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 청년세대의 정치무관심, 그리고 기성세대의 정치과잉
안성민 지음 / 디벨롭어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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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임명을 놓고 한국 사회가 들썩였다. 조국의 가족들과 연루된 비리들을 생각하면 조국의 법무장관 임명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과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며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첨예하게 갈렸다. 이렇듯 정치는 개인의 의견이 오롯이 존재한다기보다 그에 반하는 의견과의 합으로 존재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적인 어젠다가 벌어졌을 때 나오는 패널들을 보면 항상 나이 지긋한 중년층으로 가득차 있지 20대, 30대의 청년층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에서는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젊은 정치인을 보기 힘든 이유를 굉장히 날카롭게 분석한다. 정치계에서는 항상 어젠다가 일어나고 그에 대한 첨예한 갈등이 이어지기 때문에 정치계 전반에 펼쳐진 문제점을 지적하기란 흐르는 강물에서 진주를 찾아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부터 시작해서 다른 선진국의 청년 정치인의 정치 활동 등과 비교해가며 대한민국 정치계에서 청년 정치인의 힘이 미약하다는 점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논지를 상당히 설득력 있게 펼쳐낸다.

이렇듯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온몸으로 겪으며 성인이 된 청년들은 높은 교육 수준과 다양한 스펙을 자랑하지만, 삶의 질은 예전보다 떨어졌고,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는 여건에 놓였다. 이뿐 아니라 청소년기에 받았던 교육의 기본이었던 노력과 성실이 결실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서 그동안 주입받았던, 혹은 믿어왔던 것에 대해 엄청난 좌절감을 겪는 세대이기도 하다. 그러니 지금 2030 직장인 세대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은 과거와 비교하여 엄청나게 다를 수밖에 없다.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45p

더욱 치열해진 경쟁과 함께 청년들이 정치에 두는 관심은 청년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비례하여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믿을 수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정치에 관심을 두느니 그 시간에 스펙을 하나 더 쌓자는 것이 솔직한 청년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정치의 중요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왜 정치에 관심을 갖고 더 참여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치계에서 청년들의 입지는 좁고 그마저도 기성 정치인들이 청년들의 입장을 헤아리고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청년들의 투표율이 낮아지는 등, 청년들 스스로가 정치에 관해 등한시하면 줄어든 청년 표와 함께 기성 정치인이 느끼는 압박이 줄어들게 되어 막상 어려운 상황에서 청년들을 이해하는 정책이 나오기 어렵게 된다. 반면에 기성 세대를 위한 정책은 계속해서 입안되어 정해져있는 예산에서 상대적으로 청년들은 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설정되는 결과를 맞게 된다.

게다가 청년들은 자신들이 기성세대와 차별화하여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그런 현실을 누구도 대변해주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어 그대로 어둠 속에 묻힐 수밖에 없다. 청년들은 기성 세대와 달리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서 스스로 노력하여 공부를 하고 스펙을 쌓는 등의 활동을 해왔으니 그런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끊임없이 회자되고 사회 전반에 관련 정보가 무르 익어있어야 하는 것이다. 과연 사회에서 개인이 투자한 노력들이 오롯이 결과만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그런 일은 역사적으로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40대 저자의 책답게 책에서는 청년들의 실정에 대해 꽤나 이해심 있는 시각을 보여준다. 한번쯤 사회에서 젊은 나이로 인한 차별을 받아봤던 독자라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갈수록 청년 정치인은 줄어들고 있고 기성 세대의 특권은 늘어들고 있으면서 청년들의 고난은 으례 있는 일이라며 과소평가되고 소외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런 점이 청년들이 더욱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앞으로도 양당제의 판은 쉽게 깨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보다 민주적 절차를 더 먼저 밟아온 다른 국가의 사례를 보면 예측할 수 있다. 우리보다 몇 백 년이나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 된 나라들도 여전히 양당제 정치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쩌면 청년들이 기득권 정당에 들어간다고 해도 기존 정치인들의 기에 눌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하수인 노릇만 할 수도 있다.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 137p

사실 정치라는 것은 나이에서 오는 노련함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청년들은 정치처럼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것보다 보다 현실적인데 관심이 많은 법이다. 그러다보니 지금과 같은 기성세대 위주의 정치판이 고착화될 수 없다. 또한 정치 구조가 양당제가 되고 정치관의 다양성보다 정치의 안정이 우선시되면서 청년 정치인들이 정치에 입문하기 위해서 결국 기존 정치인의 신임을 통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 구조가 양당제가 되고 정치관의 다양성보다 정치의 안정이 우선시되면서 청년 정치인들이 정치에 입문하기 위해서 결국 기존 정치인의 신임을 통해야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사회의 모순을 풀고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는 수밖에 없다.

그런 작업을 통해 최소한 기존 정치인의 인정을 받든 사회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입지를 널리 알리든 사회 전반에 그런 분위기를 널리 알려야 한다. 공감대와 지지를 얻고 순전히 '자신들의 열정에 대한 끝없는 강요'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제공받아야 한다. 사회에서 소외된 그룹들이 자신들의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어떤 파국을 맞게 되었는지는 이미 지구상에 너무나 많은 사례가 남겨져 있다.

책 《청년정치는 왜 퇴보하는가》는 누구보다 정확하게 작금의 정치계에서 청년 정치인들이나 청년들이 처한 입장을 분석하고 굉장히 날카롭고 설득력 있게 논리를 정립시켜나간다. 책을 읽다보면 책에 참조된 자료들과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통해 특히 청년층이라면 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하는지 깨닫게 된다. 이 책이 청년들에게 피할 수 없는 정치의 문제에서 스스로 해결하려하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 목소리를 내는 법을 배우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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