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여름
소메이 다메히토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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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유명한 찰리 채플린 말을 인용한 작가처럼, 이 책의 전반적 이미지를 표현하자면, 딱 이 말이 아닐까.

주인공 마모루는 26살 사회 복지과 소속의 공무원이다. 매일매일 사회 복지 급여를 타려는 사람과 까다롭게 심사하려는 마음과 씨름하는 일생을 견뎌 내고 있다. 그러던 중, 사회 복지 수급자인 미혼모 아이미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자기 동료인 다카노에게 부정 수급을 빌미로 육체관계를 강요당하고 있다. 그런 그녀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딸 미소라와 친해지게 되면서, 자연스레 연애의 감정이 싹튼다. 미혼모 아이미는 처음에 주인공 마모루를 이용하려고 했지만, 자신도 그에게 호의적인 감정이 생긴다. 허나, 현실은 이 둘을 가만두지 않는다. 그녀 곁에서 그녀를 이용하려는 야마다. 그는 42세. 택시 기사로 허리 디스크와 정맥 혈전 색전증이 발병을 빌미로 수급자다. 그리고 아이미를 애정 하는 마모루의 마음을 이용하려는 가네모토. 가네모토는 불법 룸살롱을 운영하는 야쿠자다. 그들과 엮이면서 그들은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부조리" 이 책을 덮고 나서 드는 생각이다. 미혼모 아이미는 형편없는 가정환경에서 자랐고,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혐오했던 부모의 폭력을 당하면서, 자신의 아이 미소라도 때때로 폭행하곤 했다. 이것이 잘못됐나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게 익숙한 생활패턴이 된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 미소라를 따뜻하게, 애정을 주는 마모루를 만나면서, 자신의 암흑 같던 인생도, 빛이 들어온다. 이제 둘은 해피엔딩인가 싶지만, 현실은 이 둘을 가만두지 않는다. 검은색이 검은색을 끌어모으듯이, 암흑이 암흑을 끌어모으듯이, 주변을 괴롭히는 인물들이 나타나며, 마지막엔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일이기에,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배신을 당한 것을 알게 된 마모루는 마약까지 하게 되고, 맥이 빠진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배신을 한 아이미 역시 잘못을 논할 수 없다. 그녀는 희망을 보였으나, 그를 저지하려는 사회에 그 암흑 구덩이에 이미 물들어버려서, 이게 잘한 건지, 잘못된 건지 판단조차 못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인 것처럼, 우리 사회는 이런 부조리로 가득 차 있다.

모든 사람은 이렇게 불행과 희극을 겪으면서 성장하는데, 왜 이들에게만 불행은 더 자주 일어나는 것 같을까.

우리가 이런 불행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아 할까.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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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름
소메이 다메히토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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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현실같아서, 씁쓸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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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스펙트럼 안전가옥 FIC-PICK 5
배예람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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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용~ 역시 믿고 보는 안전가옥 시리즈.

제목 '우먼 인 스펙트럼'을 보고, 여자에 관한 단편 소설집인가? 싶었지만,

이건 판타지물 + 퀴어 소설이었다. 퀴어 장르가 살짝 가미됐다고 할까.

배예람의 수직의 사랑, 이수현의 여우 구술은 없어, 아밀의 하나뿐인 춤, 김수륜의 누가 진짜 언니일까?, 진산의 협탑:좁은 길의 꽃.

이렇게 다섯 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하나같이 몰입도가 좋은데, 그중 가장 기억나는 이야기는

아밀의 하나 뿐인 춤이었다.

자신의 성체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카릴.

자신과 쌍둥이인 릴카는 여성으로서 분화되어, 얀과 사귀게 된다.

카릴은 남성으로 분화되었다고 믿는 부모님.

허나, 카릴은 릴카처럼 드레스를 입고 싶고, 여성적인 춤을 추고 싶어 한다.

급기야, 쌍둥이 릴카의 남자친구 얀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대목에서, '보통 남자 김철수' 에세이가 생각났다.

그가 겪었던 마음의 방황들. 자신을 자기로서 표현해야 하는 욕구와 사람들에게 받는 따가운 시선. 자신의 본질을 표현해야 할지 말지 느껴지는 그 방황이 많이 닮았다.

쌍둥이 릴카를 동경하면서 질투하고

부모에게까지 인정받지 못해서,

얀에게 도움을 청하려 하는 카릴.

그리고 그는 얀의 비밀을 알게 된다.

얀도 쌍둥이 형제가 있다는 것.

그 둘은 남자의 성별을 현재 보이고 있지만, 원래 얀은 여자였다는 것.

지구에 가서 여자에서 남자로 성별을 바꾸었다.

그리고 카릴은 용기를 얻어 졸업 무도회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과감히 표현한다.

그만의 고뇌가 느껴지는 춤에서 그는 '합격'을 받아낸다.

그의 춤에서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다.

진심 어린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성 정체성을 떠나서, 카릴의 남들의 시선을 누르고 자신을 표현하는 용기가 대단했다.

그리고 새삼 부러웠다.

