분명 소설이라는 장르를 가지고 있으나 동시에 중간을 메우고 있는 이야기는 '인간, 사랑, 시간, 기억, 죽음은 결국 무엇인가?' 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역자가 소설을 번역할 때 의역보다는 직역을 택해서인지 책 본문 곳곳에 각주가 상당히 많이 달려 있었습니다. 물론 영미소설이기에 그 나라의 음식이나 문화를 이해시키기 위한 각주가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 외에 나머지 부분은 차라리 의역으로 해주는 게 독자로서 더 편하지 않았을까 생각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봤을 때, 이 소설을 있는 원문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해줌으로써 원작을 최대한으로 살려내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고, 독자가 이해하기 힘들 것 같은 부분은 각주로 설명을 덧붙여지는 게 손이 더 많이 간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특별히 불만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듯싶네요.

 

 덧붙여서, 이 책을 읽게 되신다면 1부만큼은(물론 2부도지만) 지루하시더라도 차근차근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후 엄청나게 큰 일이 벌어질 때마다 그저 평범하게 느껴진 1부 장면들이 퍼즐처럼 끼워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다시 말해 이 책이 첫 장부터 마지막 순간까지도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실 경우에는 이 책의 재미가 반으로 줄어드실 수도 있고, 더하여 그 전(1)에 했던 이야기가 기억이 나질 않아 답답함만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의 책 표지와 제 리뷰 모두 이 책은 반전이 있는 책이라고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흥미롭고 또 대단하기도 한 반전이지만, 단지 그것만을 위해 읽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문학' 작품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반전을 담고 있는 소설인 동시에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하도록 권하는 한 편의 문학이었으며, 앤서니 웹스터라는 한 친구의 신세한탄이 나오는 책입니다. 어차피 책을 핀 이상 의무적으로 주인공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 이왕 들어야할 거 이 친구의 구구절절한 이야기에 몸을 맡기고 흐름을 타보시는 건 어떨까요.

 

+사실 전 책을 읽으며 그때 느꼈던 감정이나 소감 등을 짧게 기록해둔 뒤에 리뷰를 작성할 때 참고하곤 합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역시 이와 같은 방법으로 짧은 글귀를 작성하였고, 책이 끝나기까지 약 10 페이지정도 남았을 때 마무리 멘트를 작성했습니다(위 단락). 하지만 이 책은 마지막 10페이지를 읽을 때 비로소 모든 퍼즐이 하나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분명 마지막으로 향하며 키워드는 모두 등장합니다. 다만 이들의 연결고리는 마지막 열 페이지에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키워드라는 퍼즐과 그 연결고리가 만났을 때에 느꼈던 카타르시스는 감히 여러분들도 함께 느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이런 얘길 할 사람이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오래도록 그랬다. 마거릿 말대로 나는 혼자였고, 혼자여야만 했다. 회한을 유일한 벗 삼아, 곱씹어야 할 과거사가 한도 끝도 없기 때문만은 절대 아니었다. 그래서 베로니카의 인생과 성격에 대해 다시 생각한 후, 나는 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에이드리언을 생각해야 했다. 내 철학자 친구, 인생을 직시하고, 또 책임감 있고 사유하는 개인이라면 누구나 바란 적조차 없던 이 선물을 거부할 권리를 누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던 친구. 그리고 그의 숭고한 제스처는 십 년, 이십 년, 삼십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타협과 부박함으로 점철된 대부분의 인생을 재삼 떠올리게 했다. '대부분의 인생', 즉 나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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