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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오브 걸스 - 강렬하고 관능적인, 결국엔 거대한 사랑 이야기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아리(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평점 :
오늘도 고백하지만,
내가 읽는 책의 대부분은
표지와 제목에서 읽고 싶은가 말것인가로 나뉜다.
역시 표지에서부터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던 책.
그것도 소설책! (와우~ 지나칠 수 없다. 읽어야 한다.)
책을 받아 들고 알았다.
표지 그림이, 캔버스 유채물감으로 그려진
어떤 그림의 일부분이었구나... (표지 그림 : 우지현)
그리고, 무척 두껍구나...575p 의...
엄청난 두께의 책이구나...
시티 오브 걸스

할머니의 고백.
안젤라에게 보내는 편지.
비비안 모리스는
어느날 한통의 편지를 받는다. 안젤라로 부터.
안젤라는 자신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돌아가셨음을 알리며
궁금해했던 질문을 던지는 편지를 비비안에게 보냈다.
비비안, 엄마도 돌아가셨으니 이제 당신이
아버지에게 어떤 분이셨는지 편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비비안은 그렇게 안젤라의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해
자신의 성숙하지 못한 어린시절 부터의 이야기를 편지에 담는다.
시골 조금은 따분한, 그리고 정숙한 여느 가정집의 막내 딸. 비비안
그녀는 그저 예뻐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1학년 대학 수업에 빠지기 일쑤.
362명의 학생 중 361등에 안착하고 학교에서 쫓겨난다.
그렇게 모든 면에서 모범생이던 오빠 월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던, 비비안.
그녀는 그렇게 뉴욕에 있는 고모집으로 보내진다.
어린 시절 할머니로 부터 배웠던 재봉틀 솜씨를 장착하고,
재봉틀을 소중히 챙긴 그녀는 뉴욕행 기차에 탑승한다.
맨해튼 어디쯤의 극장을 소유하고 있던 패그 고모.
센트럴 역에서 페그 고모를 만나기로 한 비비안은,
첫 만남에서 부터 고모를 기다리다 그녀의 비서 올리브를 만나
어렵게 고모의 극장에 도착한다.
다 쓰러져 가는 극장이지만,
그 곳의 쇼걸들, 배우들과 그들의 삶 ...
시골에서 접하지 못한 모습을 마주한 비비안은
그렇게 화려한 그 삶에 점점 빠져든다.

쉽게 흔들리고, 쉽게 빠져들었으며
한 없이 타락한 그녀의 삶이 담긴 고백의 편지를 읽으며
아.. 한 때 꽤 노는 할머니였구나.. 했다.
그 당시엔 그런 삶이 가능 했던 때라는 말에
조금은 이상했지만,
그렇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분명 있었는데,
어쩌면 예상하고도 남았을
그 쓰러져 가는 극장을 비비안이 황홀하게
바라 보았을 때 부터
어쩐지 쓰러져 가는 그녀의 삶이 그려졌지만
굉장히 화려하게 보낼 그녀의 앞 날도 보이는 듯도 했다.
순간의 어리석음으로 자신을 아껴준 사람에게
큰 실수를 저지르고, 도망가듯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비비안.
그렇게 여러 일을 겪고,
돌고 돌아 그녀는 자신의 친구 마조리의 제안으로 웨딩드레스 사업에 뛰어든다.
비비안, 이제 다들 결혼을 할 거야.
그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을 거고.
다들 결혼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뭔데?
가서 말려?
시티 오브 걸스
그녀의 이런 반응이 좋았다.
편지에도 간간히 담기는 그녀만의 어떤 위트.
(오, 비비안. 할머니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아가씨였다.)
2차 세계대전. 전쟁으로 바뀐 것들은
그녀의 삶도 바꾸었다.
도망가듯 집으로 돌아 간 비비안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낸 페그 고모.
그리고 전쟁.
그리고 극장의 철거.
이후 친구와의 동업.

시티 오브 걸스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사랑이 넘쳐흘렀다.
모두 젊었고 모두 불안했으며
나는 그 모두를 사랑했다
시티 오브 걸스
젊었고, 그래서 더 불안했고,
그래서 더 흔들렸지만
그러므로 화려했던 그 모든 것들
그래서 더 빠져들 수 밖에 없던 그들의 삶을
그녀는 그렇게 사랑했다.

사실, 처음엔 좀...
읽기가 불편했다.
이래도 되는거야?
이렇게 어리숙한 사람이라고?!!!
모든 주인공에 빙의되어 소설을 읽는 내 모습과는 다르게
그래서 좀처럼 빙의되지 못하고,
언젠가는 페그 고모가 되어,
언젠가는 올리브가 되어,
또 언젠가는 에드나가 되어...
흔들리는 그녀를 붙잡아 주고 싶었고,
알려 주고 싶은 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누구도 그녀의 삶을 훈계할 수 없다.
그녀가 겪어 냈어야 했고,
그녀가 경험하고, 느꼈어야 했다.
왜 페그 고모가 자신의 조카를
가르치지 않고 내버려 두는지 이해 못했던
나는 없어져 갔다.
그리고 그 삶이 잘못되었다. 잘되었다 하고
판단할 그 어떤 권리도 내겐 없었다.
그냥 비비안 모리스의 삶이 그랬다.
그리고, 안젤라의 아버지는 도대체 누구일까를
숨바꼭질 하듯 숨어 있는 안젤라의 아버지는 도대체 누구일까를
알아 내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책이 그만큼 두꺼웠고,
밤거리에 현혹되어 반짝이는 네온사인 아래
흔들리는 그녀의 이야기가
대중교통 속에서 읽기엔 좀 부끄러운 내용이 있어
밤에 아이들 재우며 읽느라
오랜 시간이 지나 그 아버지라는 사람을 알게 된 후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안젤라에 대해 알게되는 순간
이 할머니의 편지가 내 마음을
어찌나 강하게 두들겼는지,
마지막 장에서 쉽사리 덮어버리지 못하고
잠시 멈추어 있더랬다.
나는 왜... 안젤라가
젊은 아가씨라고 생각을 했을까?.... ㅎ
(많은 말을 하고 싶지만, 말을 아끼겠다.)
결국엔 자신의 행복을 찾은 비비안 모리스.
그녀의 행복 찾기 여정이 다소 거칠었고,
자유 분방했으며, 이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결국엔 나는 이 할머니의 삶을 응원한다.
그리고, 안젤라의 아버지.
소설 속 등장하는 그 많은 남자 중
누가, 안젤라의 아버지일지,
생각해 보며 읽는 것도 이 책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비비안도,
안젤라의 아버지도.
(사실 나는 이 아버지가 너무 좋다!)
너무나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