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구멍을 내는 것은 슬픔만이 아니다
줄리애나 배곳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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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되었다.
슬픔은 우주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고.
그리고 우리게는 슬픔이 부족하지 않았다 //



슬픔이 뻥- 구멍을 뚫어요.


대체 그만한 슬픔을 어떻게 할 것인지.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차마 마주할 수 없어서 담아두었던
그 사람을
그 일을
그 마음을



예상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

어쩌면 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고
마주해야만 다시 나아갈 수도 있는
그런 감정이겠지요.


누군가에게는 슬픔이기도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이기도
불안이기도, 비밀이고 수치심이기도 한
가슴 속에 꽁꽁 숨겨두었던
그 감정을 마주하게 하는 문, “포털”



더이상 SF라는 장르는
머나먼 미래만을 꿈꾸지 않아요.
그저 다양한 시공간의 면면들을 통해
현재의 우리를 그리고 있기에
한발짝 물러나 이 현실을 바라보게 하지요.

애써 보려하지 않았던 현실을 마주하는
포털처럼.



누구나, 그러나 각기 다른 모습으로
가지고 있는 그 비밀들에 슬퍼하다가

자신을 헤집어 놓았던 “구멍”을
용감하게 마주하고, 이해하며
더이상 구멍 속의 지나간 시간이 아닌
앞으로의 시간을 그려내는 두 청년의 모습을 떠올려요.


살아가면서 수많은 슬픔과 괴로움을 만나게 되겠지요.
어딘가에 있는 세상으로 이어진 포털이 아니더라도
그 어느 곳을 향해 열려있는 구멍이더라도

들여다보고, 마주하며, 보듬을 수 있기를
그런 용기와 꿋꿋함을 가질 수 있기를
그리고 그럴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 수 있기를 바라보아요.




함께 실려있던
#버전들 역시 SF의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버전’이라는, 사람을 대신하는 사이보그를 통해
진정한 소통이 어떻게 쌓여갈 수 있는지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잃고 있는지
우리,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요.

책장을 쉬이 덮지 못하고
두 버전들의 마지막 대사를 몇번이고 다시 읽었어요.
그들이 서로에게 전하는
그 말도 안 되는 문장들 사이에 담겨 있는
진실한 마음이 느껴져서요.



인플루에션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가제본 책 덕분에
줄리애나 배곳이라는 멋진 작가님을 알게 되었어요..
소설, 아동문학, 에세이, 시까지 다양한 문학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데 다른 책들도 정말 궁금해집니다.




B5보다도 작은 판형에 15장밖에 안 되는 짧은 소설이
여운이 참 길고도 기네요.
오늘 밤에는 아마도
별이 반짝이는 포털이 나오는 꿈을 꾸게 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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