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알베르 카뮈 전집 개정판 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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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는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걸로 악명높은 전염병이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에서는 이 전염병이 창궐하고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다.

처음에는 도시곳곳에 숨어있던 쥐들이 여기저기서 기어나와 이상행동을 보이다 죽는다. 의사 리유와 타루는 이런 쥐들의 이상 행동에 이상함을 느끼지만 어디까지나 흥미로운 일 정도로 치부해 버린다. 어찌됐건 쥐들을 처리하는 건 자신들이 아니라 수위의 일이었으므로. 하지만 쥐들은 그 수가 점점 많아져서 하루에 몇천마리의 쥐를 소각할 정도가 된다. 사람들은 수많은 쥐들에 질색하지만 진짜 재앙은 쥐들을 처리하던 수위의 죽음부터 시작된다.


페스트를 읽으면서 문득문득 코로나가 생각났다. 1947년 출간된 책이라는데 책에 나오는 정부와 인물들의 행동과 군중의 반응이 몇십년이 지난 현재 코로나가 터졌을 때 벌어졌던 일들과 무척이나 닮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 갑자기 도시를 폐쇄시켜버리는 정부, 폐쇄된 도시탓에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갑작스런 이별, 도시에서 벗어나려 폭력을 쓰는 사람들, 그 와중에도 타인을 돕는 사람들, 종교에 의지하는 사람들, 집집마다 굳게 닫힌 문, 황량한 거리, 전염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나자 동나버린 약, 쏟아지는 실업자, 출렁이는 경제... 과학과 함께 많은 것들이 발전했지만 알베르 카뮈가 몇십년 전 상상했던 이야기와 지금 전염병이 창궐했을 때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토록 비슷하다는 게 신기했다.

끝없는 패배라고 하면서도 의사로서의 자신의 직분을 다하는 리유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리유는 신을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어떤 순간에도 자신의 직분을 알고 그것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선이 아닐까 싶었다.

페스트는 유명한 작품이니만큼 여러 번역본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 모든 걸 누가 가르쳐줬냐는 타루의 질문에 이 책에서 리유가 '가난'이라고 답했고, 다른 책에서는 '고통'이라고 답했다. 번역본마다 이렇게 번역이 다르면 의미가 너무 달라지는 것 같아 그 점은 좀 아쉽다. 구매할거면 번역을 비교해보고 자기에게 맞는 책으로 골라야 할 것 같다.



책과콩나무에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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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상고사 - 대한민국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
신채호 지음, 김종성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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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상고사』는 단재 신채호가 우리나라의 상고시대를 기록한 역사서다. 독립운동으로 투옥 중일 때 연재한 글들을 엮은 것으로 신채호가 순국한 지 12년이 지나 출간되었다. 조선상고사는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인지라 한문이 많이 쓰였고, 감방 안에서 기억에 상당부분 의존해 쓴 글이다 보니 사료가 부족하기도 했다. 해서 최대한 원문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과거의 언어를 읽기 쉽도록 현재의 언어로 바꾸고, 사료 인용에서 오류를 제거하는 작업을 거쳐 신채호가 감옥이 아니라 서재에서 글을 썼다면 나올 수 있었을 조선상고사를 재현한 것이 이 책이다.


몽골 만주 터키 조선 네개 민족간 유사한 어휘들이 존재하는 게 상고시대에 동일한 어족이었기 때문이었다니. 다큐에서 몽골인이 쓰는 말을 볼때 엄마 아빠라는 단어가 우리나라말과 비슷하게 들렸었는데 그 흔적이 아직까지 남아있던 거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또 삼조선을 단군, 기자, 위만의 세 왕조로 해석하는 건 잘못됐다고 했다. 삼조선은 신, 불, 말 3명의 왕을 지칭하는 것이었고, 각자가 통치하는 지역을 구별하기 위해 신조선, 불조선, 말조선이라 했던 거였다. 고조선은 들어봤어도 불조선? 말조선? 다 처음 들어봤다. 우리나라의 신선도와 관련된 글도 공자의 도에 위배된다하여 소실되었다는 데 어떤 내용이었을지 궁금해서 아쉬웠다.


신라의 김춘추가 살아남으려 당태종의 마음에 들기 위해 조선에 대한 모욕적 언사가 많이 들어있는 사기, 한서, 삼국지 등을 신라에 그대로 전파한 것을 두고는 사대주의의 병균을 전파했다고 평했다. 사대주의가 우리나라에 뿌리내린 게 이때부터였나 싶었다.


​상고사는 무척이나 오래 전 역사고 그만큼 자료가 소실도 많이 되었다고 생각해서 사실 내가 보고있는 역사가 누군가에 의해 왜곡되거나 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왜곡된 역사를 진짜라고 믿고 싶지는 않으니까. 다행히 조선상고사를 읽으면 읽을 수록 이런 의문은 깨졌다. 단재 신채호는 역사에 대해 사회의 객관적 흐름과 발생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는 것이라 말하고, 조선의 기존 역사가들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자신이 기록하는 역사를 희생시켰다 말했다. 역사를 신앙에 맞추려 하는 것도, 인간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 것도 비판했다.


조선상고사를 읽으면 읽을수록 누구의 목적에 의해 왜곡된 역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기록하고 싶어했다는 게 느껴졌다. 안타깝게도 조선상고사는 신채호가 순국했기에 미완인 채로 끝났다. 하지만 단군시대부터 백제까지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 왜곡된 역사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상고사가 궁금하다면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싶다.



