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물었다.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책의 부제에 걸맞게 여운을 주는 책이었다.
올해 내가 읽은 책 베스트 10 안에 든다.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다.
저자 아나 아란치스는 브라질 의사로 완화치료를 한다. 완화치료라 함은 호스피스 병동까지 간 사람들 즉 병의 진행 상황이 죽음으로까지 임박한 사람을 돌보는 치료이다. 그런 사람들을 죽음에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함으로써 덜 괴롭고 덜 힘들게 하는 목표를 가진 치료다. 이는 모르핀이라든가 진통제를 주입함으로써 고통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닌, 죽음에 더 자연스럽게 그리하여 편안히 맞이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죽는다. 허나 우리는 100년, 만년 누릴 것처럼 살고 있다. 마치 죽음 따윈 내게 없듯이 말이다. 물론, 의학기술이 발달해서 죽음의 시기를 늦출 수는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죽음은 피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누구 하나 입 밖에 내놓길 꺼린다. 좋고, 밝고, 긍정적인 것만 생각하고 싶고, 바라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죽음은 모두에게 평등하듯이, 언젠가는 죽을 우리가, 이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내 곁에 소중한 사람이 죽는다면, 슬픔에 빠질 것이다. 그 사람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지에 따라 그 깊이가 다를 것이다. 헤아릴 수 없는 슬픔에서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을까. 그 슬픔을 온전히 받아들어야 한다. 현실을 두 눈으로 직시하고, 거대한 슬픔의 파도를 기꺼이 안아야 한다. 그리고 그 파도가 지나갈 때, 나 자신도 성장되어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진정한 영웅은 죽음과의 만남을 피하려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심오한 지혜로 죽음을 인정하는 사람이다.
나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내 환자에게 신체적, 정서적, 가족적, 사회적, 영적 안락에서 오는 웰빙이라고
정의될 수 있는 건강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수단과 조치를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죽음이 물었다.
저자가 말하는 완화의료의 개념이다. 죽음에 대한 존중은 신체적 불멸성을 가져다주지는 못하지만 가치 있는 삶의 의식적 체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현실을 직시해야만 지금 누리는 삶의 소중함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완화의료는 죽음을 삶에서 자연스럽게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해 준다.
삶의 소중함. 지금 살고 있는 당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는가. 시간을 허비하거나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빠른 판단이 요구된다.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당신의 직장에 만족하고 있는가. 그곳에서 뭔가 가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직장을 그만둬야 한다.
죽음에 임박해서 우리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를 알게 된다. 그건 바로, 자신이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이 세상에 왔음을 말이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인가. 그를 위해 당신은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나는 내 소중한 사람에게 자신의 인생을 살라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을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맘껏 자신의 삶을 펼치라고 말이다.
우리가 타인과 나눌 수 있는 가장 친밀한 체험은 죽음의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다.
그 순간에 당신은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함께 있어주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 스스로에서 묻게 될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 곁에 있을 수 있는 가치를 지닌 사람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삶을 먼저 돌보아야 한다. 자신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남을 돌보는 건 위선이라고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병이 들어 죽음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가. 그와 죽음의 순간에 같이 있고 싶은가.
사람들이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도록 만들기 위해서 그들 안의 죽음의 과정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당신이 몹시도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그의 죽음을 함께 체험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선결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당신 자신은 누구이며,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그 과정을 최대한 고통스럽지 않게 만들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나 자신의 회복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회복이다.
죽음에 대해, 나의 죽음뿐만 아니라, 당신과 가장 가까운 소중한 사람의 죽음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이었다. 이 책은 내 영혼 속에서 앞으로도 계속 동반할 것이다.
** 이 책은 리뷰어스클럽 회원의 자격으로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