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 이제 그만.

책 젖어... 응? 그만..!!

아무튼 그만!!!"

 

일, 이딸을 농구학원에 보내고

차 안에서 삼딸과 기다리는 시간 동안

책을 읽으며 훌쩍이다 결국엔 펑펑 우는 나를 보고

삼딸이 걱정스럽게 한 마디...하나 싶었는데

책이 젖으니 아무튼 그만 울란다.

 

얼마전 눈물없이 읽을 수 있는 엄마에 관련 된 책을 읽었던지라

나는 당연히 아버지 얘기도 그렇게 읽을 수 있을거야...

했더랬다.

 

아무래도 평상시 아버지라는 이름 보다,

엄마라는 이름이 마음에 더 사무치는 이름이었기에

나는 그럴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여동생을 따라 가고 난 후

오래된 집에 홀로 남게 된 아버지.

 

그리고 여동생은 엄마와 함께 집을 떠나올 때 아버지가 대문 앞에서 울었다며 말한다.

 

하여 "나"는 오래된 집으로 홀로 남겨진 아버지 곁으로 내려간다.

"나"는 아버지가 이 치료를 하게 된지 한참이 지나도록 몰라도 되는 사람이었으며

"나"는 나의 슬픔, 딸을 잃은 엄마로 나의 인생만으로도 삶이 버거운 사람이었다.

 

그렇게 5년만에 내려간 아버지가 있는 곳, 오래된 그 집에서 만난 아버지.

 

중학교를 졸업하고 내가 J시를 떠났을 때도 아버지는 사흘을 울었다.

나를 서울에 데려다주고 엄마가 집으로 내려와보니

아버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는데 그 부은 눈이

사흘 동안 가라앉지 않았다고 했다.

아버지에게 갔었어

 

 


 

 

 

아버지의 뇌가 잠을 자지 않는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전쟁 중에 아버지의 손가락이 잘리던 순간이 떠올랐다.

아버지의 뇌를 잠 못들게 하는 게 꼭 그 순간인 것만 같아서.

아버지에게 갔었어

 

엄마가 입원하기 위해 집을 비웠을때,

딸이 학업을 위해 집을 떠났을때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

 

병으로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이틀차이로 여의고

작은아버지가 주신 송아지 한 마리를 자신 보다 아끼며 살아가던 아버지.

그 아버지가 살아 온 생은 우리나라의 역사다.

 

그 역사를 온 몸으로 겪어 내며 살아 온 아버지의 삶은

내게도 너무나 서러웠고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한국전쟁으로 군에 끌려가지 않게 하기 위해

집안 어르신이 아버지에게 한 행위에 읽는 동안 내 속이 메스꺼웠다.

순식간에 잘려 버린 검지 손가락.

 

아버지는 손가락을 잃고 한국전쟁에 참여하지 않게 되는 삶을 얻었다.

 

 

 

 

그렇게 소설은 딸 "헌이"가 아버지 옆에 머물며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나 하나 풀어 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우연하게 아버지가 부재중인 때 아버지의 택배를 받고,

아버지가 큰 오빠와 나눈 편지를 읽게 되는 헌이.

시골의 장남으로 커간다는 것이 어떤것인지를 알게 해 준 그 편지.

 

솔직히 남의 편지는 몰래 읽는거 아니라고 배웠는데,

나는 이 소설 속 아버지와 큰 오빠가 주고 받은 편지에서

또 얼마나 펑펑 눈물을 쏟아 냈는지 모르겠다.

 

몰래 읽는 편지가 이렇게 흥미롭게 읽혀 질 수 있다니...

 

그리고 편지를 읽다 헌이는 갑작스런 아버지의 등장에...

그 옛날 아빠 몰래 담배를 피우다 정면으로 들켰을 때 처럼,

아버지의 비밀을 엿보다가 들킨 사람처럼 놀라버린다.

 

아직 다 읽지 못한 편지들...

 

도대체 그 편지 안엔 어떤 내용이 적혀 있었을까?

아빤 왜 갑자기 그 편지들을 태워버렸을까...?

 

 

뭐라 뭐라 열심히 책을 읽고 난 서평을 쓰고 있지만...

사실은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그냥 아무이야기 없이, 그저 책을 내밀어 주고 싶다.

 

읽어 보면 좋겠다.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를...

그저 말 없이 묵묵하게만 있어서

차마 들여다 보지 못했던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면 좋겠다 싶다.

 

 

아버지와 큰 오빠 사이에 주고 받은 편지 하나를 써 본다.

 

승엽이 보거라

몸은 건강하냐

... ...

너는 언지나 근사해따

나는 아버지가 되어서

너의 힘이 돼주지는 모타고

니 어깨만 무겁게 햇지마는

너는 언지나 근사해따

... ...

나는 더 바랄 거시 업다

아버지에게 갔었어

 

 

그리고 딸을 잃은 헌이에게 아버지가 해 주던 이야기...

 

사는 일이 꼭 앞으로 나아가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돌아보고 뒤가 더 좋았으믄 거기로 돌아가도 되는 일이제.

붙들고 있지 말어라.

어디에도 고이지 않게 흘러가게 둬라.

내가 정신이 없어지먼 이 말을 안 해준 것도

잊어버릴 것이라... ...

아버지에게 갔었어

 

이 아버지의 이야기가, 편지가,

살아온 세월이, 그의 발자취가

어느것 하나 쉽게 읽혀지지 않아서

참 읽는데 시간이 걸렸던 책.

 

꼭 한 번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