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있는 거 눈치채!
코노 유타카 지음, 최은지 옮김 / 리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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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과
그 중 한 사람을 사랑한 물의 신

신의 힘에 굴복해 적당히 떨어질 줄 알았던 연인은
함께 죽음을 맞이하고
신은 그 사랑이 결국 사그라드는 모습을 보고자
영원한 윤회를 벌로 내렸다.

모든 생에 반드시 만나야 하는 두 사람.
하지만 여자는 이 모든 윤회를 기억하고 태어나
남자를 사랑하는 순간 둘의 기억을 잃고
남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태어나
여자를 사랑하는 순간 윤회의 기억을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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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아요.
윤회를 거듭하는 동안 연인도
운명에만 자신들을 내맡기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그들은 반복되는 삶 속에서
끈질기게 서로를 기억하고
삶을 완성시켜 갑니다.

그저 사랑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두 사람의 모습이 있기에

그리고 이 두 사람을 둘러싼 수수께끼의 인물들이
자신의 삶에 지켜내려 한 ‘한 가지’들이 있기에
이 작품이 더욱 아름다운 건 아닐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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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신의 저주로 인한 윤회라는 모티프에서
국내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를 먼저 떠올렸는데요.
일본과 우리 나라의 신에 대한 관념이 달라서 느껴지는 재미가 있었어요.

일본에는 우리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신들이 있죠.
각자 자기 영역 외에는 관심이 없는 능력자들=신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그려져요, 보면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생각났고요.

주인공들이 찾고 있는 상대와 ‘도명초문통록’을 파헤치면서는
<명탐정 코난>이 생각나 더욱 즐겁게 읽었어요.

매력적인 스토리가 완벽한 구조를 이루고
매끄럽고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
책을 덮는 순간까지 이야기에 흠뻑 빠져있었죠.


이러니 일본 젊은이들이 그토록 열광했겠죠?
바다 건너의 저 또한 그랬고,
이런 것이 스토리의 힘일 거예요.
그리고,




​*
누군가의 눈에는 파란만장하게 보이고 또 다른 누군가의 눈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여도 우리에게는 평온하고 만족스러운 그저 일상의 이야기 p.17


이 거대하고도 소소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삶을 살아가는 목적과 방향
그리고 이 삶을 살아내는 태도에 대해 생각했어요.



​- 삶의 방향에 대하여

본래 운명이란 하늘에서 내려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름 붙이는 것이다. 마음이 끌리는 한 가지에 자신이 멋대로 운명이라고 부르면 모든 고난을 뛰어넘는 힘이 된다. p.102

깊은 생각과 감정 없이 바란 꿈을 내가 선택해서 뭐가 잘못된 거지? 만약 그 꿈에 미래가 없다 한들 단 하나의 풍경을 목표로 계속 걸어가는 걸 인생이라고 부르면 안 되는 건가? P.330

지금 느끼는 이 망설임이 어쩐지 잘못된 감정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상관없어. 좋아한 건 좋아하는 거야,‘
겨우 찾은 사랑에 근거를 붙이는 건 아무 의미 없는 일이다. p.333



​-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죄송합니다, 요리 추가 해도 될까요?”
이미 결론이 나버린 나의 사랑 이야기를 파헤쳐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자고로 여행지에서의 밤은 그 지역 특산물로 입을 즐겁게 하는 일이 최고다. 맛있는 음식은 언제나 옳으니까. p.234


주인공 ‘안’은 음식과 식사에 상당히 진심이에요.

그리고 늘 무언가를 기념하려고 하죠.
계획을 세웠으니 기념하고
일을 끝냈으니 축하하고
뿐만 아니라 자리를 갖기로 했으니까
기념할 거리를 만들기도 해요.

순간을 충분히 즐기고 음미하며
매 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려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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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오며
앞으로도 이 삶이 영원히 계속될 것을 알고 있기에
더더욱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거겠지요.

하지만 그건 영원한 윤회를 거듭하고 있는 그들 뿐 아니라
그저 찰나의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지나가고 나면 사라지는
이 순간일 테니까.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순간이니까.





“당신과 있는 세상은 설렘으로 가득하네.”

언제나 이런 식이다. 어디에 있어도 그 자리의 공기를 한 번에 바꾸고 그녀의 색으로 물들인다. 나 혼자로는 지루했을 날을 그녀가 함께함으로써 눈부시게 만든다. 따라서 천 년 동안의 사랑 따위 제쳐두고 그녀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 그저 즐거울 뿐이다. p.191

@awesome.breeze 오늘도 어썸과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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