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 신화학의 거장 조지프 캠벨의 ‘인생과 신화’ 특강
조지프 캠벨 지음, 권영주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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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캠벨의 책을 처음 접하게 된건 영화 스타워즈를 보고 나서였다. 스타워즈라는 영화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너무 오래된 영화라 과연 재밌을까 싶어 보지 않았었는데 지인의 추천으로 1편을 봤다가 시리즈 전부를 보게 됐었다. 요즘 영화에 비하면 CG처리가 분명 어색해 보였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였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다른 이의 평도 찾아보는 버릇이 있어서 스타워즈에 대해 검색해보다가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이 스타워즈 시나리오를 쓸 때 조지프 캠벨의 책을 참고했다는 내용을 보고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 책을 통해 영웅의 여정이라는 걸 알게되고 흥미를 느껴 '신화의 힘'이라는 책까지 읽어보게 됐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를 읽어보긴 했지만 신화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신화이야기는 내게 또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조지프 캠벨의 책을 시작으로 황금가지나 그외 다른 신화서적들까지 읽게 되었다 보니 신화학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조지프 캠벨이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조지프 캠벨의 또 다른 책이 나온다고 해서 기대를 안고 읽어보게 되었다.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은 1958년부터 1971년까지 뉴욕 쿠퍼유니언포럼에서 조지프 캠벨이 한 신화관련 스물다섯번의 강연 중 열세편으로 구성된 책이다. 과학, 종교, 예술, 정신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신화와 함께 풀어내는 그의 글은 솔직히 내가 읽었던 전작들에 비해 쉽게 술술 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을 읽으며 60년대에 이런 강의를 했다는 것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50년 전의 강의 내용이 지금까지도 책으로 읽히는지 알 것 같은 생각이 들정도로 책에 담긴 내용들은 무척 깊고 풍부했다.


책의 내용은 방대했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우리의 의식이 하나라는 것과 조현병 환자의 망상속 이미지가 그의 전작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 나왔던 영웅의 여정과 똑같다는 것이었다.


예를들면 강연장을 비추는 여러개의 전구를 볼 때 그것들이 각각 떨어져있으니 개별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전구 하나하나는 빛을 나타내는 매개체이다. 전구는 여러개지만 하나의 빛이 그 전구들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다.


하나의 사실을 해석하고 경험하는 두가지 방법중에 어떤 것이 더 옳다고 할 순 없다. 하나는 여러 개별적 사물에 비춰서 보고, 하나는 여러 사물을 통해서 발현하는 하나에 비춰서 보는 것이다. 전자는 '사법계', 후자는 '이법계'다.


사람으로 얘기해보자면 내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은 전구 하나하나가 빛의 매개체인 것처럼 의식의 매개체다. 우리는 스스로를 육체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육체를 단순히 의식의 매개체로 보고 우리 모두를 통해 나타나는 하나의 존재가 의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가능하다.


데이비드 윌콕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봤었다. 그는 우주가 하나의 의식에서 나왔으며, 하나의 에너지에서 나왔다고 했었다. 그 에너지가 우주를 만들었고, 우주는 인격성이 있으며, 우리 우주의 인격성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또 다른 이의 글에서는 우리의 의식을 비유하자면 하나의 우물을 공유하는 것과 같다는 내용을 본적이 있었다. 때문에 더 나은 세상을 원한다면 이 우물에 낮은 에너지 즉, 분노, 증오, 미움같은 에너지를 넣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 내가 이미 알던 내용과 묘하게 겹치는 듯한 부분들이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로웠다.


그는 젊은 세대에게 전하는 신화가 그들이 평생 속할 환경과 풍요로운 관계를 맺게 해줄 메시지를 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런 교육을 잘못 받으면 개인은 신화학 용어로 '황무지'라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단절이 일어나 개인은 홀로 고립되어 결국 폐쇄병동에 갇힌 본질적 조현병 환자가 되거나 개방병동에서 슬로건을 부르짖는 망상형 조현병 환자가 된다고 했다.


하지만 저자가 이 글을 쓴게 70년대 일테니 SNS로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현재의 모습을 보면 어떻게 얘기할 지 궁금해졌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니 어딘가에 속해있는데서 오는 충족감도 있겠지만 단체에 속하지 않더라도 SNS를 통해 타인과 얕게나마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현대에서는 황무지라는 상황에 처할 확률이 낮아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읽으면서 많은 집중을 요하는 책이었고,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지만 많은 걸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어쩐지 두번째 읽으면 또 새롭게 보이는 게 있을 것 같은 책이라 다음에 다시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알쓸신잡을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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