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꼭대기, 가장 높은 정신 위에 섰다. 몸으로 경을 읽는 사람들의 나라 티베트에서는 설법을 바람이 하고, 라마는 바람을 듣는다. (4) 꽃이 피기까지는 오직 침묵으로 기다려야 한다는 이 조그만 사실은 큰 교훈을 지닌다. (6)
라싸! 공가공항의 하늘은 파랗다. 하늘에 핀 호수다. (12)
엉덩이를 높이 쳐들고 강을 향해 구애하는 크고 높은 산들이 강물에 이마를 대고 기원한다. (14)
지혜의 나라, 영혼의 고향이라 해도 사기꾼과 도둑, 성자와 거지는 인간의 땅 어디에나 존재한다. …산소가 희박한 이곳 사람들은 대개가 얼굴이 까맣고 볼은 터질 듯 붉어 촌스러운 인상이다. (17)
티베트에서는 나그네에게 바른 길을 안내해주는 것을 종교적 관점에서 마땅한 일로 간주한다. (21)
몸의 열기 중 80%가 머리를 통해 빠져나간다. (22)
백궁이 산자를 위한 공간이라면 홍궁은 죽은 자를 위한 공간이다. (28)
당신들은 평생을 채워서 이루려고 하지만 우리들은 평생 비워도 다 못비우고 갑니다. (39)
촛불처럼 웃는다. …티베트는 종교와 인간이 나눌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교감을 선물하는데 인색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여행의 목적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44)
어떤 감칠맛도 없이 그저 변함없는 맛, 단순하면서도 ‘무덤덤한’ 그 맛에 대해서다. 음식도 사람과 같다. (47)
卑賤한 존재가 아니라 飛天하기 위해 세상에 온 존재다. (49)
무소유 즉 욕망의 부재란 소유를 하지 못해 안달하는 이 시대에 얼마나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인가.(55)
티베트는 욕망의 누더기를 껴입은 동방예의지국에게 신의 언어로 말을 걸어왔고, 그의 말을 당연하게 경청하던 나는 몇 겹이나 겹쳐 입었던 수치와 불편이 한 겹씩 떨어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56)
조캉 사원은 티베트 정신의 심장부다. (57)
우리는 영적인 경험을 갖고 있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경험을 갖고 있는 영적 존재다. (62)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마르셀 프루스트). 그래서 여행은 ‘
say you, say hello' 가 아니라 ’say good bye' or 'never say good bye'를 배우는 과정인 셈이다. (92)
높은 지대에 있는 만큼 산소는 더 부족하다. 몸의 말에 완전히 복종해야 하는 시간이 온 것이다. (95)
티베트에서의 시간은 양, 야크가 걷는 속도로 흘러간다. (98, )
“다음에 태어나면 노새로 태어나라.”=티벳에서 최고로 나쁜 욕 (100)
자연의 끝없는 실이 아무렇게나 물레에서 풀릴 때처럼 난폭하다. (102)
적멸의 실상 (105)
정박을 두려워하는 유목의 기원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길을 향한다. (115)
나는 야크의 넓은 등판에 손바닥을 대고 야크의 몸속에서 고동치는 야성과 절제된 탄력과 형언할 수 없는 어떤 사랑의 영혼을 느낀다. (162)
“한 잔의 차를 마시면 이방인, 두 잔은 손님, 석 잔은 가족이다.‘ 라는 아미타유스라는 말이 전해져 온다. … 회운(목으로 넘어가 코로 되돌아 나오는 것)보다 회감(입안에 감지되는 맛)이 풍요로웠다. (173)
인정은 누덕누덕한 뚝배기 한 그릇이다. (175)
고산을 이긴 꽃샘바람이 푸른 날을 감추고 미끄러져 내려온다. (176)
마지막 헹구어낸 쌀뜨물처럼 투명한 창의 맛은 나를 유혹할 만큼 매력적이지 않다. (182)
부족한 오늘 보다는 풍요로운 내일을 기약하고, 차 석 잔만 나눠도 식구로 간주하고, 개인보다는 전통적인 공동체를 우선하고, 정을 나눌 줄 하는 넉넉한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인정에 취하고 눈빛에 취하고 창에 취하는 밤이다. (182)
낮달이 어디서부터 따라왔는지 말없이 동행한다. 내 존재감을 환급받아야겠다 거나 어떤 보챔도 없이 그저 새로운 의식을 만들어내는 아리아드네의 실을 따라간다. (185)
이타심은 연민보다 훨씬 위대하고 고귀한 것이다. 당신의 두려움이 누군가의 고통을 건드릴 때 그것은 연민이 되고, 당신의 사랑이 누군가의 고통을 건드릴 때 그것은 이타심이 된다. by 소걀 린포체 (190)
누구에게나 삶은 기적이고 소중히 여기고 보호되어야 할 선물 (192)
‘타인’이란 미처 만나지 못한 나일 뿐, 나는 이렇게 무한대로 넓고 아득하다. …나란 바로 너를 지지해주는 통찰이며 너란 나를 지지해주는 통찰로서 자각인 동시에 실천인 나는 바로 너와의 거리없음이 되는 것이다. (201)
위대한 이들의 죽음은 꽤 오랫동안 사람 속에 들어가 자신의 근육을 확장시키는 습성이 있다. (204)
사랑이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랑하는 이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아낌없이 주는 것이다. (212)
가슴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폐허를 환히 밝히고 있는 민들레 한 송이. 아! 생을 가지고 있구나. (217)
정점이 순간에 목을 꺽는 동백의 단호함…타나토스와 에로스가 한 몸이듯 죽음은 생의 다른 이름이다. (221) 生知安行
스스로는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은 텅 빈 아름다우에서 그들은 아름다움의 위대성을 느낀다. …프록심마는 눈으로 잘 보이지 않던 별이다. 부끄러움이 많아 항상 남의 뒤에 숨어 있던 별이다. (226)
젖은 사람 속으로 젖은 사람이 따라 들어와 잘 피어오른 햇살처럼 환하게 웃는다. (232)
상처라는 깨어진 가슴이 없다면 어떻게 당신이 살아 있다는 걸 알 수 있겠는가? (233)
거지를 보거든 꼭 적선을 해라. 그들은 붓다가 변장한 다른 모습이니까. (242)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나를 비우는 여행’이 되기까지의 삶의 궤도를 따라 움직인다. …클라인의항아리=안과 밖의 구별이 없어 물을 부으면 죄다 밖으로 쏟아지는 특징 (244)
‘내가 있는 이곳이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신념으로 산다. (250)
티베트 여행은 가장 거칠거나 가장 부드러운 나의 내면을 맨발로 걷는 여정이다. (257)
철학은 고향을 향한 향수(시인 노발리스)라 했지만, 나는 ‘여행이야말로 고향을 향한 향수’라고 말하고 싶다. (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