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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초 대나무 숲의 모든 글이 삭제되었습니다 ㅣ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황지영 지음, 백두리 그림 / 우리학교 / 2024년 3월
평점 :
전작 <햇빛초 대나무 숲에 새 글이 올라왔습니다>에서
아이들이 속마음을 털어놓던 대나무 숲은
유나의 난타 사건을 겪으며 문을 닫았죠.
모든 글이 삭제되자 이야기할 창구를 잃어버린 아이들,
그 안에서 마음의 위안을 찾던 친구들은 허전함을 느낍니다.
이제 이 아이들은
마음 속의 불안과 고민을 어디에 털어놓아야 할까요?
누구도 서로에게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그래서 생겨난 오해와
거기에서 비롯된 질투와 의심은
확인되지 않았기에 더욱 힘이 세고 날카롭습니다.
❝
그런데 미워하고, 질투하는 것도 힘이래. 방향을 살살 잘 몰아가면 좋은 에너지로 쓸 수도 있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말이야. 상대가 왜 미운지 생각하다 보면 나를 알아가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다면? 미워하는 마음 때문에 내가 망가진다면?
그럼 미운 사람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지. 나를 지키는 게 먼저니까.
❞
미워하는 마음에 괴로운 혜라에게 보건선생님이 하신 말씀이죠.
❝
진실을 밝히려면 나는 또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할 거다. 당연히 혜라와는 멀어질 거고, 누군가는 나를 비난하기도 할 거다.
멀고 힘든 길일 거다. 생각만 해도 이미 질린 것 같다. 그냥 넘어가고 싶다. 이제 굿즈도 더 이상 망가지지 않으니까.
내가 안 가져오는 거긴 하지만.
혜라는 나를 보고 웃었다. 이렇게 나를 보고 웃는 아이가 나를 괴롭혔을 수도 있다고? 나를 걱정해주는 척하면서 나를 계속 속여 왔다고?
나는 주춤 뒤로 물러났다. 처음으로 혜라가 두려웠다.
이대로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혜라가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을 확인한 유라의 다짐입니다.
미워하지 않는 것도
미움받지 않는 것도
참 아프고 힘든 일이죠.
하지만 어느 쪽이든 그냥 내버려두면 다치는 건 나 자신..
지켜야 해요.
힘들고 험한 일이더라도요.
전작에서처럼 유나는 힘겹지만 앞으로 나아가요.
그러면서 한걸음 자라고,
또 다른 성장통을 만나죠.
앞으로도 한참을 그러리라는 것도 알고 있는
현명한 친구입니다.
그런 마음의 단단함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죠.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부모이고 싶습니다.
4학년이 된 제 딸은 요즘 부쩍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서로 나누는 마음도 더 많아지고
서로에 대한 감정도 더 커지겠죠.
그 안에서 서로 다치지 않고 나를 지켜내면서
관계를 지켜내는 방법은 무엇인지
힘들다고 피하지 않고, 잘 찾아갈 수 있기를
우리 아이들이,
그리고 우리 어른들이,
우리 모두가 그런 용기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물론...........
그런 상처조차 없기를 바라지만,,,
음, 그래도 성장통을 겪기는 해야겠지요?
유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