나한테도 그런 용기가 있는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만 너무 신경 쓴 나머지,

나 자신이 뭘 원하는지, 나 자신을 진정 이해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카릴의 용기를 배우고 싶고, 노력이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언제나 예상 밖의, 새로운 이야기를 펴내는 안전가옥 시리즈에 엄지 척이다!! 역시!!!


본 책은 리뷰어스클럽 회원의 자격으로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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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스펙트럼 안전가옥 FIC-PICK 5
배예람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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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안전가옥 시리즈.
이번엔 판타지 여성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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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괜찮은 어른 -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내게 던지는 인생의 질문들
김혜민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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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위해 넉넉한 어른이 되는 것도 멋진 일 아닌가.

책 문구가 나를 사로잡았다. 어른. 어른은 어떤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단순히 밥벌이하는 성인을 말하는 건 아닐 것이다.

저 사람은 어른 같아. 저 사람은 애 같아. 이런 말은 뉘앙스를 보더라도 무슨 뜻인지 안다.

애는 아직 성숙하지 못한 사람 같다는 말. 그렇다면 누구나 어른 같다는 말을 들어보고 싶을 것이다.

내 나이 39. 그리고 애 둘 엄마.

겉모습만 보면 어른이란 분류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내면은 어떨까.

이 책을 쓴 김혜민 PD도 나랑 비슷한 또래다. 82년생이다.

요새, 40에 다가가면서 부쩍 어른다움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골랐고, 작가의 말이 명쾌하기도 하고, 섬세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정답기도 해서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세상의 1등 말고 ' 내 인생의 1등' 멋지지 않은가.

어른의 1등은 달라야 한다.

우리 사회는 경쟁 사회다. 너도나도 1등, 1등 한다. 하지만 2등도 나머지 등수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3,4등도 마찬가지. 우리의 삶은 누군가와 비교함으로써 불행해진다.

이제 세상의 잣대에서 조금 비켜서서 멀리 바라보자. 세상이 말하는 1등보다, 내 인생에서 일등.

내 인생에서 일등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에 본 책 '죽음이 물었다'에서 깨달은 바가 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서라고.

그렇다면 열심히 나를 사랑하자.

내가 행복할 수 있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열심히 사랑하자.

나는 매일 저녁 내일 뭘 입고 회사에 갈지 고민을 하고 잠들며,

매일 아침 아이들의 배꼽 인사를 받으며 회사에 출근해

아메리카노를 마실지 카페라테를 마실지 행복한 고민을 한다.

나도 김혜민 PD처럼, 워킹맘이다.

어쩔 때는 회사 가는 날이 지겹고 넌더리가 난다.

하지만 생업을 위해서, 다녀야 한다.

그렇다면, 즐겁게 다니자.

저자의 말처럼, 행복한 고민을 하며 회사에 다니자.

우리는 지금 부끄러움이 없는 부끄러운 시대를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시인의 마음의 절반이라도 따라가고 싶다.

그렇게 어른다운 어른으로 말이다.

염치를 아는 어른이 되자.

저자는 말한다. 어른이 가져야 하는 태도 중 한 가지만 꼽으라면,

바로 '염치'라고 말이다.

염치는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염치는 나를 똑바로 살게 하는 것이다. 염치는 자신의 삶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이다.

자기 PR 시대라고 말한다.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을 돋보여야 한다고.

하지만 지나치게 하지 말자.

함께 사는 세상이다. 나만 돋보이려고 하지 말고, 함께 사는 동료에게 먼저 손을 내주자.

나 자신만 생각하는 몰염치한 사람이 되지는 말자.

저자의 말이 와닿았다.

염치. 어른이 되려면 염치가 있어야 한다.

인간관계의 질은 진정한 연결감과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상대가 몇이나 되느냐다.

단순히 저 사람에 대해 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친밀함은 내가 저 사람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연결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느냐이다. 그게 아니라면 그냥 껍데기뿐이라는 것이다.

많은 반성을 하게 되는 문장이다. 나에게 비추면 우선 가족이 생각난다.

그리고 학창 시절 친구 손꼽아서 몇 명.

나머지는 껍데기뿐인 것 같다.

앞으로 진정한 연결감과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관계를 많이 만들고 싶다.

바람은 동서남북에서 다 분다. 하지만 내 시선과 마음이 어느 방향에 서 있는지에 따라 순풍이 역풍으로 될 수도 있다. 나는 앞으로도, 어느 때는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다가, 어느 때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흔들릴 것이다.

확신했던 생각을 어느 틀 안에 넣지 않고, 자유롭고, 합리적으로 바꿀 수 있는 유연한 어른으로 살고 싶다. 변화하고 성장한다면 흔들려야 한다.

흔들려도 괜찮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연대와 염치를 아는 어른. 함께하는 이의 그늘을 먼저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어른. 그리고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해 줄 줄 아는 어른.

저자처럼 꽉 막힌 어른이 아니라 동서남북 바람이 불어, 흔들리게 돼도, 그걸 인정할 줄 아는 어른.

김진숙 노동자와 서지현 검사처럼 다른 세대를 위해 용기 있게 행동하는 어른.

이 책 지금보다 괜찮은 어른에서 많이 배웠다.


**본 책은 리뷰어스클럽 서평단의 자격으로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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