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길이 아니더라도, 꽃길이 될 수 있고 - 조은아 산문집
조은아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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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버스에서 읽어 버린 책.

여느때 처럼,

출근 길 나는 가방에 세 권의 책을 담는다.

 

버스 타고 왔다 갔다 하며 읽기 괜찮을 것 같은

표지의 책으로 한 권 꺼내 버스에 앉는다.

(출근 길 나는 버스에서 자그만치 1시간 30분을 보내고,

전철에서 30분을 보낸다. 왕복... 4시간의 출근 길 여행. 휴=3)

 

몇 페이지 읽지 않고 당황하고 만다.

나도 모르게 툭 떨어지는 눈물 때문에...

'아, 버스에서 울면서 책 읽는다고 주책 맞다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가지만,

 

도저히 놓을 수 없다.

눈물 안 흘리는 척 손으로 쿡쿡 눈물 찍어 가며 읽지만

이런... 젝일... 콧물을 숨길 수 없다.

 

훌쩍, 훌쩍. 책 읽기는 계속 된다.

 

나를 출근 길 버스 안에서 울게 했던 책.

 

꿈길이 아니더라도 꽃길이 될 수 있고 _

 


 

 

 

인생을 이야기 하는데, 엄마를 빼 놓을 수 없지

덤덤하게, 잔잔하게, 조용히 읊어 대는 조은아 산문집.

 

당혹스럽게 내가 눈물 흘리게 만든건, "엄마" 이야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레 병이 찾아 온 엄마, 그리고 기나긴 투병 생활.

그 옆을 지키는 딸로서의 진심이 담긴 글들이 읽는 내내 나를 울컥하게 했고,

가슴 아프게도 했다가 내 이야기 인 듯, 내 엄마 이야기 인 듯 심취해서 읽기도 하고...

 

그렇게, 나는 내 이야기를 읽는 듯 읽어 내려갔다.

 

내 이야기가 아닌데, 내 이야기 처럼 몰입해서 읽었다는건...

이 책이 가진, 이 작가가 가진...

진심을 다한 한 글자 한 글자의 힘이 아닌가 싶다.

 

그렇듯, 작가의 이야기지만

나의 이야기도 되고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꿈길이 아니더라도 꽃길이 될 수 있고'를 읽고

 


 

 

뻔함에서 다가오는 이야기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저 그런 흔한 이야기 일 수 있다.

아픈 가족, 더군다나 그 대상이 엄마라니...

 

자신이 꿈꿔오던 삶, 직업을 엄마의 병 간호를 위해 과감히 내던지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작가의 삶이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것 같기도 하고,

인간극장에서 한 번 아니 몇 번은 보았던 풍경이기도 한 것 같다.

 

어쩌면 그래서 더 가슴 아프게 다가온 이야기인 것 같다.

그렇게 앞 일을 예상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생이

작가만의 인생이 아니니까, 내 인생 역시 그러하니까...

 

그래서 뻔하지만 더 애틋하고 특별하게 다가오는 글.

 

나는 계절의 건널목마다 마음의 끈을 동여맨다.

계절과 계절 사이를 건너는 엄마의 발걸음이 멈추게 하지 않기 위해서... ... 

꿈길이 아니더라도 꽃길이 될 수 있고

 

 

 

 


 

 

버스 안에서 내 눈물을 폭발시켰던 몇 내용을 적어 본다.

(보는 페이지 마다 눈물 바람이지만... 다 옮겨 담을 수 없으니...)

 

 

 

덕분에와 때문에라는 말의 간극에 내 눈물샘이 터져 버렸던 구절.

 

모든 게 딸들 덕분이라며 시간의 빈틈마다 긍정의 메시지를 채워주던 엄마는 언제부턴가 "엄마 때문에, 딸들이 너무 고생한다. 너희들 생각해서라도 엄마가 이제 그만 놓아야 할까 봐. 미안해서... ... ." 라는 말씀을 하셨다.

맙소사, 엄마 때문에 라니. 엄마 덕분에 우리도 버티고 있는 걸.

꿈길이 아니더라도 꽃길이 될 수 있고

 

 

그리고, 약국에 들러 엄마의 약을 타려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약사 선생님과 여든을 훌쩍 넘긴 어떤 할아버지와의 대화에 나는 그만 또 눈물이 터져버렸다.

 

"...내가, 내가...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하네."

"아버님, 왜 눈물이 나셔요?"

"할멈이 갔어. 2년 전에... ... . 시간이 갈수록 더 생각이 나네요. 내 몸이 아파도, 병원 오면 할멈이 더 보고 싶을 거 같아서 그동안 오질 못했어요. 엄두가 안났지... ... .

선생님이 할멈이 아플 때 할멈한테 너무 다정하게 잘 해줘서 가끔씩 생각이 났었어요. 고맙다는 얘길 꼭 하고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전하게 되네요. 고마웠어요."

꿈길이 아니더라도 꽃길이 될 수 있고

 

작가가 바라는 엄마, 오롯이 당신만을 위해 피워 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나 역시 내 엄마를 위해, 이 땅의 모든 엄마를 위해 가져본다.

 

 

 

애써 피우지도 말고.

급하게 지지도 말고.

비바람에 쓰러지지도 말고... ... .

꿈길이 아니더라도 꽃길이 될 수 있고

 

그리고 나를 위해서라도 한 번 더 다짐한다.

애써 피우려하지 말고, 급하게 지려고도 하지 말고, 비바람에 쓰러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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