책과콩나무에서 무상으로 책을 증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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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인 이야기 - 모험하고 싸우고 기도하고 조각하는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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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하면 생각하는 건 역병, 전쟁, 마녀사냥, 오물로 가득한 거리... 이런 것들이라 이런 시대에는 그야말로 태어나 무사히 자라고 노년까지 살아남는 것 자체가 참 어려운 암흑기로만 여겼었다. 하지만 『중세 유럽인 이야기』에서는 이런 중세에 대해 가공할 야만성과 지극히 세련된 문화가 공존하며 발전한 그 어떤 시대보다 콘트라스트가 뚜렷한 시대라고 말한다.

젖소들이 풀을 뜯는 드넓은 초원이 있는 평화로운 노르망디의 선조는 거친 바이킹족이었다. 프랑스 국왕 샤를 3세는 거친 바이킹 집단을 막아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에게 땅과 딸을 주어 신하로 삼았다. 바이킹의 우두머리였던 롤롱은 그렇게 국왕과 거래해 프랑스의 로베르 공작이 되었다.

200년 가까이 지속된 십자군 운동에 참여한 기사들은 돈을 벌려고 전쟁에 참여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구원을 얻기 위해 전쟁에 참여했다. 영원한 구원에 대한 갈망과 전사로서 죄의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는 갈등 속에서 신앙의 적과 싸우러 가는 것 곧 순례행위였고 구원의 길이었다. 참 아이러니하다. 타인을 죽이는 것이 참회를 위한 것이라니.

인간의 무력함과 약함을 가장 절실히 마주하게 하는 것중에 하나가 전염병인 것 같다. 역사속에는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한 수많은 전염병이 있다. 콜레라, 천연두, 페스트. 무역이 활발해질 수록 병이 퍼지는 것도 더 심해졌고, 인구의 70%가 사라진 지방도 있었다. 안타까운 점은 사람은 너무 고통스럽거나 두려운 일이 닥치면 자신을 탓하거나 타인을 탓하게 된다는 것이다. 질병을 신의 징벌로 여긴 사람들은 그 원인을 유대인, 이방인, 나병환자, 걸인, 이교도, 순례자에게서 찾았다.

침략, 종교갈등, 전염병, 전쟁, 기근 등등 여전히 중세시대는 인간이 살아가기에 너무나 힘들었던 시대로 생각되긴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역동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시사철 따뜻하고 풍요로운 곳보다 거친 환경에 내던져진 인간일수록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듯이 중세시대도 그 시대만의 강렬한 빛이 있구나 싶었다. '중세 유럽인 이야기'를 통해 역사 스토리텔러 주경철 교수가 안내하는 중세 유럽을 엿볼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본 서평은 리뷰어스 클럽에서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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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인 이야기 - 모험하고 싸우고 기도하고 조각하는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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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시대의 흥미로운 사람들을 통해 역동적인 중세를 엿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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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쟁이 다이어리
왕두 지음 / 새먼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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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쟁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지 않은데 『예수쟁이 다이어리』라는 독특한 제목이 이끌려 이 만화를 읽어보게 되었다. 저자는 기독교를 싫어했으면서 어떻게 예수쟁이가 된걸까?



하나님만 신이라는 주장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하고, 전도하는 문화도 싫었으며, 안티 기독교 정신이 투철한 집안에서 자라 기독교를 싫어했던 주인공은 여자친구를 따라 교회에 갔다가 자칭 '예수쟁이'가 된다.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믿고 자신감으로 가득했던 어린 주인공은 현실에서 원했던 일들에 미끄러지며 캄캄한 독서실에서 난생처음 예수님을 만나 삶이 달라지게 된다. 처음 예수님을 만났을 때의 상황이 궁금했는데 그 부분이 좀 짧게 지나갔다. 이 부분이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좀 아쉬웠다. 



교회 활동을 하면서 주인공은 여러 의문에 부딪치게 된다. 그때마다 주인공이 예수님에게서 얻은 답은 내게도 인상적이었다. 마음공부를 하면서 듣고 읽었던 내용들과 신실한 기독교인으로서의 삶이 비슷한 면이 많다고 느꼈다. 예수님이 원하는 것이 섬김이나 노동, 물질이나 종교활동이 아니라 예수님의 곁에서 생명력을 공급받길 원하신다는 것. 삶 속에서 천국을 누리는 것. 마음공부 영상을 보며 들었던 내용과 무척이나 겹쳐서 신기했다. 



주인공이 교회활동을 하며 예수님에게서 얻은 말씀과 또 여러 관계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배움은 내가 했던 고민과 시행착오와도 많이 닮아 있었다. 공감됐던 부분 중 하나는 하나님을 향한 의심과 회의가 완전히 해소되어야 비로소 그의 존재가 믿어질 거라는 생각이었다. 비기독교인이 흔히 하는 오해라는데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저자는 이런 의문을 다 해소하고 예수님을 만난게 아니었다. 오히려 예수님을 만나고나서 가지고 있던 의심과 회의에 대해 다시 고민해보게 된 케이스였다. 주인공이 하나님이 있을리 없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는 세상이 억울함과 고통으로 가득차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는 예수님을 느끼면서도 이성적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의문들 때문에 그 질문들을 하나씩 뜯어보기로 한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예수님을 만난 후, 주인공이 겪은 여러 의문과 경험은 내게도 다시금 생각해볼 여지를 주었다. 여전히 많은 의문을 안고있지만 신에 대한 나의 믿음과 내 삶을 돌아보게 해주는 재밌는 만화였다. 



책과콩나무에서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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