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개주막 기담회 2 케이팩션
오윤희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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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넘나 애정 하는 출판사 고즈넉이엔티에서 나온 신간! 삼개주막 기담회 2가 나왔다! 감사하게도 출판사에서 기회를 주셔서 리뷰를 써본다. 350페이지 가량 되는 소설책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읽었다. 이유는 즉 슨 저자의 술술 읽히는 필력과 재미 아닐까.

조선시대의 옛 괴이한 이야기 6가지가 나오는데, 삼개주막이라는 공간에서 달포에 한 번씩, 모든 것을 기억하는 선노미 앞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갖은 사람들이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특이한 것은 여기에 연암 박지원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지원이 등장함으로써, 이야기들은 신빙성을 갖는다. 또한 조선시대라는 옛 시대가 배경이므로 더 으스스하고 그럴듯한 고전적인 느낌이랄까?

저마다의 괴이한 사연들이 얽히고 얽혀 반전에 녹아내려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저자가 작가가 되기 전 15년간 기자로 일해왔다는데 대개 기자들은 상상력도 풍부하고 필력도 뛰어나다는 걸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주방 김 씨와 두 딸 옥이와 복이, 그리고 여자보다 더 예쁜 선노미. 삼개주막에서 일하는 인물이다. 소설 속에선 선노미가 자주 언급되는데, 그는 모든 것을 기억하기에 나중에 글을 배우기까지 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들이 오래도록 유지될 것이다. 아마 삼개주막 기담회 3도 나오지 않을까.

1. 인간의 욕망

가면 속 얼굴은 인간의 이중성, 배신의 섬뜩함을 다룬 이야기다. 주막에 온 가면 파는 장수 복쇠는 눈 코 입이 밋밋한 가면을 잃어버린다. 그 가면을 쓰면 인간의 이중성이 드러나는데... 이야기는 복쇠의 작은 아버지 세득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순진한 세득이에겐 어여쁜 아내, 약비가 있었다. 그리고 세득의 친구 순흥이 있었는데, 순흥과 약비는 불륜을 저지르고 세득까지 죽이려는 계획을 세운다. 죽여서 세득이 그동안 공들여왔던 가면 판 재산을 탐낸 것이다. 몰래, 세득에게 독약을 먹일 계획을 세우는데, 계획의 마지막 날, 죽어가는 세득에게 둘은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세득은 마침 가면을 만들던 중이었다. 그 가면을 잡으며... 저주를 건다. 그래서 그 가면을 쓰면 속에 있던 자신의 본심이 드러나 살인을 저지르는데... 인간의 섬뜩한 면을 다룬 이야기라 보는 내내 소름이 끼쳤다. 게다가 이야기가 여기가 다가 아니다. 얽히고설킨 사연들이 등장한다.

여인의 머리칼 조선시대에는 가채가 유행했다. 여인의 머리숱을 더 풍성하게 보이게 하고 탐스럽게 하기 위해서,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 주인공 금희는 이 가채를 쓰면 자신이 더 어여삐 보이기 때문에 아무리 무거워도 마다하지 않는다. 허나 밤에 이상한 기척을 느끼는데.... 그 가채의 원래 주인은 눈먼 무녀의 것이었다. 눈먼 무녀가 길을 가다가 겁탈을 당해 그 머리에 저주를 건 것이다. 인간의 허영이 가채라는 소재로 등장해 인간의 이기심, 욕망 등이 한 데 어우러진다.

2. 억울한 신분사회

배경이 조선시대이기에 양반과 노비가 등장한다. 첫사랑 이야기 편에서는 타내와 분이가 등장한다. 욕심 많은 대감마님 댁에서 두 노비는 서로 사랑을 하는데.. 분이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대감마님이 욕심이 생기고, 불행이 시작되는데... 현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신분에 따른 갈등이지만, 그 당시는 저런 억울한 일이 가능했겠구나 생각게 했다. 공기놀이 아이도 마찬가지다. 남에게 부탁을 못하는 순진한 춘성이, 약질적인 식리인(수팽)에게 돈을 빌리면서 불행은 시작됐다. 딸 꽃님이를 키우는 홀아비 춘성. 그리고 그의 병약한 딸 꽃님이. 불쌍한 백성들을 백성의 관리인인 원님이 모른체했다. 원님과 수팽은 서로 부정부패를 일삼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억울한 백성은, 누굴 상대로 분을 터트려야 한단 말인가.

3. 기록의 중요성

춘추관의 괴문서는 기록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마치 모든 것을 기억하는 선노미가 나중에 글을 깨우치듯이 말이다. 선노미는 글을 배워 자신이 그동안 듣고 배운 이야기들을 글로 써 남길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후대까지 즉 지금의 우리까지 전해질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억울한 일, 부조리한 일등을 보고, 듣고, 겪게 된다. 그때마다 귀를 닫고 한숨을 내쉴까. 누군가에게는 전해야 하고, 그게 안되면 글로써 표현해야 할 것이다. 침묵은 아무것도 밝히지 못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진정 발전되기 원한다면 말해야 하고, 표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바뀌지는 못할지라도, 돌고 돌아 언젠가는 발전될 것이기 때문이다.

4. 인간의 죄책감

아이 잡아먹는 귀신은 인간의 죄책감을 다웠다. 아이를 낳은 엄마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과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고민 사이에서 '죄책감'이 싹튼다. 그걸 잘 표현한 이야기다. 산후 우울증과도 결부돼 있다. 이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이야기에서도 죄책감에 불행의 씨앗에 불을 붙이게 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을 다룬 것이라 재미도 있지만 씁쓸한 맛이 있기도 하다.

벌써부터 삼개주막 기담회 3가 기다려지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는다면... 다음 이야기다 기대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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