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를 구부려! 좀더! 좀더!!
대체 왜 허리를 못 구부리는거야!!"
"아니, 언니! 나도 구부리고 싶어!
근데 안 구부려진다고!"
일자로 다리 찢기가 가능한 일딸은
허리도 유연한지 반듯하게 선 상태에서 허리를 구부리고는
손 쉽게 손바닥을 바닥에 닿는 묘기(?)를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영 뻣뻣한 이딸은 발끝은 커녕 무릎쯤에서 항상
손이 멈춰있다. 더 이상은 무리다. 안내려간다...
역시 욕심많은 삼딸은,
허리를 쭉 펴야한다는 얘기를 지키지만
무릎을 구부리고 손바닥을 땅에 닿게 한다.
이까짓, 허리 구부리는게 뭐 힘든일이냐며 ㅡ
그런 몸에 대한 사생활 에세이라니, 궁금증이 일어 읽어 본 책.
내 몸 내 뼈

내 몸 내 뼈
분명 내 몸인데, 나 한테 있는거 너 한테도 있는데
내 몸이 내 맘대로 움직이지도 않기도 하고,
쟤는 저렇게 유연한데 나는 딱딱하게 굳어 있기도 하고
참 알 수 없는 내 몸 그리고 더 알 수 없는 내 뼈,
의사가 적어 간 내 몸 내 뼈 이야기는 어떤 내용일까?

내 몸 내 뼈
허리 이야기
내 사전에 '허리를 끌어안는 행동'이란
어느 부분이 소속되어 버렸음을 의미한다.
어떤 관계가 허리춤에서 거센 기세로 덮쳐 와 나를 감시하고 속박하는 상태인 것이다.
내몸내뼈
작가의 허리에 대한 이야이기는 참으로 흥미롭다.
처음 "허리"에 대한 이야기는 연인 사이에서 팔을 허리에 두른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자 사람 친구가 갑작스레 작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이 여자 사람친구에겐 연인인 남자 친구가 있었기에
작가는 혼란에 빠진다.
( 나도 좀 의아하다. 그 여자는 왜 그랬을까?)
그렇게 남자의 허리를 여자가 끌어안는 행위는 커플 혹은 부부 사이에서
다른 사람에게 이 사람은 내 사람이라 전하는 일종의 선전포고라 할 수 있다.
그런 허리라는 존재가
어느덧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둘레를 키워
오랜만에 바지를 사러 간 매장에서 맞지 않는 치수의 옷을 입어 보게 하는 허리로
변신해 있다가,
어느새 책임감이라는 것을 짊어진 허리로 변한다.
젊은 시절 여자친구를 오토바이 뒷 좌석에 태우며 연인사이를 자랑하던 친구가
세월이 흘러 아이가 뒷 좌석에 태우며 소리 없이 자리를 임대하고 주권을 양도해 버린,
아이의 것이 되어 책임감이라는 것을 짊어진 허리로 변함을 느낀다.
엉덩이 이야기
내가 앉지 않는 이유는 의자 위에 남은 엉덩이의 온도 때문이다.
엉덩이의 온도는, 몸 아래 짓눌린 열정이다. 남몰래 타오르고 있지만 까달을 뿐 말을 할 수 없다.
엉덩이의 온도는, 일상의 습관 속에 불쑥 나타나는 공백이다. 무심코 뜨끈한 의자에 앉을 때마다 청명한 아침부터 사람들과 가장 밀접한 체온을 교환했음을 깨닫는다.
이 가볍고 활동적이며 잡스러운 기운은 나를 편치 않게 한다.
내몸내뼈 / 엉덩이로 전해지는 낯선 이의 기운
아... 너무나도 공감되는 내용.
출 퇴근 길,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전철 빈 좌석에 털썩 앉았을때
갑작스레 찾아오는 낯선이의 체온. 그 남겨진 흔적은
상쾌한 기분은 아니다. 뭔가 모를 불편한 느낌이 자리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일으켜 세우진 못한다. 하하.
너. 무. 피. 곤. 하. 다.
"엉덩이로 전해지는 낯선 이의 기운"이라는 제목이라서 나는
좀 불쾌한 장면을 떠올렸는데 나를 확 공감시키는 내용으로
나를 웃게했다. 풉.

내 몸 내 뼈
의사가 쓴 몸과 뼈에 대한 에세이라서
나는 진료하던 환자에 대한 건강 문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을 이루는걸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몸 각 부분에 대해 작가가 마주한 일상들에서 오는
이야기들이었다. 물론 환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엉덩이에 관련해서는 그렇게 누군가의 엉덩이로 데웠다가
다시 식어졌다가 또 데워지길 반복하는 전철 의자 이야기도 있었지만
브라질을 '엉덩이의 나라'로 표현하며 적은 내용도 참 인상적이었다.
궁금하시다면 한 번 읽어 보시길... 푸하하하
참, 나는 작가의 이름이 "황신언"으로 되어 있어서
당연히 우리나라 작가인줄 알았는데!!!
내 몸 내 뼈는 타이완 국적의 작가 책이다.
그래서 번역도 있었는데... 읽다가 읭?
하면서 다시 표지를 보고, 작가 소개를 읽었다는... 하핫.
(참고로 나는 책에 대한 편견을 갖는게 싫어서
작가 소개도 작가의 이야기도 예고글도 다 안 읽어 보고 책을 읽는다.
책을 다 읽고 나중에 확인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러질 못했다. ㅎ)
난생처음 들여다보는
내 몸의 사생활
내 몸 내 뼈
