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젠가
이수현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나 조심스럽게 하나 하나를 빼내는지 모른다.

숨 쉬는 것 까지 잊어 버리는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손가락 끝에 온 신경을 담아 나무토막 하나를 조심스레 집어낸다.

그리고 갑자기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젠가.

 

그렇게 아이들과 종종 즐기는 나무젠가가 아닌 유리젠가라니...

나무도 숨 멎을 것 같은데.. 유리라고?

 

유리젠가

 


 

 

시체놀이

유리 젠가

달팽기 키우기

발효의 시간

유리젠가

 

학창 시절 한 때 바닥이나 어딘가에 늘어진 채로 누워져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두는 놀이가 유행했다.

늘어져 있는 모습이 시체같다 하여 시체놀이라고 했던가?

아이들은 누가 더 시체같은지 연기하기 바빴고, 학창 시절을 지나 취업의 문턱앞에서 어떤이는 학창 시절 즐겨했던 시체놀이를 진실로 마주하게 되는 날도 있었다.

 

시체 역할을 진실로 마주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

 

할 일이 없어서, 하고 싶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그저 널부러져 있을 수 밖에 없는 그 시체놀이 같은 시간들.

그 시체놀이하는 시간들이 견딜 수 없이 힘들쯤, 진짜 시체역할을 하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흔히들 말하는 꿀알바.

영화 조연으로 시체 역을하게 되는 이야기를 읽으며 왜이렇게 속이 쓰린지 모르겠다.

 

그 시체역할이 나중에 어떤 큰 역할의 디딤돌이 되는 이들의 역할이라면 속이 쓰리진 않았겠지만,

그저 꿀알바라는 사실만으로 하게 되는 시체역할이라 그랬던걸까?

 

치열하게 살아갈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동안 내가 시체를 흉내내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불쑥 튀어 오른다.

물론 그 길에 의미를 품은 사람은 다른 경우겠지만 말이다.

 

 

사회의 어두운 면이 담겨진 소설집이다.

아니 이런 뻔하게 보이는 사기 수법에 걸린다고? 하면서 분노하며 읽는 이야기도 있었고,

흔들리는 삶의 이야기가 가엾고 서글퍼서 울컥하는 이야기도 있다.

 

무거운 주제지만 내 이야기처럼, 주변이야기 처럼 먼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가까운 이야기였기에 빠르게 읽혔고

빠르게 읽혔지만 그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의 무게덕분에 내 마음은 한참을 가라앉아버렸다.

 

코로나19가 가져온 흔들림. 일상이 더이상은 일상이 될 수 없게 된 지금.

나, 너, 우리들의 관계 역시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깊은 생각을 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