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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야 형제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2월
평점 :
1.
30대가 되도록 나란히 사이좋게 `모태솔로`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마미야 형제. 서로가 보기엔 가히 흠잡을 곳 하나 없는 성실하고 착한(?) 형제지만, 어째서인지 외부로부터… 다시 말해 여성들로부턴 쉽사리 마음을 얻지 못하는 두 형제의 이야기를 에쿠니 가오리가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한국 아침드라마마냥 불륜만 열심히 다루던(물론 한국 드라마에 비할 바 안 되지만) 에쿠니 가오리가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소재삼은 건 반갑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연 이 두형제와 제 주변 모태솔로 친구의 차이가 무엇일지 궁금해지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2.
한평생 외부로부터 차별받고 따돌림 당하더라도 형제가 언제나 서로를 곁에서 지탱해준 덕에 그들은 옳고 정직한 청년으로 자랄 수 있었는데, 비록 여자와 연이 없는 인생이라 할지라도 그 누구보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힘이 되어주는 마미야 형제가 조금은 부럽게 느껴졌습니다. 나이차가 큰 누나 한명밖에 없는 저로선 이렇듯 형제자매가 작은 일상을 공유하는 것 외에도 머리를 맞대며 이성에 대한 고찰하는 모습 등을 항상 부럽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언제까지고 남자 둘이 근무시간 외엔 집에 틀어박혀 낮잠을 자고, 퍼즐게임이나 비디오를 보는 건 약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3.
본문 중에서 마미야 형제가 `쿠즈하라 요리코`와 `혼마 나오미`를 초대하여 카레파티를 여는 장면이 있었는데, 마미에 동생(테츠노부)로부터 초대받은 쿠즈하라 요리코가 내심 형(아키노부)쪽을 기대하며 방문하지만, 얼굴을 내미는 아키노부를 보고 `최악이네`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독자시점으로 훔쳐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다소 음침해보이는 인상이라 할지라도 속은 성실하고 착한 마미야 형제임에도 외적인 부분에 다소 하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토록 거부당하며 살아야한다는 게 말이죠. 그나저나 제 친구들은 어떤점이 문제인건지...이 책을 읽으며 직접 비교하라고 해보고 싶을 따름입니다.
4.
표면적으로 <마미야 형제>는 형제와 두 여인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었지만, 때때로 아키노부와 테츠노부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추억에 대한 회상도 보기 좋았습니다. 그들 자신에 대한이야기 외에도 부모님, 고향, 거리에 대한 변화를 과거와 비교하며 현재를 상기하는 그들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작은 행동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이들이 살았던 시대에만 하더라도 이렇듯 변화가 뚜렷한데, 오늘날 정보화시대를 바라보는 마미야 형제의 감상은 어떨까요. 쓸쓸해할지, 아니면 즐길 거리가 늘었다며 유쾌해할지 저로선 알 길이 없습니다. 확실한 건 제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 맞은편에 정체모를 큰 건물이 들어서는 건 반갑지 않습니다.
5.
얼핏 두 형제가 오타쿠 아닌가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지만, 그들의 평소 행실을 바라본다면 오히려 오늘날 살아가는 그 어떤 사람보다 착실한 인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매년 두 형제는 혹 어머님이 외로우실까 크고 작은 부분에서 틈틈이 배려를 보였고, 자신들의 일상을 충분 만끽하며 사랑했고, 주어진 일이 대단치 않더라도 성실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본문 곳곳에서 어렵징낳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점 외에도 인간관계에 있어 되도록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는 두 형제의 모습은 본래 성격이 그런 건지, 차별과 따돌림을 면하기 위해 문제 될 일을 삼가던 중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한 사실은 사회에서 이들보다 해한 인물이 많다는 점입니다.
6.
본문 중에서 ‘오오가키 겐타’가 그의 부인과 관계가 틀어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아키노부는 이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굉장히 이성적인 결론을 내리지만(˝저렇게 좋은 부인을 두고 왜 바람을 피우지? 나는 절대로 바람 같은 건 안 피울 거야˝)그가 제대로 된 연애를 못해본 사람이라서 일까요? 그런 그의 다짐에서 어떠한 각오나 의지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뭐든지 늦바람이 무서운데, 과연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싸우며 결핍의 과정을 겪었을 때에도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해지더군요.
7.
이처럼 두 형제의 마음씨가 좋다는 데에는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둘이 이성 관계에 있어 순수할 수 있었던 건 타의적인 영향이 다분히 컸으므로 이후 이들에게 혹 하나 둘 이성과 관계가 발생할 때에도 지금의 순수성을 주체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네요.
8.
아키노부가 한탄하듯, 마미야 형제는 최종적으로 다른 이들에겐 사랑을 비롯한 다양한 감정에 대해 다시금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지만 정작 그들에겐 아무런 연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사랑하는 어머니와 함께 새로운 한 해를 또 받아들이며 지나치다 싶은 평온한 일상을 다시 만끽하겠지요. 분명 그들이 사랑하는 모습은 쉬이 그려지지 않지만, 한 해 동안 많은 경험을 겪은 형제이므로 이젠 더 나은 한 발을 내딛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