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하는 것을 밀어내면서 내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것이 내가 내 세계를 구체화하는 방식이다.p.40 흐릿한 나인 게 뭐 어때아리송한 자세면 뭐 어때 연초에 추천받았던 책 몇 권 가운데[무명의 감정들]이 있었어요.추천해주신 분 덕분에 기대했으면서도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는데작가님의 새 책이 나왔네요.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제야 읽어본 [무명의 감정들]도신작 [흐릿한 나를 견디는 법]도 ‘나’에 대한 알아차림과‘나’와 잘 지내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나’를 제대로 알고‘나’로서 살아가기 위한 다짐이더군요. [무명의 감정들 : 나를 살아내는 일]은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작가가 되기까지작가님이 알게 된, 제대로 들여다 본, 자신의 감정들을글과 그림으로 이야기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스스로를 세워가는 과정이 담겨 있었어요.그리고 그런 작가님의 글에서퇴사 - 작가님 스스로는 도망쳤다는 생각그러나 그래도 괜찮은 것이었다.그것이 ‘무명’의 나니까. 라는 느낌이 들었죠.어쩌면 저에게 특히그 부분이 크게 보였던 것일지도요.저의 지난 시간들 가운데저 스스로, 도망쳤다 생각하고 있는 장면들이적지 않았기 때문이에요.그래서인지 컷 하나하나가문장 하나하나가 조금은, 꽤 무겁게 느껴져서자꾸만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책장을 덮고 숨을 고르며느리게 읽었는데요.너무 내 마음 같아서. 그래서 힘든 그런 마음으로요.그로부터 열달이 지나 또 한 권의 책이 되어 나온여전히 [흐릿한] 자신과 함께하고 있는무명. 그의 말과 표정에는지금 이대로의 삶도 괜찮다.나는 ‘나’를 위해 계속해서 나를 들여다보고‘나에게’ 맞는 삶을 직접 선택하고 있다고잘하고 있다고,스스로를 인정하고 응원하는 느낌이훨씬 많이 들어서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답니다. 열달의 시간이 작가님을 보듬고꾸준히 쓰고 그리며 지내온 하루하루가작가님의 마음을 단단하게 키워낸 덕분이겠지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저도아직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지 모를‘나’이더라도가장 좋아하는 것이 뭔지잘하는 것은 무언지나는 어떤 사람인지 정의내리지 못하더라도그런 흐릿한 사람이라도괜찮다다만 무엇이든 꾸준하게완벽하지 않은 것이 당연한 오늘을꾸준하게 기록하고 남기며 나를 살아내자는 생각을 해봅니다.어쩌면 무명의 감정들과 흐릿한 나를 견디는 법의 부제가저에게는 교차되어 읽히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내 마음 속에 들어가서나도 모르는 내 모습까지 스윽 모두 훑어내고 가신 것 같은쑥 작가님의 책이었습니다.너 대단해. 멋져. 괴로움에 스스로를 방치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건 대단한 일이야. 잘 도망쳤어. 아주 잘한 선택이야. 그 도주와 시도, 반복이 모두 너의 세계야. 싫은 것에서 힘차게 도망치고 좋은 것을 구하며 살자. 그건 세계가 좁아지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일일 테니.P.47PS. 참 유쾌한 작가님인데 어쩌면 전작을 너무 무겁게 읽은 건 내 감정 때문이었는지도 몰라요.중간중간 재기 넘치는 작가님의 표현을 보면서 내가 놓친 게 분명 있겠다 싶어 [무명의 감정들]도 다시 읽어보려고요.여러분의 마음속에 있는 무명이는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오늘 한번 만나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