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낯짝 삐뚤어진 줄 모르고 거울만 탓한다.”선한 사람이 없다. 그렇다고 악당들의 이야기냐 묻는다면 악한 사람도 없다. 선도 악도 아닌 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누가 그를 감찰관으로 만들었을까? 감찰관이 누구인지 불을 켜고 찾을 필요는 무엇이고, 심판을 앞두고 너나 할 것 없이 우그러들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은밀한 책 선물을 받았다. 이름은 '나의 복숭아, 꺼내놓는 비밀들’ 책상에 앉아 빠져들어볼까 하니 숙제처럼 쌓인 일력(日曆)에 시선이 멈춘다. 소홀했던 날짜를 한꺼번에 걷어내자, 22일의 그림은 오므린 손 위에 올려진 복숭아. 나는 이 작고도 엄청난 우연을 혼자서 흠씬 즐거워하다 사나흘 전 오랜 친구가 건네온 안부를 생각한다. "곧 네가 좋아하는 복숭아의 날씨가 오겠다.장마가 오기 전에 제일 좋은 것으로 골라 보낼게." 여름을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여름의 모습이 태풍이 몰아치고 물벼락에 잠기는 여름은 아닐 것이어서, 여름을 좋아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성숙한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당신이 등을 보인 표정으로 묻는다.나의 복숭아는 무정 앞에 어찌할 줄 모르고 녹아드는 가슴. 일기장에는 빼곡히 서성이는 말들이 차오르고, 결심하지 말자고 밤을 타이른다.균열이야말로 비로소 사랑이 시작되는 시점. 틈 보다 틈새의 조율에 기울일 수 있다면 우리는, 섭섭하고 안타까워 애가 타는 듯하다는 사전의 귓속말을 조금은 알 수 있게 될지도. '분명 나처럼 여러 모습일 거야. 웃다가 그만 울어버리고, 울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웃을 거야. 모든 이야기가 서로 이해되지 않아도 되니까.'@wooa_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